올해 쌀 생산량이 목표량보다 182만섬이 적은 3,260만섬으로 농림수산부에
의해 최종집계 발표되었다.

이로 인해 국민식생활의 주곡인 쌀수급의 장래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 생산량은 15년만의 최저수준으로 설명되고 있다.

그러나 여타부문 경제활동과 마찬가지로 쌀 생산이 이례적으로 격감되었던
지난 80년을 제외한다면 올해 생산량은 20년만의 최저 수준이다.

우리의 쌀 생산량은 지난 75년 3,242만섬, 76년 3,624만섬이었으며 88년
에는 4,203만8,000섬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바 있다.

우려할 현상임에 틀림없으나 분명한 것은 이런 사태가 일찍이 예견되었던
일이며 우리 농업의 구조적인 요인에 그 배경이 있다는 사실이다.

우루과이라운드 협상타결 결과 쌀시장이 부분개방되는 홍역을 치르면서
농가의 쌀재배 의욕이 크게 떨어졌다든가,또는 지난 여름 중부지방에 내린
집중호우 피해를 거론하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은 올것이 온것 뿐이라고 해야 한다.

농가인구는 계속 줄고 있다.

게다가 젊은이는 드물고 갈수록 고령화되고 있다.

임금은 오르고 기계화도 영세한 영농규모에서는 쉽지 않아 쌀생산 비용이
자꾸만 높아지다보니 작목을 바꾸거나 휴경한다.

많은 농민들이 기회만 닿으면 논을 처분하거나 용도변경하고 싶어 한다.

결과적으로 경지면적이 매년 평균 3만ha 가량씩 감소한다.

금년에는 더 심해 5만ha 가까이 줄었다.

그 위에 농약을 덜 쓰고 질중심의 품종전환에 관심을 쏟다보니 단위면적당
쌀 생산량은 좀체로 늘지 않거나 되레 줄어든다.

수요쪽에서도 감소경향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농림수산부는 국민1인당 쌀소비량 감소추세가 금년에 이례적으로 둔화되어
106.5kg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그것은 불과 5년전인 90년의 160.5kg과 비교
해서도 대단한 감소라고 해야 한다.

이상과 같이 볼때 우리는 먼저 쌀문제와 관련한 현실을 올바로 이해하고
그걸 토대로 우리가 추구해야할 목표를 설정하고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

식량안보의 중요성과 함께 쌀자급의 필요성만을 강조해서는 소용이 없다.

될 일도 아니다.

쌀농사로는 채산이 안맞아 재배를 마다하고 그래서 논면적이 자꾸만 줄어
드는 데는 재간이 없다.

수매가인상엔 한계가 있으며 그나마 장차는 국제적인 약속에 묶여 어려울
판이다.

해답은 시장원리에서 찾는 수밖에 없다.

우선 쌀시장의 개방폭이 갈수록 커질게 분명한 이상 품질로 승부해야 한다.

몇배 이상 비싼 값을 주고도 사먹을 우수품질과 맛이 뛰어난 "신토불이"
쌀을 재배해야 한다.

다음은 생산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방도를 찾아야 한다.

경지정리와 관개수리시설 외에 대단위 기업농으로의 전환을 통한 영농의
기계화 과학화를 촉진해야 한다.

농지의 무절제한 전용을 막고 과거 절대농지개념의 경지확보 장치도 법률과
제도면에서 강구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정책적 지원과 유인도 제공돼야 한다.

농정당국의 분명하고 확고한 방향제시가 요구된다.

세계 식량사정마저 어려워질 것같은 상황이어서 더욱 급하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