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형 < 강북삼성병원 신경정신과 부장 >


깊은 산골에 흐르는 맑은 물을 바라보노라면 마음도 몸도 한없이
상쾌해진다.

손으로 한모금 마시면 온 몸의 피가 맑아지는듯 하다.

그리고 아, 그 시원한 맛이라니!

천년을 만년을 그 물은 그렇게 맑게 흘러왔으리라.

한데 요즈음 사람들은 사는 흔적이 왜 이렇게 더러운지, 이 맑디 맑은 물이
마을을 지나면 마시긴 커녕 손도 못씻게 된다.

물은 생명 그 자체다.

물이 더러우면 생명을 부지하기 어렵게 된다.

더럽혀진 우리 강물은 서서히 우리 생명을 좀먹고 있다.

이제 우린 그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물만은 맑게 지켜야 한다.

산골의 맑은 물 그대로 도시의 수도관에 흘러내리게 해야 한다.

하지만 당국의 대응책은 너무 엉성하다.

물 문제는 국가안보 차원에서 다루어야 한다.

온 국민을 불안에 떨게 했던 부산 페놀사건을 상기하자.

그건 국가적 위기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런 비상사태는 언제, 어느 도시에서나 또 생길수 있다.

지금도 늦었지만 그래도 아직은 최악의 상태는 아니다.

비상책을 서둘러야 한다.

대책은 오직 한가지 "상수원을 깨끗이 보호"하는 일이다.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해답은 너무나 간단하다.

우선 상수원지역 주민의 고통을 이해하고 감사하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그 물을 마시는 하류쪽 시민들은 우선 자신들이 수혜자라는 사실부터
받아들여야 한다.

이러한 의식의 전환이 전제되어야 비로소 맑은 물을 마실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왜 윗물을 더럽히느냐고 핏대를 올리기 전에 그나마도 마실수 있게 잘
돌봐 주는 상류 주민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느껴야 한다.

그리고 그 고통을 함께 하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

현대화 산업화의 물결은 산골 마을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가내공업을 위시해서 소규모 농공단지 축산단지도 세워야 한다.

농삿일도 옛날같지 않다.

병충해방제 비료 기계화등이 이제는 필수적이다.

이렇게 돼도 농촌살림은 언제나 빠듯하다.

여기다 상수원 보호라는 명분아래 온갖 개발제약을 하고 있으니 생계를
위협받고 있는게 현실이다.

내 땅에 내 집한칸 마음대로 못짓는다.

제 산에 나무라도 하는 날에는 당장 불호령이 떨어진다.

물을 더럽히지 말라고 상류를 향해 목청을 돋우는 시민들중 이런 딱한
사정을 아는 이가 몇이나 될까.

감사는 커녕 은혜도 모르는 염치들이다.

더욱 가관은 상수원 호반에 온갖 위락시설을 짓는 위인들이다.

이들은 거의가 도시인이다.

인허가 당국도 문제다.

지자제이후 상식으로 납득이 안가는 허가가 남발되고 있다는 보도다.

당장의 선거, 지방재정등을 감안한다면 수질오염쯤은 개의치 않기로한
모양이다.

그렇다면 대책은 크게 두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상수원 물줄기는 발원지에서부터 국가적 차원하에 통제되어져야 한다.

이를 지방에 맡겼다간 강줄기마다 이권에 따라 조각이 날판이기 때문이다.

그다음 상수원 주민의 피해를 보상하고 생계를 보장하는 획기적인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쥐꼬리만한 명목상의 보조만으론 안된다.

그러기 위해선 물값을 대폭 올려야 한다.

시민들도 은혜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기꺼이 내야 한다.

농촌을 돕자는 알량한 명분만은 아니다.

맑은 물을 마시게 해준 대가이며 수혜자의 의무이기도 하다.

지금도 우리는 마음껏 물을 쓴다.

선진국에 비해 물소비량이 두배나 많다하지만 수질보호비는 반도 안된다.

물한방울 소중히 하는 마음에서라도 물값을 올려야 한다.

어쩌다 우리가 물까지 수입할 지경에 왔더란 말인가.

조상이 부끄럽다.

정당한 물값을 내고 철저히 관리를 하면 우리도 물을 수출할수 있게 된다.

세계 어느 시장에 내놓아도 자랑스런 상품이 될것이다.

물은 생명이다.

여기에 투자하는 돈을 아까워해선 안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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