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주택건설업계의 오랜 희망사항인 아파트 분양가자율화를 빠르면
내년 상반기중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에서부터 시행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러한 단계적 자율화방안은 주택건설업체의 자금난을 덜어주기 위해
마련된 "미분양주택 해소책"의 일부로서 관계 부처간의 의견조정을 거쳐
오는 8일 확정발표될 예정이다.

우리는 정부방침을 원칙적으로 지지하지만 몇가지 점에서 개선과 보완이
필요함을 지적하고자 한다.

먼저 지방우선의 단계적인 분양가자율화가 주택건설업체의 자금난을 덜어
주는데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하리라는 점을 꼽을수 있다.

지금 주택의 미분양이 심한 곳은 수도권 이외의 지방이 대부분으로 해당
지역의 주택수요에 비해 공급물량이 지나치게 많았기 때문이다.

지역적인 주택 과잉공급은 수도권지역의 택지부족, 물량공급 위주의
주택정책 이외에 일단 짓고보자는 식의 무사안일한 경영자세 탓도 있다.

따라서 이같은 문제들을 방치한채 분양가만 자율화한다고 해당 지역의
주택과잉공급이 해소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 지적할 점은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에서의 분양가자율화는 별로
의미가 없다는 사실이다.

우리경제가 자본주의 경제임에도 그동안 물가나 분양가를 시장자율에
맡기지 못한 까닭은 만성적인 공급능력부족 및 시장구조의 왜곡 때문이었다.

주택난도 인구의 도시집중및 극소수의 토지과점, 그리고 이를 틈탄 부동산
투기 때문이며 이런 현상이 가장 심각한 지역이 다름아닌 수도권이다.

따라서 수도권을 뺀 지방의 분양가자율화는 주택건설업체에 별 도움이
안될 뿐만 아니라 주택정책의 방향전환으로 보기도 어렵다.

이같은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정책 당국이 전면적인 분양가
자율화를 미루는 까닭은 부동산투기의 재발을 걱정하기 때문이다.

지난 88년말 당시 박승 건설부장관이 아파트분양가 자율화방침을 밝히자
부동산값이 폭등한 사실은 아직도 기억에 새롭다.

그러나 분양가자율화를 뜨거운 감자로 여겨 무작정 미룬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차라리 중대형 아파트의 분양가를 자율화하되 국민주택규모의 소형아파트
의무건축 비율을 종전대로 45%로 하거나 상향 조정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그래야 지역적인 주택수급 불일치도 완화될수 있으며 분양가 자율화의
실효도 거둘수 있다고 본다.

부동산투기의 우려가 없지 않으나 금융소득 종합과세와 부동산 명의신탁의
실명전환으로 기본적인 여건조성은 이뤄졌다고 본다.

동시에 부동산과표의 현실화, 양도소득세 면제 또는 비과세조항의 악용,
도시계획및 토지용도의 잦은 변경 등의 문제를 서둘러 개선하고 재정금융
정책을 안정적으로 운영할때 부동산투기의 우려도 사라질 것이다.

끝으로 한때 주택건설업계가 분양가규제를 부실공사의 원인으로 돌린 적이
있으나 그보다는 정치권과 공무원의 부정부패근절, 잘못된 하도급 관행의
시정등이 보다 시급한 과제라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