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방송에 흘러나온 이스라엘 한 극우청년의 라빈총리 암살비보는
먼 나라 일로만 치부하기엔 너무 벅찬 충격을 던지면서 동시에 철부지
광신자의 폭력이 인류평화에 미치는 악영향에 새삼 경악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근년 고 라빈 총리가 숙적 팔레스타인과의 평화공존을 결심하고 거기에
쏟아온 노력은 탁월하고도 헌신적이어서 비록 지난해 노벨 평화상수상이
아니더라도 시오니즘의 벽을 넘어 인류적 감동을 부르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사건후 즉각 세계적으로 확산, 장례식에서 절정을 이룬 진지한 애도의
물결은 인종과 신앙을 초월해 우러나온 슬픔이며 또한 완성을 향해 중요
고비를 넘던 팔레스타인 평화정착이 다시 시련에 빠지는데 대한 우려일
것이다.

여기서 간과해선 안될 것은 이데올로기의 양극 대립체제가 무너진지 5년이
경과하면서도 기대처럼 평화가 오기는커녕 어느 면에선 더 많은 분규.마찰.
유혈이 지구 곳곳에서 끊이지 않는 근본 원인에 대한 깊은 성찰이다.

이번 사건에는 그 점에서 많은 시사가 담겨 있다.

수십년, 아니 천년을 넘게 드리운 반평화 암운이 레바논을 포함한 중동
지역에서 걷히지 않고 있는 원인이 다른 어느것 보다 종교적 광신에 있음을
우리는 이 사건에서 극명하게 읽을 수 있다.

20대의 대학재학 현행범 아미르가 소속된 것으로 알려진 유태투쟁조직
(JFO) "에얄"은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만은 어떤 대가를 치러도 수호해야
한다는 성서적 원리에 충실한, 초과격 우익단체로 정평이 나 있다.

주지하다 시피 아랍-이스라엘, 회교-기독교권간 복합적 대립의 본원은
예루살렘을 서로가 성지로 삼은 숙명에 있다.

성지를 배타적으로 지배하려는 쌍방자칭의 성전이 로마시대에서 시작,
오늘날까지 무한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어느 편이 옳고 그른가 판단키란 불가능하다.

67년 6일전쟁을 비롯한 화전의 무한교차 속의 78년 캠프데이비드협정
조인이야 말로 기적이었다.

그러나 사다트 암살이 뒤따랐다.

그20여년 후인 93년이래 고인과 아라파트의장 주도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간에 단계적 평화협정이 이행돼 왔던 것은 불안요소에 불구,
평화상으로 보상이 모자랄 세계의 희망이었다.

언제나처럼 그동안 결정적 위험요소로 작용한 것은 양진영 모두에 있는
극단주의다.

회교-팔레스타인 안에선 이스라엘과의 공존은 절대불가라고 하는 근본주의
파벌이 불화의 씨였다.

이스라엘 내부도 같았다.

특히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 정착민을 중심한 극우파는 비교적 순조롭게
진전되어 온 단계적 협정의 체결과 이행에 극렬한 반대를, 그것도 이처럼
테러로 표방했다.

라빈 이후 중동평화에 비관론이 우세해 보인다.

그러나 꼭 그런 것은 아니고 그역도 가능하다.

이번에 불붙은 그지역 평화에 대한 세계적 열망이 더이상 어떤 극우분자의
소행도 용납지 않을 것이다.

그 씨를 심은 라빈의 공로는 불멸이고 열매도 조만간 맺으리라 믿는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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