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통상업무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재정경제원에 차관직속의
국제협력관실을 신설, 대외 통상업무에 관한 각부처의 이견을 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경원은 최근 이러한 내용의 직제개편방안을 확정짓고 국무회의를 통과
하는대로 12월초부터 시행키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9월 한.미 자동차협상을 벌이면서 외무부와 통산부간에 주도권다툼
으로 많은 문제를 일으킨 바 있다.

자동차 협상은 타결되었지만 협상준비와 진행과정에서 두 부처간에 감정
싸움이 일어났고 협상안 유출설까지 나돌았다.

협상대상을 앞에 놓고 적전분열을 일으킨 셈이다.

이를 계기로 통상외교의 창구단일화 필요성이 현안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통상외교 창구를 단일화해야 할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그렇다고
재경원에 새로운 조직을 신설하는 것은 선뜻 동의할수 없다.

우선 국제협력관실이 부처간 이견을 조정하고 대외협상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과거 경제기획원에 정부내 통상업무를 조정하기 위한 대외정책조정실(1급
관리관직)이 있었다.

그런데 대외정책조정실이 외무부 상공부 등과 마찰및 갈등을 빚는 바람에
옥상옥같은 기구라며 작년초에 없앴다.

이번에 다시 대외정책조정실과 똑같은 업무를 수행하는 국제협력관실을
신설하려는 것은 무엇인가.

이러한 조직이 대외협상을 효율적으로 다룰수 있을 것이며, 관계부처와의
마찰과 갈등을 빚지 않는다고 보장할수 있는가.

국제협력관실 신설은 재경원의 인사숨통을 트기 위한 위인설관이라는
시각도 있다.

과거 대외정책조정실이 있었던 때에도 외무부와 상공부의 힘겨루기는
있었다.

자동차협상에서 보인 외무부와 통산부간의 갈등은 우리 정부조직이 잘못
되어있기 때문인가, 아니면 통상협상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지 못하기
때문인가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조건반사적으로 기구를 만들고, 또
그것이 말썽을 빚으면 없애버리는 일을 되풀이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관료들이 일을 열심히 하려다 보면 부처이기주의는 생겨날수 있다.

그러나 국가이익을 좌우하는 통상협상에서 각부처가 고위층으로부터 일
잘했다는 소리를 듣기 위해 뛰려고만 하면 부처간 협조는 이루어질수 없다.

국제협력관실을 신설해도 각부처의 입장조정이 주된 역할이기 때문에
협상창구를 누구로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다시 말해 협상과정에서 주도권장악을 둘러싼 갈등은 생길수 있는 것이다.

외국과의 통상협상은 전산업에 걸쳐 계속될 것이다.

따라서 관계부처는 외무부 통산부만이 아니다.

보건복지부, 정보통신부, 농림수산부를 비롯 모든 부처가 관련될수 밖에
없다.

통상협상을 어느 부처에서 관장하든 외무부의 대외교섭 노하우와 관계부처
의 전문성을 결합하는 방법을 찾는 일부터 서둘러야 한다.

그런 후에 조직의 개편과 신설이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