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철 <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에너지는 산업활동의 원동력이고 다양한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키는데
없어서는 안될 경제의 필수재이다.

그래서 에너지는 경제성장과 산업안보 민생안정등을 위한 전략적 재화로서
가치를 지닌다.

다른 한편으로 에너지는 대기오염과 산성비등 환경오염이라는 불편을 유발
하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국가는 경제가 필요로하는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함과
동시에 에너지이용으로부터 파생되는 환경문제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무연탄이외에는 국내 부존에너지자원이 없다.

10년전만 해도 총에너지수요의 20%이상을 차지했던 국내 생산 무연탄은
소비가 격감해 소비비중이 작년에 2.5% 수준으로 크게 떨어졌다.

우리는 현재 96%이상의 에너지를 해외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산업용 민생용 발전용으로 사용하는 석유 천연가스 유연탄 원자력 연료등
모든 에너지원을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형편이다.

높은 에너지 해외수입의존도는 공급부문의 취약성을 나타낸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에너지수급구조는 수요측면에서 보다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낮은 에너지 가격수준과 함께 에너지에 대한 국가적 인식의
결핍때문에 가리어져 있을 뿐이지 결코 간과할수 없는 문제들이 아니다.

만약 이 문제를 지금 추세대로 방치한다면 멀지않아 위기상황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첫째 에너지효율성의 악화가 우리경제의 각부문에서 장기간동안 지속되고
있다.

에너지 다소비적 경제.사회적구조와 소비행태가 이미 체질화돼 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 경제규모는 지난 25년동안 6.4배 신장됐는데 반해 에너지소비는 7배나
증가했다.

이는 낮은 에너지소비 증가패턴을 벗어나 경제성장 자체가 에너지
다소비적으로 진행돼 왔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규모나 소득규모에 비해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다.

경제적 여건이 비슷한 일본의 1인당 국민소득은 우리의 3배수준이상인 반면
1인당 에너지소비 규모는 석유로 환산했을때 94년 3.3t으로 우리나라의
3.1t수준과 큰 차이가 없다.

또한 우리나라는 국민총생산의 부가가치 한 단위를 창출하는데 일본과
이탈리아에 비해서는 3배, 독일 프랑스등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는 2배이상의
에너지를 투입하는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다.

연간 150억달러 이상의 에너지를 수입하는 우리나라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생산활동에 투입하고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러지 못하고 있다.

또 경제성장에 따른 환경오염의 자정능력은 개선되지 못하고 도리어 오염
부하만 증가하고 있다.

2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에너지절약정책은 그동안
승용차 10부제, 한등 끄기, 함께 타기운동등과 같은 소비자 행위에 제약
하거나 간섭하는 프로그램에만 지나치게 치중해 왔다.

산업배치, 도시개발, 교통체계 개선, 국토공간이용, 에너지저소비업종으로
의 전환등과같은 거시적이고 에너지 사용을 근원적으로 줄이고 효율적 사용
을 유도할수 있는 정책수단의 동원은 에너지절약정책 범주밖의 일이었다.

환경규제도 에너지절약을 유도하는 총량배출규제보다는 청정연료 사용을
의무화하는등 에너지 사용량과는 무관한 오염원 규제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불행히도 국민소득 1만달러를 넘어서는 오늘날에도 이러한 관행들은 계속
되고 있는 실정이다.

에너지 가격과 효율 규제는 시장기능을 통해 소비자의 행태와 습관을 변화
시키면서 에너지절약을 성취할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그동안 산업경쟁력 제고와 물가안정을 이유로 낮은
에너지가격수준을 정책적으로 유지해 왔으며 에너지 효율규제는 정부규제
완화차원에서 그 고삐가 너무나 느슨해졌다.

과연 이런 추세가 국민경제에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검토할 필요가 있다.

둘째 지난 10년간 석유의존도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64%수준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대안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사실이다.

이는 우리의 에너지수급구조가 세계 석유시장의 불확실성에 노출돼 불안정
할뿐 아니라 대표적인 화석연료인 석유에 지나치게 의존함에 따라 환경
친화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자력은 국토의 수용성 문제와 폐기물 처리문제를 가지고 있으며 천연
가스는 아직도 석유를 적극적으로 대체할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따라서 앞으로도 석유가 어느정도 수준에서 우리의 주종원료로의 역할을
지속해야만 하는가에 대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적극적인 검토가 있어야
한다.

셋째 우리의 산업구조와 에너지 수급체계는 국제 환경보전 측면에서 볼때
매우 불리하다.

이는 앞서 지적한 에너지이용의 비효율성과 화석연료인 석유에 지나치게
높게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이미 지구 온난화에 대비해 범지구적인 노력은 가시화되어 있고 우리나라는
1998년 이후에 UN기후변화협약에 기초한 국제환경기준을 지켜야할 의무를
지게될 것으로 예상된다.

화석연료 이용에 따른 우리나라의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997년에는
일본 이탈리아 프랑스 수준을 넘어설 것이며 2000년에는 영국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0년 현재 총배출량 세계16위이나 2000년에 10위권내에 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국제적 환경규제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대한 우리의 인식은 너무나 뒤처져 있다.

이와 같은 우리나라 에너지수급의 구조적인 문제를 가장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우리의 선택은 에너지절약에 대한 정책적 노력을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