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년11월1일 전직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되는 역사적인 날, 그날밤
용산에 있는 모처에서 경복28회 1학년1반 정기반창회가 열렸다.

47년도 입학생중 1학년1반 총인원은 69명. 그중 3분의1인 23명은
6.25통에 행방불명이 되었다.

머리끝이 뾰죽하여 "송곳대가리"라는 별명의 1학년1반 1번 김규복군은
6.25때 의용군으로 끌려갔는데 인민군이 후퇴할때 오산의 어느 나무밑에
공룡같이 큰 체구가 기관총을 붙잡고 쓰러져 있는것을 UN군에 종사했던
어떤 친구가 목격했을뿐 다른 친구들은 소식을 알길이 없다.

이렇게 슬픈 일을 겪는 세대이기는 하지만 자랑거리가 괘 많다.

36세때 삼성그룹의 최연소 상무가 된 "코주부"권용직(권문용 현
강남구청장의 형)은 반창회총무 박건일(신천개발소장), 고 이문연,
월북한 현오봉 등 1반에서 4명씩이나 총인원 20여명뿐인 경복밴드부에서
한몫들을 단단히 했다.

한국서 가장 오래된 인천의 내리감리교회 이복희목사, 한국인으로서
미연합감리교회의 최초감독이 된 김해종목사, 고시 양과를 변호했던
김동환변호사, 71년 사법파동때 선배판사를 기소했던 말더듬이 고
이규명검사, 1학년때는 확실히 중간쯤 이었는데 아주 꼬마가 되어버린
반창회회장 김동준내과원장은 키다리 박성빈동남의원장과 쌍벽을
이루고 있다.

미아리산 청계약품의 장민수사장, 명예회원으로 추대된 경복 28회
전회장이 재직했던 호주항공의 장공섭사장 등.

이밖에 자랑스러운 친구들이 있으나 특이한것 한가지만 더 소개하자.

목사 법조인 의사가 각각 2명씩인데 언론인은 5명이나 된다.

경복 28회중 언론방송관계인이 13명인데 다른 반의 황운진(황운철)
전영우 봉두완같이 유명세는 안붙었지만 5명이면 압도적이다.

69번 장두원은 60년부터 90년까지 PD로 TBC MBC텔레비전등에서 도를
닦았다.

68번 전완수는 연대졸업후 조선일보에서 10년가까이 활약했지만
미국에 살고있고 63번 필자는 "시사뉴스"에 93년봄부터 컬럼을 쓰고
있다.

61번 이용화는 극동방송의 PD 아나운서 방공국장까지 12년간 종사하다가
현재는 세모유람선의 사장으로 있다.

수재로 소문난 연대신방과 오인환교수는 사변통에 졸업이 2년 늦기는
했지만 고3때 학원사주최 전국학력경시대회에서 1등을 차지하여 서울대
수헉합격을 기대했으나 아쉬움을 남겨준 학구파이다.

69명중 국내에서 연락가능한 친구는 20여명이고 모이는 인원은 13명에서
15명 정도이다.

야! 친구들아 살아있다면 제발 연락 좀 해서 옛날의 정을 되살려
동호동락하여 미래를 설계해 보자.

인생은 60부터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