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풍조가 확산되면서 도시가계의 저축률이 87년 이후 8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의 "95년 도시가계 저축시장 조사결과"에 따르면 도시가계
평균저축률은 94년의 32.4%에서 올해는 29.3%로 87년(28.4%)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저축기관중 은행의 비중은 42%로 가장 높기는 하지만 제도금융권인
신협 신용금고 투금사의 저축은 줄어들고 계.사채등 사금융을 통한 저축
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가구당 평균 저축액은 전년보다 34.6% 늘어난 1,744만원이었으며 차입금
도 413만원으로 늘어났고 차입금을 보유한 가구의 비율이 전년의 27.6%
에서 33.3%로 늘어났다.

오늘은 32돌을 맞는 "저축의 날"이다.

가난했던 시절, 그 가난을 벗어나기 위한 유일한 희망은 저축이었다.

생활에 여유가 생긴 오늘에 이르러서도 저축의 중요성은 여전히 높다.

그런데도 도시가계의 저축률은 떨어지고 있다.

소비성향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필요하면 돈을 빌려서라도 지출한다는 가구비율이 94년의 12.7%에서
25.1%로 늘어난 것이 이를 반영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5월중 전국 60개 도시의 2,500가구를 대상으로 작년
5월부터 올 4월말까지 1년동안 여유자금을 어떻게 운용했는가를 조사한
이러한 결과는 우리에게 무엇을 시사하는가.

저축을 아무리 많이 해도 필요한 자금을 충당하지 못하면 빚을 얻어야
한다.

94년 국민소득계정의 국민총저축률은 35.2%를 기록했다.

이러한 저축률수준은 상당히높은 것이지만 국내투자율 36.1%에 미치지
못했다.

이는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국내 저축으로 충당하지 못하고 외자에
의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상수지적자, 외채누적은 달리 표현하면 국내 저축의 부족인 것이다.

도시가계의 저축률하락이 그대로 국민총저축률 하락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럴 가능성은 크다.

도시가계를 비롯한 국민의 씀씀이가 헤퍼지면 저축의은 줄어들기 때문
이다.

먹고 마시고 놀자는 풍조는 어제 오늘에 비롯된 것은 아니다.

소득수준이 높아지면 소비패턴도 변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소비풍조가 지나치게 확산, 과소비를 우려할 정도
라서 늘 문제가 돼왔다.

아무리 소비가 미덕인 사회를 이야기한다 해도 경제발전에 힘을 쓰고
선진국을 따라잡으려는 나라에서는 저축은 여전히 미덕이다.

왕성한 투자활동을 국내 저축으로 충당하지 못하면, 더욱이 앞으로
사회간접자본시설 투자를 크게 늘려가야할 상황에서 저축이 늘어나지
않는다면 경제발전의 지속은 경상수지 적자누적, 외채누적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속속 밝혀지고 있는 비자금 규모를 보는 일반국민은 초라한 살림살이를
한탄하고 있다.

그러나 세상이 아무리 어지럽다 해도 바른 길로 갈수밖에 없다.

버는 것보다 더 많이 쓰는 생활은 개인이건 나라건 오래 지탱되지
못한다.

미래를 내다보고 열심히 일하고 저축하는 생활은 소비건전화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