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3국이란 지리적으로 태평양을 면한 아시아대륙의 한반도-중국-일본열도
지역을 가리킨다.

지리적으로 인접한 3국은 마치 유럽의 지중해권처럼 수천년 교류를 이어
오며 정신-물질면의 여러 공통성을 확대해 왔다.

우선 한자문화와 유교가치관은 적어도 1,000년 이상을 공유해왔고 인도에서
전래된 불교로 부터의 영향도 비슷하게 받아들이며 서양과 대비되는 문화
유산을 지녔고, 19세기 중엽이후엔 서세와 교접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3국 국민은 하찮아 뵈는 젓가락문화까지 공유하여 서양은 물론 남아시아-
서아시아로 부터 구별된다.

심지어 젓가락 사용 특징은 제조업발전 요건인 손재주의 원천으로 꼽히기도
한다.

교통 통신의 발달로 지구촌이 좁아지면 질수질 3국간에 존재해온 광범위한
이질성보다는 피부색을 포함한 세나라 국민간의 유사성 내지 동질성이 더욱
인식되는 추세를 보여온다.

이같은 변화는 중국이 시장경제로 방향전환한 70년대말에 싹터, 공산블록
이 해체된 90년전후, 그리고 좀더 구체적으로는 아.태경제협력체(APEC)가
본격 가동을 시작한 93년 전후로서 한단계 한단계 에스컬레이트 현상을 보여
온다.

2차대전 이후까지 끈덕지던 수세기의 서세동점 추세가 일단 주춤하더니
어느새 21세기의 아.태시대 도래로까지 역사흐름을 변화시키고 있는 원동력
은 과연 무엇인가.

뭣보다 그것은 중국중심 동양문화잠재력에 한.일을 선두로 한 아시아산업화
의 접합일 것이다.

물론 근년 동아시아번영의 근원을 자본-기술 대외의존뿐 아니라 막대한
미국시장의 개방에서 찾으며 아시아가 앞으로 기술자립을 통해 질적 향상
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한 21세기도 미국의 시대로 남는다는 강력한 경고가
있다.

아시아발전 기러기행렬(안행)의 선두에서 상품혁신으로 구미시장을 뚫고
무역흑자로 기술 자본을 축적한 일본의 성취부터가 미국의 전후전략에
힘입은 바라는 지적대로 아시아발전의 무한지속을 낙관함은 확실히 금물
이다.

그러나 여기서 분명한 점이 있다.

아.태지역이 성장을 지속하여 새로운 세기 이후에도 언제까지나 인류문화의
채무자로 처지는게 아니라 귀중한 자산을 인류에 보태는 아시아가 되려면
지역인들이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는 능동성을 되찾아야 한다는 사실
이다.

지난주말 오사카 APEC회의는 클린턴 미대통령의 불참이란 돌발사가 있긴
했지만 쌀시장 개방의 유연성 접근등 시장개방압력의 예봉을 피하는 성과를
얻었다.

그러나 아시아 대소국들이 계속 미국시장에 의존하는 산업체질을 가지고는
미국 의사에 반하는 어떤 진로의 모색도 곤란하다.

이러한 좌표에서 가장 많은 공통점과 인적 물적 보완성을 가진 한.중.일
역사-문화 공동체가 성숙한 차원의 의사결정 메커니즘을 형성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물론 이같은 모색이 역외국에 오해를 부를 소지는 경계해야 한다.

비핵 평화원칙 천명아래 지역의 공영을 통한 인류복지 증진에 개방적 자세
로 나아감은 그 정도일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