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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영자총협회는 13일 "생산조직과 노사관계의 생산성"을 주제로
토론회를 가졌다.

참석자들은 협력적인 노사관계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이윤추구와
함께 종업원만족극대화를 기업목표로 삼겠다는 최고경영자의 결단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함께 했다.

토론내용을 소개한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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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론자 : 조한천 < 노총 정책연구실장 >
김영배 < 경총 정책본부장 >
이원덕 <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박내영 < 홍익대 교수 / 경제학 . 사회 > ]]]

<> 박교수 =선진국들이 앞다퉈 생산조직을 바꿔가고 있는 이유를 먼저
짚어봐야할 것 같습니다.

<> 이위원 =마이클 해머의 "3C"로 설명이 가능합니다.

급격한 변화 (Change) 고객만족시대로의 전환 (Customer) 경쟁의 격화
(Competition) 등 외부환경변화가 그 원인이지요.

여기에 빠뜨릴 수 없는 것이 노사관계지요.

근로자들이 달라졌다는 얘깁니다.

예를 들어 미국 근로자들은 70년대이후 학력이 높아지면서 단순.반복
작업에 불만을 갖게 됐습니다.

<> 조실장 =민주화경향도 변화원인으로 지적할 수 있습니다.

정치적 민주화가 산업.경제.경영의 민주화로 확대된 거지요.

특히 경영의 민주화는 경영과 자본의 분리를 가져와 노사는 생산조직을
공유하게 됐습니다.

노사가 공동의 책임감을 갖게되면서 생산조직의 변화를 가져온 거죠.

<> 배교수 =자본주의 경제는 경쟁이 그 바탕입니다.

선진국들은 어떻게 하면 자국 노동자들의 기량을 최대한 발휘시킬까를
궁리해온 것이죠.특히 교훈적인 것은 초강대국인 미국이 80년대 들어
"늦었고 잘못했다"는 반성을 했다는 점입니다.

일본기업 때문에 한때 매출이 50% 가까이 떨어지는 위기를 경험한 미국
제록스사는 "사람을 통해서 기업을 회생시킨다"는 이념을 내걸고 노력해
왔습니다.

<> 김본부장 =산업화가 급진전 될 때는 그야말로 효율지상주의였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인간소외가 발생해 결과적으로 생산저하가
나타났습니다.

그것을 보완하는 과정에서 인간중심적 사고가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 박교수 =기업의 목표를 이윤추구와 종업원만족 동시 추구에 둔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일까요.

<> 김본부장 =기업의 목표는 결국 이윤추구입니다.

종업원만족을 고려하지 않으면 이윤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건 당연한
얘기죠.

종업원만족은 수단이지 목적이 될 수는 없다고 봅니다.

<> 배교수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회사내에서도 입사동기회 향우회등이 특히 잘되는 것은 왜일까요.

일종의 "공동선"을 구성원에게 제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이 이윤추구와 함께 종업원 만족을 목표로 한다면 사원들도 충성심을
다해 일할 수 있을 겁니다.

<> 김본부장 =그렇게 본다면 "목적"이 자칫 근로자를 유인하기 위한
감정적인 수단으로 비칠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 조실장 =수단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종업원만족은 곧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져 이윤극대화도 보장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앞으로는 근로자들의 자율과 자유가 더욱 더 보장돼야합니다.

일방적인 지시는 이젠 안됩니다.

결국 종업원들이 기업을 "우리 것"이라고 느낄 때 잘 되는 것 아닙니까.

<> 이위원 =기업의 궁극적인 목표를 이윤추구라고 전제할 때 종업원
만족은 기업의 전략적 의사결정의 변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종업원들의 자발적인 충성심이 전제되지 않으면 기업의 장기적인
경영계획은 공허하기 때문입니다.

<> 박교수 =기업은 본질적으로 이익공동체입니다.

종업원만족을 포함하는 동일가치의 추구에 대한 근로자들의 입장은
어떨까요.

<> 조실장 =그 과정이 투명하면 대환영입니다.

종업원만족을 추구한다면서 기업이 일방적으로 주도한다면 노조는 무력감이
생길거고 과거 전통적 가치에 대한 회의도 생길 겁니다.

근로자의 참여가 반드시 전제돼야합니다.

