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역사상 천문도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은 삼국시대부터다.

고구려고분 천정에 간단한 별자리의 그림이 그려져 있는가 하면 고구려
에서는 이미 천문도를 돌에 새긴 일이 있다고도 전한다.

7세기에 제의와 천문관측을 위해 첨성대를 세운 신라에서는 도증이라는
승려가 당에서 가져온 천문도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삼국사기"에 나온다.

또 고려때도 천문도를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천문도는 조선초에 돌에 새겨
만든 것으로 권근의 발문이 새겨진 "천상열차분야지도"이다.

다만 이것을 그대로 복사한 또하나의 석각천문도가 숙종때 만들어져 지금
서울 홍릉의 세종대왕기념관에 전시돼 있고 이 숙종본을 모사한 목판을
만들어 120매를 찍어 배포했다는 목판인쇄본이 서울대 규장각에 2점,
성신여대박물관에 1점 소장돼 있을 뿐이다.

"천상열차분야지도"란 하늘의 모양을 일정한 순서와 분야에 따라 차례로
늘어 놓은 그림이란 뜻인데 권근의 발문에 따르면 조선이 한양천도를
끝낸직후 태조의 천문도를 만들라는 여명에 따라 12명의 학자들이 참여해
1395년에 완성시켰다고 한다.

국보 제228호로 지정돼 덕수궁 궁중유물전시관에 전시되고있는 이 천문도는
가로 1,2m 세로2,1m, 두께 11.8cm의 검은 대리석 판에 앞뒤로 각각
1,464개씩의 별들이 촘촘히 세겨져 밤하늘을 그대로 옮겨 놓은듯하다.

별자리는 물론 적도 황도 은하수도 그려져 있고 별이름도 작은 글씨로
꼼꼼히 새겨 넣었다.

하긴 1,247년에 제작된 중국의 "순우천문도"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로
오래된 삭가천문도인 "천상열차분야지도"는 이상스러우리만치 일반에
별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유물이었다.

아마 모르기는 해도 중요성에 비해 이 유물처럼 관심밖으로 밀려나 있었던
"국보"는 없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한국천문학회가 "천상열차분야지도"의 제작600주년을 맞아 오는 11일
서울대에서 기념학술대회를 갖는다고 한다.

학회는 도 이 천문도의 탁본을 대형컬러포스터로 제작해 참석자들에게
나누어 주고 국내 초.중.고교에도 배포할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특히 천문도가 중국것을 모본으로 했다는 지금까지의 삭설을 뒤엎고
별자리모양이 14세기의 것이고 별의 밝기까지 제대로 반영돼있어 조선초에
실제관측결과를 바탕으로 만들었다는 천문학자의 획기적 연구논문도 발표
된다니 이처럼 뜻깊은 학술대회는 다시 없을듯 싶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