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이염 수술의 대가, 난청연구의 개척자로 명성이 높은 국내 이비인후
과학계원로 노관택 한림대학교의료원장(65).

후학들로부터 후덕한 인품의 소유자로 평판이 좋은 노원장은 인화를
통해 병원경영에도 남다른 수완을 보이고 있다.

그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모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이비인후과장을 거쳐 3년간 서울대학교 병원장을 지냈다.

대한병원협회부회장을 역임하고 현재는 아시아-오세아니아이비인후과
연합회이사장과 한.불의학회장을 맡고 있다.

내년 8월 서울에서 있을 아시아-태평양 청각장애학술대회의 대회장
으로서 각계각층의 후원과 관심을 모으기 위해 바뿐 그를 한강성심병원에
있는 사무실로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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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체가 불편한 사람들을 돕는 일을 많이 하신다는 얘기를 듣고
있습니다.

<> 노원장 = 과찬의 말씀입니다.

타고난 직업이 의사이고 또 진료과목이 이비인후과이다보니 난청자를
위해 라이온스 클럽이 운영하는 라이온스 난청센터에서 진료나 수술의뢰가
있으면 수시로 달려가 실비만 받고 응하고 있습니다.

모르면 모를까 알면 도움이 필요한 곳에 달려가야 하는게 의사라는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비인후과중 특히 중이염분야에 몰두하게된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 노원장 = 남들도 다 잘하는 것이지만 중이염 치료수술을 많이
해왔죠.

내가 의과대학을 졸업할 당시에는 귀에서 염증을 일으켜 고름이 흥건히
고이는 중이염이 많았습니다.

특히 여성에게 많았고 중이염이 만성이 돼 난청으로 이어지는 수가
있습니다.

여기에 관심을 쏟다보니 15년전부터는 거의 중이염환자만 보아왔습니다.


-난청연구 시작에는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 노원장 = 73년에 프랑스정부 초청으로 프랑스유학을 갔습니다.

거기서 배운 것이 난청환자의 언어치료였는데 귀국후 서울대병원에
난청 언어치료실을 만들었죠.이것이 인연이 돼 현재 한.프랑스 의학회
회장을 맡고있습니다.

또 78년엔 미 위스콘신의과대학의 언어치료 전문가를 초청, 난청
어린이들의 언어교정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을 환기시켰습니다.

어릴때 난청이면 말을 배우지 못합니다.

또 부모가 청각.언어 장애자이면 후손들도 그 장애를 이어받을 수
밖에 없는게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이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더욱 커져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프랑스 유학후 뇌성마비 등 정신박약아의 언어치료와 치과적치료등을
접목해서 다양한 분야의 치료방법을 연구했습니다.


-내년 8월 서울에서 열리는 제5차 아시아.태평양 청각장애학술대회
준비는 잘 돼갑니까.

<> 노원장 =이 학술대회는 농아학교 교사, 장애복지사업 참여자,
의사 등을 위한 대회로 청각.언어장애를 병리학 및 예방의학 차원에서
접근하고 이들 장애자의 교육과 의사소통방식, 고용증진, 복지정책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입니다.

그런데 청각장애는 장애중에서도 극심한 장애로 인식되지 않아
국제대회를 개최하는데도 정부지원이 미약한 형편입니다.

독지가와 기업인을 설득해 동참을 부탁하고 있습니다.

청각장애자들도 참가하므로 전문 수화통역이 필요한데 재정때문에
어려움이 많아요.

청각장애자들은 남모르게 자폐적인 정신질환을 앓고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다소 불완전한 통계지만 우리나라에 청각장애자는 30만명정도로
추산되고 있어 국민의 보다 많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한림대 의료원은 노인의료분야에 관심이 큰것같습니다.

<> 노원장 = 한림대 의료원에서는 국내최초의 노인성질환전문센터인
한국노인보건의료센터 개원4주년을 기념해 지난9월 "노인의료복지의
전망"이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습니다.

이 센터에서는 고혈압 당뇨 뇌졸중 노인성치매 전립선비대증 등 노인에
해당되는 여러 만성 퇴행성 질환을 모든 진료영역에 걸쳐 치료하고
있습니다.

또 극초단파 전립선치료기 등 첨단장비를 갖춰 진료에 부족함이 없게
했습니다.

의학이 발전하면서 인간의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역설적으로 노인문제도
점증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치매증이있는 부모를 두고 회사에 출근하는 자식의 심정은
얼마나 불안하겠습니까.

골프공을 삶아 퇴근한 아들에게 찐계란이라고 권하는 치매부모가
있었다는 보도는 식구들이 집을 비운사이 화재를 낼 수도 있다고
상상하게 만듭니다.

일본은 경제성장에 따라 65세이상 노령인구가 급증해 전체인구의
15%를 넘었고 이중 거동을 못하는 임상노인이 50만명을 넘었습니다.

일본은 복지수요를 예측하지 못한 것을 자책하고 최근 의회에서
노인복지의 획기적 개선을 위해 법률제정을 추진중에 있다고 합니다.

