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클린턴 행정부가 사상 처음으로 지급불능상황에 빠져 연방정부 업무가
부분적으로 정지될 위험에 직면했다.

이같은 소동의 원인은 미의회와 행정부사이에 재정적자축소 방안에
견해차가 커 이미 4조9,000억달러가 꽉찬 연방정부의 부채상한을 의회가
올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공화당이 다수당인 상하양원은 오는 2002년까지 균형재정을 달성한다는
목표아래 앞으로 7년동안 의료보험 사회복지 교육 등에서 모두 약 1조달러
의 정부지출을 줄이는 대신 중산층 이상에 대한 2,450억달러의 세금감면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대해 클린턴 대통령은 의회안은 공화당이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내건
공약인 "미국과의 계약"을 지키기 위한 당리당략이라고 비난하고 거부권을
행사할 태세다.

현재 공화당의 의석수는 재적 의원의 3분의2가 안되기 때문에 대통령의
거부권행사를 뒤엎을수 없다.

따라서 이번 사태는 결국 양측의 정치적인 타협으로 해결될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번 지급불능 사태의 파급영향은 미 국내외에 일파만파로 번질수
있다.

당장 채권금리의 상승으로 금융시장의 혼란과 경기하강이 걱정된다.

현대경제의 관리통화 제도는 정부는 조세징수권이 있기 때문에 절대
파산하지 않는다는 공신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일시적이나마 이같은
믿음이 무너지게 된다.

아울러 지금의 지급불능 사태가 얼마나 지나야 해결될지 불확실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위험 프리미엄이 금리에 덧붙여져 채권값이떨어지고
금리는 오르게 된다.

금리가 오르면 주식값이 떨어지고 기업투자가 위축돼 경기가 냉각되기
쉽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의 주가지수는 사상 최고수준이어서 어떤 계기만
있으면 내리게 돼있다.

최근 경기움직임도 불안해 금리인하를 주장하는 행정부와 인플레재발을
우려해 현상유지를 고집하는 중앙은행이 마찰을 빚고 있는 판에 금리가
오르면 경기위축은 피할수 없다.

한편으로 국제 금융시장에도 큰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미행정부와 의회의 타협실패는 이들이 대변하는 계층간의 이해대립이
그만큼 치열하다는 뜻으로 미국의 위기능력에 대한 신뢰도가 흔들려
달러가치가 떨어지고 국제금리가 오르게 된다.

이같은 상황변화로 가뜩이나 외환위기로 위태위태한 멕시코등 개발도상국의
경제가 십각한 위기를 맞을수 있다.

또한 준비통화로서의 달러의 위상추락으로 국제통화제도가 동요될 수도
있다.

이번 사태는 우리 경제에도 적지 않은 교훈을 준다.

한번 재정적자가 쌓이면 적자해소가 쉽지 않으므로 건전재정을 유지해야
한다.

특히 사회복지 의료지원 교육개혁등 재정수요가 엄청난데다 남북통일에도
대비해야 하는만큼 국방 행정등 경직성 예산지출을 가능한한 줄이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또한 일찍이 대경제학자인 리카도의 "민간이 보유한 국공채를 자산이라고
할수 있는가"라는 논제대로 부채는 언젠가는 갚아야 된다는 점을 명심하고
개인이든 정부든 부채의 부담과 위험성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