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국가경쟁력이란 단어만큼 인구에 회자되는 단어도 드물다.

크게는 우리경제의 국제화 세계화에서 작게는 교통난 해소에 이르기까지
모두 국가경쟁력 강화와 연결되고 있다.

특히 지난9월 스위스의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우리나라 국가경쟁력이
조사대상 48개국중 24위에 해당하며 이는 조사대상 27개 개도국중 7위에
해당한다고 발표하자 많은 사람들이 실망한 적이 있다.

국민들은 국경없는 무한경쟁시대에 우리나라가 경쟁에서 뒤처질 것을
걱정하고 있다.

국가경쟁력이란 어떤 것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일까.

국경없는 무한경쟁 시대에 국가경쟁력이 약한 나라는 도태될수 밖에 없기
때문에 국가경쟁력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된다는 대답은 반드시 옳은 대답
이라고 할수는 없다.

국가경쟁력의 개념은 언뜻 이해하기 쉽다고 느낄지 모르나 따지고 들면
매우 애매모호하다.

우선 경쟁은 기업이 하는 것인데 마치 국가가 기업을 대표해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처럼 묘사하는 것부터가 그렇다.

국가는 기업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대표하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경쟁력이란 단어 대신 기업경쟁력이란 단어를 쓰는 것이
훨씬 좋겠다.

자유시장경제의 주체가 기업일진대 시장경쟁에 국가를 끌어들일 이유가
없고 국가도 기업경쟁력강화라는 명분으로 기업활동에 개입할 이유가 없다.

더욱 애매한 것은 바로 경쟁력의 개념이다.

흔히 값싸고 질좋은 물건을 만들때 경쟁력이 강해진다고 한다.

그러나 경쟁이 제대로 이뤄지는 시장에서는 값도 싸고 질좋은 제품을
만들기 어렵다.

경쟁시장에서 값이 싼 제품은 품질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제품일 것이다.

한편 품질이 좋은 제품은 가격이 비싸다.

질좋은 제품의 수요는 증대하게 마련이고 질좋은 제품을 만든 노동자들은
보다 높은 임금을 요구할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무역에 적용하면 한 나라의 생산성이 다른 나라보다 낮다고 하여
그나라가 수출시장을 완전히 잃어버리거나 반대로 생산성이 높다고 하여
수출시장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경쟁의 잣대는 생산성뿐만아니라 가격이다.

질이 나쁘더라도 그만큼 싸게 팔면 경쟁력이 생긴다.

이것이 바로 경제학에서 가르치는 비교우위의 원리이다.

따라서 국가경쟁력 또는 국가생산성을 높여야만 무한경쟁시대에서
살아남을수 있다는 주장은 전적으로 옳은 주장은 아니다.

산업생산성이 낮은 나라도 얼마든지 경쟁에서 살아남을수 있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경제발전 역사가 대변해 주고있다.

경제개발 초기 우리나라의 생산성이나 제품의 질은 보잘것 없었으나 현재
와 같은 경제발전을 이룰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현재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은 세계24위밖에 안되지만
우리나라는 경제성장을 지속할수 있다.

그렇다면 선진경제사회로의 도약을 위해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을 강화
하자는 주장은 한낱 허구에 불과하다는 말인가.

그렇지 않다.

다만 국가경쟁력을 다른나라와의 경쟁과 연계시키지 말고 국가간 경쟁과
무관하게 국가생산성을 높이자는 의미로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또한 우리가 국가의 생산성을 높이기위해 불철주야 노력해야 하는 것은
더 좋은 물건을 더많이 만들어 더 잘 살기위한 것이지 국가간 경쟁에서
승리자가 되기위한것이 아님을 명심하자는 말이다.

앞서 지적한대로 생산성이 높아지면 그 물건을 만드는 사람들의 임금이
오르게 되므로 가격이 내려가지 않는다.

물론 이 경우 임금을 안 올리고 가격을 낮춰 경쟁기업을 몰아낼수 있다.

그러나 생산성이 떨어지는 경쟁기업도 가격만 낮춰 대항할수 있으므로
쓸데없이 가격전쟁이 벌어질 염려가 크다.

생산성을 높이려는 목적이 경쟁기업을 누르려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예전보다 더많이 생산해 더 잘 살기위한 것임을 서로 잘 이해하고 있다면
쓸데없이 임금인하경쟁을 벌여 국민의 생활수준을 낮출 이유가 없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통해 국가경쟁력강화의 목적이 국가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함이 아니라 생산성을 제고해 예전보다 더많이 생산하기 위한 것임을
알수있다.

이같은 견해는 국가경쟁력 개념의 허구성을 지적하는 미국의 폴 크루그먼
교수등에 의해 전략적 산업.무역정책을 비판하는 논거로 주장된바 있다.

국가경쟁력의 의미를 확실히 이해하지 못하고 의미야 어떻든 국가경쟁력
향상이 경제발전에 도움이 될것으로 막연하게 이해한다면 좋은 의도로
출발된 정책이 의도대로 되지 않는 결과를 낳을수도 있다.

예를들면 많은 사람들이 세계경쟁에서 살아남기위해서는 고부가가치산업을
육성하고 전략적 산업정책을 구사해 경쟁의 우위를 선점해야하며 이것이
바로 국가경쟁력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고 하자.

그러면 국가경쟁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70년대식 중화학공업정책을 다시
추진할수도 있다.

생산성향상을 경쟁력제고의 수단으로 이해하면 시장개방도 원만히 이루어
질수 없다.

시장개방으로 생산성이 높은 해외기업이 진입하면 우리 시장을 잠식당할
것으로 우려하기 때문이다.

무한경쟁시대의 국가간 경쟁은 경제전쟁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시장개방과 경쟁을 통해 서로의 발전을 기약할수 있다.

시장개방은 질은 나쁜데 가격만 비싼 제품을 더이상 생산할수 없게한다.

국가경쟁력강화가 값싸고 질좋은 제품의 생산을 의미한다면 이는 바로
개방과 경쟁을 통해 이뤄진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3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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