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가을이 되면 여기저기 흩어져 살던 가족들이 모여 김밥을 싸들고
단풍놀이를 간다.

그래서 21일밤 12시쯤 일부가족이 남원에서 만나 최종 목적지인 함양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중 나온 가족중 한분이 느닷없이 "만원짜리 한장 준비하레이"
하는 것이었다.

그곳은 주변에 차량이 없으면 순찰자가 무조건 잡는다는 것이었다.

남원에서 함양까지는 편도 2차선으로 되어있어 속도를 시속 80km 이상
넘으면 안된다고 했다.

그러니 그것을 잘 모르고 속도를 내며 달리던 여행객들이야 어떠하겠는가
싶었다.

우리는 계속 80km 를 유지하며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앞에서 순찰차가 나타나더니 멈추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리고 음주 측정을 해보고 차안을 들여다보고 하더니 속도 위반을 하면
우리가 모를줄 아느냐며 15점짜리 벌점에 6만원짜리 스티커를 발부할테니
면허증을 가지고 내리라고 한다.

그런데 내렸다가 몇초도 안되어 자리로 돌아오신분이"내 뭐랬노.
만원짜리 준비하라고 하지 안했나? 주위에 차 한대만 있었어도 만원은
안뺏기는 긴데."라고 했다.

정말 기가 막혔다.

아직도 자기의 직업에 의존해 남을 이용수단으로 삼는 공무원이 있다니
말이다.

이런 일부사람들이 전체 공무원을 욕되게 하는건지 아니면 아직도 이런
행위가 만연하고 있는건지, 하여튼 한두번 겪은일이 아닌 이곳사람들은
부당한줄 알아도 또다른 꼬투리를 잡아 시빗거리를 만들어 내니 차라리
돈을 주는게 낫다며 그냥 운이 없는셈친다고 넘긴다고 했다.

이래도 되는건지 한심할 뿐이다.

황선옥 <서울 신도림동 우성아파트>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