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영"의 깃발을 내건 대우호가 "비자금 암초"를 만나 또 한차례
시련을 겪게 됐다.

대우 김우중회장이 원전수주와 관련된 뇌물제공 혐의로 징역 8월에 집행
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가 사면된게 지난 8월.

그 쓰라린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이번에는 비자금파문에 연루돼 대우
그룹의 진로에 암운이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재계는 특히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대우가 야심적으로 추진해 온
"세계경영"야망에 제동이 걸릴 것인지에 주목하고 있다.

세계경영은 대우가 지난 93년3월 해외에서의 사업확장을 위해 내세운
슬로건.

작년 11월에 발표된 "2000년까지의 세계경영 추진전략"은 해외에 6백50개
산업기지를 구축하고 매출액을 1백38조원으로 늘린다는 원대한 야망을 담고
있다.

이런 슬로건하에 대우그룹이 벌여온 해외사업확장세는 다른 그룹에서도
감탄을 넘어 걱정스러워 할 정도였다.

세계경영을 선언할 당시 65개였던 해외현지법인 수가 지난 10월말에는
2백46개로 불어났다.

불과 2년반만에 4배로 사업이 확장된 셈이다.

대우는 특히 이제 막 시장경제 체제로 이행하고 있는 구공산권이나 중국
베트남 등에서 사업을 확장하는데 있어 다른 그룹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발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올해만해도 체코의 국영 트럭회사인 아비아사를 인수한 것을 시발로
폴란드에 1억3천만달러를 투자하는 유럽최대의 가전단지 건설계획을 발표
했고 베트남에서는 하노이공단 건설등 10억달러의 투자계획을 내놓았다.

또 중국에서는 30여건의 신규 프로젝트를 위해 지주회사까지 설립했다.

대우가 이처럼 엄청난 속도로 해외사업을 벌여나가는데 대해 재계에서
"무슨 돈으로 그많은 사업을 벌이느냐"하는 의문을 가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에 대한 대우측은 해명은 의외로 간단했다.

대우는 해외 파이낸싱기법에 앞서 있어 다른 어떤 기업보다 앞서 있기
때문이라는 것.

실제로 대우그룹 경영진에는 해외금융에 밝은 전문가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다.

(주)대우의 강병호사장 등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대우는 또 "세계경영에 들어가는 자금이 생각처럼 많은 것도 아니다"라는
설명도 덧붙인다.

전체 투자규모는 많지만 이중 사업초기에 들어가는 순수한 대우지분만
따지면 93년이후 지금까지의 투자액이 30억달러정도라는 게 대우측 설명
이다.

어찌됐건 대우의 세계경영 구상은 이번 비자금파문으로 상당히 제동이
걸릴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무엇보다도 대우의 이미지가 실추돼 해외에서 금융을 일으키기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김우중회장이 이번 일로 법적제재라도 받게 되면 그의 행동반경이
제약되고 이 경우 김회장의 얼굴 하나로 구축해놓은 해외에서의 사업인맥도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그러나 대우측은 외부에서의 이같은 시각과 달리 "세계경영의 진로에는
아무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그동안 해외에 벌여놓은 사업들이 하나 둘 정상적인 궤도에 들어가기
시작했다는게 그 주된 근거다.

대우는 또 김회장이 비자금을 실명전환해 준 것도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합의차명''이라는 점을 들어 형사처벌까지는 안 받을 가능성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그룹관계자는 "대우는 과거에 이보다 더한 시련도 극복해 왔다"며 "이번
사태를 세계경영의 전열을 보다 탄탄하게 다지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혁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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