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당정이 확정한 "주택시장 안정대책"은 한마디로 파격적이다.

당초 주택건설 업계의 미분양 누적현상을 해소하는 정도의 수준을 겨냥했던
것이 종합적인 주택산업 지원대택으로 확대됐다.

중견 건설업체의 부도로 시작된 대안 치고는 예상외로 지원의 강도가
높아졌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건설업계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수위를 넘어 주택에
대한 가수요를 자극할 가능성까지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번 대책에는 단골메뉴라 할수 있는 금융세제지원과 함께 건축및 분양
규제완화를 포함한 중장기 주택산업육성 방안까지 망라돼 있다.

업계의 "건의"가 거의 다 받아들여 졌다고 볼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분양가 자율화다.

지역제한등의 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앞으로 자율화의 폭을 더 확대할 수
있는 원칙을 마련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언급조차도 삼가던 과거와 비교하면 획기적인 변화다.

주택정책의 일보전진이라 할 수 있다.

작은 집과 큰집을 섞어서 짓도록한 짐도 부분적으로 풀어주었다.

수요에 맞추어 "장사"를 하라는 얘기다.

마땅이 가야할 방향이다.

세제지원에서도 평소와는 다른 자세가 엿보인다.

임대주택사업자의 기준자체를 완화하라는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일반세율의 절반밖에 안되는 양도소득세 "특례세율"을 만들 정도로 적극적
이었다.

주택구입자금 상환이자의 30%를 소득세에서 "특별공제"해주는 것도 그렇다.

자금지원도 근래에 보기 드문 조단위다.

정부는 건설업계가 당면한 경영난을 그대로 방치하다간 연쇄부도로 번질수
도 있는 심각한 상황이어서 할수 있는 처방은 다 동원했다고 설명했다.

올들어 9월까지만에도 1백20개 주택업체가부도를 냈고 그 증가율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백72%에 달하고 있고 보면 이같은 우려가 지나친 과장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곳곳에 "특별"이라는 수식어를 달을 정도로 고단위 처방을
기에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우선은 가수요를 자극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무주택자 뿐 아니라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까지 돈을 대주고 세금을
깎아줌으로써 자칫하면 투기수요를 일으킬수도 있다는 우려다.

아무리 미분양주택이라 하더라도 양도소득세를 깎아준다는 것은 재산과세
강화라는 기본적인 골격과 상치되는 방향이다.

비업무용토지 판정기준을 완화하고 집을 못지어 놀리는 땅은 토개공이나
주공이 사주도록 한 것은 건설업계의 토지투기를 방조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사업이 안돼 공사를 못하면 정부가 세금부과를 미뤄주고 땅을 되사주기까지
하니 목좋은 땅을 남겨놓을 턱이 없다.

건설업계의 자구노력도 빠져 있다.

경영을 방만하게 한 업계가 스스로 내실을 기하도록 하는 조치는 전무하다.

건설업계의 상황이 이지경이 된게 오직 정부의 탓인 마냥 온갖 책임을
제도와 지원미흡으로만 돌리고 있다.

따지고 보면 건설업계의 경영이 곤란하게 된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지난 91년에 6천1백개이던 건설회사 수가 92년엔 1만1천9백개로 늘었고
지난 9월말 현재로는 2만3백30개에 달하고 있다.

4년만에 3.3배가 됐다.

여기에다 집값은 계속해서 떨어지는 추세고 전반적인 경기는 하강국면이다.

실체가 없는 대표적인 산업인 건설업이 경기하강 국면에서 첫 희생타가
될수밖에 없는 것은 경제원론에 속하는 얘기다.

이런 정황을 감안하면 건설업계가 당면한 작금의 상황이 과연 세제의 기본
골격까지 뒤흔들어가며 "특별히" 돌보아야 할 수준인지는 되짚어볼 점이
있다.

선거용이라는 시각을 지울수 없는 것도 그래서다.

설사 문제가 있더라도 우선은 시장원리로 풀어보는게 옳바른 수순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적정한 수준으로 퇴출이 이루어진 뒤에 제도개선을 통해 시장의 하부구조를
다지는 접근방식을 택했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번 대책이 만에 하나 안정세를 다져가는 집값에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된다면 그 책임은 또다시 정부 몫으로 돌아 갈수 밖에 없게 됐다.

<정만호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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