반면 이에 대한 우리의 준비는 전무한 상태입니다.

국가가 노인시설을 지어 수용하거나 탁아소와 같은 일종의 노인위탁소를
만들어 낮동안 노인을 맡고 사회복지단체로 하여금 각가정을 방문해
일일이 보살피는 등 총체적인 노인복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시립 영등포병원장시절 적자에 허덕이던 병원을 3년만에 흑자로
돌려놓아 주위에서 모두 놀랐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경영노하우를 가지고 계신지요.

혹시 이런 역량이 인정돼 서울대병원장을 맡게된 것은 아닙니까.

<> 노원장 = 글쎄요.

당시 영등포병원장에 부임하니 문짝도 너덜거리고 의사의 사기나 원내
분위기가 형편없었습니다.

그래서 직접 망치와 청소도구를 들고 시설을 개수하고 원내 곳곳을
청소했습니다.

이후 직원들의 자발적인 동참에 힘입어 친절하고 산뜻한 병원이
돼갔습니다.

퇴근길엔 직원들과 포장마차에서 소줏잔을 기울이며 "한마음 한가족"
이란 구호를 외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이렇게 이뤄진 인화와 단결은 모든 일이 순조롭게 이뤄지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또 지역적 특성에 맞춰 저층민을 위해 봉사하는 병원이 되자고
강조했습니다.

당시 의료보호대상자에 대한 구청의 수가지불이 5~6개월씩 지연되는
실정이었으나 영등포병원에는 의료보호환자가 많아 원무과 직원들에게
구청에 적극적으로 수가를 청구하도록 독려했습니다.


-한국경제신문사와 대한병원협회는 명랑하고 친절한 의료풍토조성과
긴급인명구조를 위한 "사랑이 가득한 병원"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종합병원에가면 3시간을 기다려 3분 진료받을 정도로 문턱이 여전히
높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환자중심의 의료서비스를 위해 시정돼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 노원장 = 부유한 사람들이 많아진 요즘 임금과 소득수준을 감안할
때 의료비는 오히려 상대적으로 저렴해졌습니다.

동일한 진료비라면 종합병원으로 몰리는 것이 당연합니다.

의료기관은 1차 2차 3차 진료기관으로 구분돼 제도적으로 훌륭하지만
직함과 연분을 동원해 사소한 질병에도 종합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한 원인입니다.

지금도 서울대병원 응급실바닥에 자리를 깔고 입원실 하나 얻으려고
누워있는 불치병 말기환자가 있는 실정입니다.

친절한 병원이 되기 위해서는 환자와 의료인들과의 깊은 불신, 가벼운
질병에도 종합병원을 찾는 환자의 최고지향주의등이 사라져야 한다고
봅니다.


-의료도 자본주의 논리에서 보자면 공급되는 질의 차이에 따라 가격도
차등화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 노원장 = 의사가 부족하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호스피털 마케팅이란 용어가 등장할 정도로 적자에 허덕이는 병원이
많습니다.

세상 어느나라에서 대학병원의사가 진료본연의 업무를 떠나 병원수지에
신경써가며 하루에 외래진료환자를 1백50명이상씩 보겠습니까.

개인기와 경력을 지닌 의사는 더 많은보상을 받아야 하는데 획일적인
진료수가는 불합리한 점이 많다고 생각됩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바람직한 의료체계는 무엇입니까.

<> 노원장 = 외국의 경우 극소수의 개인병원이 있을 뿐 거의 모든
병원은 정부, 종교단체, 공익재단 등에서 출자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의과대학에 대한 지원도 엄청납니다.

군사정권하에서 이뤄진 현 국민개보험은 의료수가가 낮아 약품
랜딩(Landing)이나 지정진료라는 바람직하지 않은 사례들을 초래한
것입니다.

합리적으로 차별화된 의료보험제도와 의과대학에 대한 대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후학들에게 권하고 싶은 바람직한 의사상은.

<> 노원장 = 역시 연구하는 의사입니다.

10년이 지난 의료지식은 쓸모가 없습니다.

의대생들에게 공부가 싫으면 일찌감치 의대를 떠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평생 공부하여 새로운 의학지식과 기술을 습득해야 합니다.

의사들은 매년 15학점씩 보수교육을 실시하는데 교육에 불성실하게
임하는 의사들은 반성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병원경영에서 강조할 점은 무엇입니까.

<> 노원장 = 관리자는 원만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면서 과업중심이 아닌
"인간중심의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서구의 "일을 중심으로 한 계획"은 일의 보람을 줄인다고 봅니다.


-평소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십니까.

<> 노원장 = 골프는 썩 잘하는 편이 못돼 자주 하지 않고 매주 등산을
갑니다.

아침마다 6시 30분에 일어나 1시간동안 헬스클럽에서 웨이트트레이닝과
수영을 하고 9시에 정시 출근하고 있습니다.

< 대담 = 강영현 과학정보통신부장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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