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대통령의 소위 통치자금 파동이 3주째 오며 전혀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어 국민을 당혹시키고 있다.

그동안은 그래도 "통치"를 하는데 의외로 많이 드는 돈을 대기업의
성금으로 충당하는 과정에서 일부 잘못을 범했다는 장본인의 사과발언을
그대로 믿고 싶었고 또 그렇게 애써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의 논리에 앞뒤 안맞는 데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설마 일국의 대통령,
그것도 선거중 "보통사람"과 "믿어달라"로 표를 딴 직선 대통령이
횡령치부야 획책했으랴, 애써 머리를 저으며 누명이 벗겨지기를 은근히
고대했었다.

쓰고남은 돈의 규모가 보통 어림보다 0(영)하나는 더 많아 그 많은돈을
도대체 어디 쓰려했는지 짐작이 안가도, 돈세탁을 해 이자까지 챙긴
자금관리를 듣고 놀랐어도 그저 잠시 착각을 했을 것이라고 애써 이해하려
애썼다.

그러나 그 자금의 상당부분이 "통치"와는 방향이 다른 빌딩매입, 즉
부동산투자로 유입됐다는 보도에 이르러서는 사정이 달라졌다.

끝까지 감싸고 싶었던 적지않은 국민은 그 보도가 차라리 오보였으면
하는 한가닥 바램속에도 그 선의가 무참히 짓밟히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일종의 강박감에 빠져있다.

그것이 일부라도 사실이라면 그런 위인을 건거에서 보통사람.믿을만한
사람으로 위장하는 데 성공한 장본인및 보좌진의 능력이나 사술도
그리려니와 그에 농락당한 국민의 불참도 외면해서는 안될 게재에 다가서고
있다.

이쯤되니 오랜동안 설로 떠돌았단 노씨에 대한 여러가지 혐의들을 더이상
모략이다.할일없는 사람들의 추측이라고 역성들 수도 없게끔 형편이
되어간다.

빌딩뿐 아니라 땅투기, 떡값이란 성금만 아니라 댓가있는 수회를 하여
스위스은행에 예금을 했다한들 어느하나 자신있게 부정하기가 어렵게 돼
간다.

이런 어마어마한 시간속에 검찰이 보기 드물게 소신수사를 진행하는 모습은
경제 사회적 충격이 걱정되는 한편에서도 국민의 울분을 푸는 역할을 한다.

검찰은 독립성을 생명으로 하는 재판부여와는 달라 검사동일체란 지휘체계
아래 있다.

따라서 총장 법무장관 대통령의 의지와 동떨어진 실무검찰관의 소신관철은
적어도 신분상의 불이익을 각오하지 않는 한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사태진전의 방향으로 보아 정치적 타협으로 중도에 얼버무릴 시기는
지나간 상황이다.

그 리스크가 너무 크다.

이제 길이 있다면 대통령의 존재를 초헌법적 "통치권자"로 둔갑시켜
옛군왕의 무치수준의 권한과 면책을 동시에 주는 관행을 차단하는 역사적
사명이다.

정치적인 해결은 사법절차가 끝난 후의 대통령의 권한사항이다.

감형을 포함한 그런 사면이야 말로 정치의 영역이고 동시에 법치국이 가진
선례다.

나아가 현실을 단번에 뒤엎는 과욕사정이 경제-사회에 미칠 충격을 줄이는
능력도 밝혀진 진실을 토대로 국민의 합의를 도출해내는 정치력의 범주에
속한다.

그러나 이런 재앙이 이땅에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만들려면 국민 모두의
"내탓" 인식없이는 불가능하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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