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사건이 폭로된지 한달이 다되도록 파장이 이어지자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걱정하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기업의 투자심리를 위축시켜 실물투자의 증가율이 예상보다
크게 떨어지리라고 관측하는가 하면 다른쪽에서는 대외 신용하락으로
해외자금 조달비용이 높아지고 수출상담,해외 투자진출 등에 지장이
있을까 걱정하기도 한다.

비자금파동이 일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적정성장 유지와 물가안정을
내용으로 하는 경기연착륙이 가능하다는 낙관론이 우세했다.

지금까지는 주식값이 폭락하고,사채시장이 위축됐으며,기업의 투자심리가
냉각된것 이외에는 경제에 미친 악영향이 두드러지지 않은 편이다.

따라서 기왕의 악영향은 어쩔수 없고 이번 사건이 가능한한 빨리,그리고
조용히 마무리된다면 내년도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은 생각보다 작을수
있다.

경제이론적으로 표현하면 비자금사건이라는 외부충격으로 깨진
경제의 균형상태가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 안정되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리며,새로운 균형점에서의 축소정도는 얼마나 되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산업연구원(KIET)등 많은 연구기관들은 비자금파문이 금년안에
말끔하게 수습된다면 일과성 악재에 그치겠지만 만일 내년 총선때까지
이어진다면 경기연착륙이 어려워질 정도로 큰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되면 경제의 동태적 움직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제주체들의
예상이 비관적으로 수정되고,이것이 다시 경제여건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발생하기 쉽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태우씨 구속 이후 사태수습노력은 나빠진 국민여론과 취약해진
경제현실 사이에서 신중하면서도 매우 신속하게 이뤄져야 할것이다.

대형 국책사업과 관련,거액의 뇌물을 제공하는등 비리에 연루된
일부 기업인들에 대한 처벌이 없을 수는 없겠으나 그로 인해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위축되고 투자의욕이 꺾이는 사태가 생겨서는
안될 것이다.

정치권 사정도 정치자금법의 개정,정당운영 구조의 개선,공천심사강화
등으로 자연스럽게 물갈이가 이뤄지는 것이 좋다.

졍경유착의 고리를 끊기 위해 돈세탁 방지대책의 마련,명의대여자의
처벌,금융거래 비밀보호의무의 완화등 금융실명제의 보완대책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그러나 대주주의 경영권을 제한하기 위한 사외 이사제와 사외 감사제등은
실효성없이 기업들의 반발만 불러일으킬수 있다.

다만 자본시장의 개방확대와 발맞춰 기업회계방식의 국제화,소액주주의
이익보호를 위한 대표소송제 도입등의 제도개선은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말대로 비리척결을 위해서는
불필요한 행정규제를 과감히 철폐하고 내부자고발보호법 등을 제정해
고질화된 공무원의 부정부패를 뿌리뽑는 일이 시급하다고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