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10월중 국산 자동차내수 판매실적은 13만32대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기간에 비해 무려7.4%나 줄었다.

반면 수입차판매량은 현격히 늘고 있다.

1-9월중 5천2백48대가 팔려 전년동기 대비 84.9%나 늘었다.

수입차판매실적은 지난달에도 급신장추세가 이어졌다.

이같은 자동차 판매실적을 집계한 업계는 침울하기만 하다.

"자동차 내수시장은 죽어가고 외제차는 물밀듯이 밀려오고."(현대자동차
K전무)라는 탄식도 흘러나온다.

내수침체는 고성장시대의 "종말"을 의미하고 급신장하는 수입대형차에
대응하다보면 이윤은그만큼 떨어질수 밖에 없으니 그럴만도 하다.

무엇보다 업계는 10월 내수판매 감소율이 올들어 가장 높은 수치라는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판매율이 급강하면서 1-9월중 전년동기대비 2.4% 감소했던 판매량은
1-10월 누계로는 2.9% 줄어들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연말까지의 판매량은 지난81년이래 처음으로
마이너스성장을 기록할 게 분명하다.

마이너스 신장을 막으려고 업체들이 이달부터 연말까지 대대적으로
판촉활동을 전개하고 있지만 그래봤자 판매량이 "플러스"로돌아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

업계의 분석은 두달전만 해도 그렇지가 않았다.

올 상반기중에 판매실적이 비록 마이너스(2.6% 감소)성장을 보였지만
하반기엔 신차들이 많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호전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지난9월부터 현대의 아반떼투어링 기아의 크레도스등 10여종의
신차가 쏟아져 나왔다.

상반기에 선보였던 아반떼등을 포함하면 올해는 사상 유례없는 신차의
"대풍년"이었다.

수요를 유발시키기에 충분하다는 얘기다.

그런데 결과는 업계의 예상을 빗나갔다.

내수가 호전되기는 커녕 "마이너스행진"의 연속이었다.

이제는 내수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지난15년간 20%이상의 고도성장을 해오던 내수 호황도 종지부를 찍게 된
셈이다.

문제는 내수시장의 자연치유가 힘들다는 점.우선 대체수요가 신규수요를
앞섰기 때문이다.

작년에 자동차 구입자의 55% 였던 대체수요는 올해 60%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자동차가 지난9월 기아차를 구입한 고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결과 대체수요자가 전체 판매량의 70%를 넘어섰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물론 내수침체는 업체들이 스스로 화를 자초한 결과라는 주장도 있다.

"업체들이 작년까지 경쟁적으로 실시한 "무이자 할부판매"제가 올해엔
없다보니 수요가 당연히 줄수밖에 없다"(박원장기아경제연구소연구위원)는
얘기다.

작년까지 내수판매량이 높은 것도 무이자할부에 따른 가수요 유발요인
이었다는 지적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대체수요가 신규수요를 앞선이상 내수판매의 급신장을
기대하기 힘들다.

수입차의 개방물결은 업체들의 수지를 악화시키는등 구조적인 변혁을
일으킬것으로 예상된다.

업체들은 그동안 소형차에서 밑지고 중.대형차에서 이윤을 남기는 전략을
취해왔다.

그런데 수입 대형차에 밀리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 시장점유율을
"방어"하는 일이 급선무다.

그러기 위해선 마진을 적게 남기더라도 많이 팔아야 하고 그러다보면
수익은 떨어질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현대기아가 지난달말 2천 초과 대형차의 판매가를 5% 인하키로 한것도
수입차업체들의 "선수치기"에 마지못해 뛰따란 것 다름아니다.

특히 일본메이커들의 "한국상륙"은 업체들이 당면한 "발등의 불"이다.

일본최대메이커인 도요타사가 한국시장에 진출하기위해 현재 판매법인
설립을 추진중이다.

"한국소비자들의 취향에 맞는 일본차들이 밀려들어오면 사실 대응전략을
마련하기 조차 어려운 게 현실"(홍두표현대자동차전무)이다.

이러한 난관을 헤쳐나가기 위한 전략은 경쟁력있는 차를 만드는 일외에
묘안은 없다는 게 자동차업계의 현실이다.

갈수록 차를 팔기가 힘들어지고 경쟁사및 외국업체와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현 상황은 이런점에서 자동차업체들의 "생사"갈림길에 처해있는 셈이다.

<이성구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