<> 박교수 =참여가 특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주제발표자는 최고경영자의 "결심"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그것은
결국 기업주도란 얘깁니까.

<> 배교수 =당연히 기업주도라야 합니다.

노사대립의 문제점을 느끼는 것도 결국 사측입니다.

대립적 관계를 협력적 관계로 만들려면 결국 최고경영자의 솔선이 필요한
겁니다.

<> 김본부장 =최고경영자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해당기업의 노사가 우선 협력하려는 기본 자세가 돼있어야 합니다.

국내 일부 사업장에서는 회장과 경영진이 완전히 "오픈"해놓고 있지만
노사관계는 정상화되지 못하고 있는게 사실입니다.

<> 박교수 =결국 각 기업의 형편에 따라 최고경영자의 결단도 효과가
다를 수 있다는 얘기가 되는군요.

기업이 위기를 맞으면 노사가 더욱 협력해야하는 것이고, 여전히
대립관계에 있으면 경영자의 결단에도 불구하고 변화가능성이 적다는
것이죠.

이제 구체적인 노사협력프로그램을 짚어보죠.

<> 이위원 =무엇보다도 목표설정이 구체적이어야합니다.

각 회사에 맞는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고안해내기 위해 외부전문가집단을
활용하거나 노사동수의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것도 방법이지요.

미국 새턴사 처럼 노사공동 벤치마킹팀을 구성해 다른 기업의 성공비결을
함께 연구하는 것도 추천할만 합니다.

<> 배교수 =회사측은 종전에는 주로 노조간부만 상대해왔습니다.

이제는 종업원 전체에 대한 교육이 필요합니다.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야한다는 겁니다.

외국의 경우는 총 노동시간의 5%정도를 종업원 교육에 할애하는 곳도
있습니다.

<> 조실장 =노조와의 협의가 중요합니다.

참여도 노조를 통한 것이어야 합니다.

이 부분이 원활하지 않으면 참여적 노사관계는 불가능합니다.

<> 박교수 =우리나라의 경우 최고경영자의 결심만 있으면 근로자들의
지원을 쉽게 얻어낼 수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입니까.

<> 배교수 =한국인의 가치관.문화.역사.전통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집단주의와 공동체의식이 강하다는 얘기지요.

종업원을 존중하고 "열린 경영"을 실행하면 근로자들은 동류의식을
느끼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겁니다.

<> 김본부장 =우리 근로자들의 그런 감정적 요소가 적극적인 협력차원
으로까지 제고되지는 못할 것입니다.

정치적인 노조운동이 어느 정도 사라져야 가능하다는 얘깁니다.

<> 조실장 =한국에서는 분명 탄성치가 높을 겁니다.

대가족적 문화로부터 시작해 민족적 전통.가치관.문화를 갖고 있어
공동체의식이 어디보다 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업귀속의식도 매우 높지요.

그러나 참여적 노사관계는 단체교섭을 중심으로한 대립적 노사관계와의
조화가 매우 중요합니다.

결국 단체교섭은 대단위로하고 협력은 기업내에서 하는 2원화가 필요
합니다.

<> 김본부장 =우리 노사관계는 각 기업별로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어떤 기업에서는 경영자의 결단 하나로 협력관계가 쉽게 정착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기업도 많습니다.

아직은 노사양측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 이위원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는 세계 분업구조에서 가능한
것입니다.

그러나 2000년대 2만달러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세계 초일류 기업과
경쟁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87년 이후 우리 노사관계의 격동기는 끝났다고 보아야합니다.

새로운 노사관계의 정립이 시급한 시점입니다.

<> 조실장 =정부는 아직도 사용자측과 같은 생각을 갖고 있어 참여적
노사관계에 대해서는 부정적입니다.

"참여적 노사관계법" "경영참가법" 등 특별법을 제정하거나 현행
노사협의회법을 참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 박교수 =정부도 노사협력을 위한 기구를 보강하거나 신설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선진국 기업의 변화노력을 검토하고 한국에의 도입가능성을
짚어보았습니다.

노사 양측의 인식전환만 전제된다면 우리도 협력적 노사관계를 정착
시키고 생산조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데 의견이 일치했습니다.

각 기업이 이런 대전환의 결단을 빨리 내려주기를 기대해봅니다.

< 정리=권영설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