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불안하다.

가장 바쁜 연말에 정치 경제 사회분야에서 잇단 악재가 돌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전직대통령의 부정축재사건으로 일부 기업총수가
검찰에 소환되는등 재계의 분위기가 위축될 대로 위축돼있는데다 최근에는
중견업체를 포함한 중소기업의 부도율마져 높아져 위기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재야노동계의 결집체인 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
총연맹)도 11일 출범할 예정이어서 재계의 불안감은 한껏 높아가고 있다.

H그룹 관계자는 "연말은 신규투자를 결정하고 정기인사를 실시하는등
기업으로서는 가장 바쁜 때"라고 말하고 "경기가 하향곡선을 그리는 시점
이어서 더욱 불안하다"고 말했다.

재계는 하반기들어 기업경영의 고삐를 바짝 죄왔다.

경기하강에 대비, 조직을 재정비하고 세계화추세에 맞춰 경영인세대교체도
준비해왔다.

그러나 지난달 22일 노전대통령의 비자금사건이 돌출되면서 모든 일은
중지됐다.

한보 대우그룹등이 노전대통령의 비자금실명화를 도와주었다는 혐의가
포착돼 검찰의 소환수사선상에 올랐고 소환조사를 받았거나 소환통보를
받은 상태이다.

검찰수사선상에 올랐다는 루머가 계속 시중에 유포돼 기업경영은 "평상
체제"를 찾을 수 없게 됐다.

대규모 투자나 기업인수를 계획했던 기업들은 자금출처에 대한 "의혹"을
우려, 모든 계획을 백지화하기까지 했다.

정치적 악재는 곧 바로 경제 악재로 이어졌다.

비자금사건이 돌출된 지난달 22일 이후 중소기업의 부도는 부쩍 늘었다.

지난 10월들어 비자금사건이 폭로되기 전인 19일까지 하루평균 부도업체
수는 34개였지만 20일이후 지난 4일까지 일평균 부도업체수는 44개로
늘었다.

특히 11월 들어선 하루평균 63개 업체가 부도로 쓰러졌다.

사채시장이 냉각되면서 중견업체인 상일가구와 법정관리중인 논노는
지난달 30일과 지난 3일 잇달아 부도를 내고 쓰러졌다.

한계기업의 연쇄파산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편이 됐다.

설상가상으로 재야노동계의 세규합이 막바지단계에 이르러 재계를 압박
하고 있다.

자동차노조와 조선노조를 거의 장악한 민노준(민주노총준비위원회)가
11일 연세대에서 민노총전국대의원대회를 여는데 이어 12일에 10만명
규모의 전국노동자대회를 여의도에서 개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생산일정도 보장할 수 없는 형편이 된 것이다.

전경련 대한상의 무협 경총 기협중앙회등 경제5단체의 회장들이 7일
오전 오전 11시 호텔롯데에서 회동하고 10일에는 라마다르네상스호텔에서
5단체상근부회장 조찬회의를 개최키로 한 것도 이런 재계의 위기의식의
대변으로 풀이된다.

재계는 이번 두 차례 회의를 통해 상급노조가 이원화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그 여파가 산업현장에 미치지 않도록 정부의 엄정한 법집행을
촉구하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는 또 <>호황여파에 따른 근로자의 임금인상기대치상승 <>소비패턴의
고급화 <>총선 등 요인으로 내년 노사관계악화요인이 많은 내년에도 올해의
노사관계안정기조가 이어질 수 있도록 경제계가 노력해야한다는 입장도
천명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재야노동세력들은 법으로도 막을 수 없는 형편이어서 내년
노사관계의 악화는 불을 보듯 뻔한 형국이 된 셈이다.

S그룹 관계자는 "총선이 있는 96년은 노사관계악화요인이 산재해있다"며
"연말에 이 불길을 잡지 않을 경우 내년에는 어떻게 기업경영을 해야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권영설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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