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여러가지 모임에 관여한다.

학교동창 모임도 있고, 직장동료들의 모임도 있다.

또 취미가 같은 사람들끼리의 동호인 모임도 있다.

보는 사람들에 따라 다르겠지만,그런 모임중 가장 애착을 갖는 것은
아마 학교동창 모임일 것이다.

그것도 국민학교 동창 모임이라면 더욱 애지중지하는 모임이 아닐수
없을 것이다.

용정회.

이 모임은 전북 남원군 금지면소재 고향의 국민학교 이름을 딴 모임이다.

용정은 공교롭게도 우리 선조들이 일제시대에 독립운동을 활발히 펼쳤던
만주지방의 지명과 똑같아 의미를 더해준다.

용정회는 58년 용정국민학교를 졸업(8회)한 동기생 14명으로 구성됐다.

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모임을 만든 것은 아니고 졸업후 17년이 흐른
지난75년 맨처음 모임을 가졌다.

모두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기반을 잡아갈 무렵 가장 먼저 상경한
김현신 이정의 두 동창생의 제의로 이 모임이 출범했다.

처음 몇년간은 14명의 남자 동기생들만 모였다.

모임횟수는 한달에 한번씩이었다.

그러다가 누군가의 제의로 부부동반 모임이 돼버렸다.

14명의 회원이 28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그때부터 모임장소도 집으로 바뀌었다.

매월 동창생들의 집을 돌아가면서 의를 쌓아갔다.

남자들 14명이야 국민학교 동창생이므로 처음부터 "야,자"를 한것이
당연했지만, 모임의 연륜이 쌓여가면서 부인들도 서로 친구가 돼버렸다.

오히려 남자들보다도 더 가까워진 것이 아닌가하는 부러움이 들 정도
이다.

용정회는 모임때마다 특별한 일은 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불고기에 소주를 반주삼아 살아가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등을 하는 평범한 모임이다.

누군가의 제의로 10년전쯤에는 윤균호 담임선생님을 찾아뵙고 흘러간
세월을 이야기했으며, 79년에는 모교에 간이상수도 시설을 설치해주기도
했다.

용정회 구성원들을 보면 모임의 창설자격인 이정의 서울시의원, 김현신
금정하우스픽스 대표를 비롯해 현회장인 필자, 방길원 조흥은행 충무로
지점장, 신두식 산업은행 부장, 장문익 약사, 김천옥 한일세무법인 세무사,
김문수 사회복지관장, 양상규 광문여중교사, 그리고 김원중(농협) 김석종
(서울시청) 장인성(동작구청) 장영수(국제푸르메 남부총판) 김상수
(대한통운) 제씨이다.

20년동안 한번도 거르지 않고 매월 모여온 용정회.

지금까지 해외라고는 제주도밖에 다녀오지 않았지만, 96년에는 전회원들이
부부동반으로 외국여행을 할 계획을 세워두었다.

그 여행이 실현되면 나를 비롯한 회원들은 용정회에 더욱 애착을 갖고,
역시 친구는 오래된 것일수록 좋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달으리라.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