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담 = 조우현 < 산업1부 기자 > ]]]


삼성전기 이형도대표이사(부사장)는 요즘 힘이 부쩍 난다.

이달들어 국내 전자부품업체로는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넘겼기 때문이다.

내친 김에 올 연말에는 1조4천억원 고지에 도달하겠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

이대표가 삼성전기에 부임했던 지난 92년보다 딱 두배많은 액수다.

지난 6월에는 일본 능률협회가 수여하는 "종합생산성대상"도 수상했다.

일본기업이 아닌 다른 나라회사가 이 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그에게도 고민은 있다.

그룹의 승용차사업 진출에 따라 자동차부품이라는 신규사업을 벌려놨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주일에 세번은 자동차부품사업팀이 있는 역삼동 사무실로 출근
한다.

나머지 삼일은 수원본사에 내려간다.

서울과 수원을 오가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이대표를 만나봤다.


-매출 1조원 돌파가 갖는 의미는 무엇입니까.

<>이대표=취약한 국내 부품업계의 발전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는데 큰
뜻이 있지요.

사실 한국 전자산업에서 부품은 골치덩어리처럼 여겨지고 있지 않습니까.

늘 부품기술력이 떨어진다는 말도 따르고요.

매출 1조원 돌파는 그런 측면에서 부품도 하면 된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지요.


-그렇지만 기술력은 아직 뒤지는게 사실아닙니까.

<>이대표=물론이지요.

아직 기술적으로는 선진수준에 훨씬 못미칩니다.

다만 부품업계를 감싸고 있던 "패배주의"는 털어낼 수 있게 된 것은 분명
합니다.

이번에 자신감을 얻었으니 앞으로 선진업체들이 놀랄만한 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 겁니다.


-말처럼 쉽지는 않을 텐데요.

<>이대표=저희 회사에서 만드는 제품중에 MLCC(적층세라믹콘덴서)라는게
있어요.

칩부품의 일종인데 상당히 고부가가치 제품입니다.

세라믹 파우더라는 재료를 써서 만듭니다.

지난해까지만해도 일본업체들만 양산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MLCC를 만들고 싶어도 할 수 없었어요.

하지만 올초에 저희가 개발해 냈습니다.

이제 마음놓고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이런 제품들이 이제 계속해서 쏟아질 것입니다.

이를 위해 일본 러시아 미국등의 유수기업들과 공동개발체제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부품은 일반 조립제품보다 기술발전속도가 늦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서야 MLCC 원재료를 개발했다는 것도 그렇고요.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대표=부품은 가격이 매우 쌉니다.

저희 회사에서 만드는 제품중에 판매가격이 개당 3원인 것도 있어요.

따라서 물량과 실적위주의 수출정책에는 맞지 않아요.

TV한대를 팔면 몇십만원의 매출이 생기는데 10원미만의 제품판매에 매달릴
이유가 없었지요.

게다가 상당한 설비투자가 필요한 장치산업이지요.

한마디로 돈은 많이 들어가는데 생색은 안나는 사업입니다.

신경이 안쓰였던 게 어쩌면 당연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지고 있어요.

과거엔 조립기술이 부품보다 우위에 있었지만 지금은 부품이 조립제품
기술을 선도하고 있거든요.

부품기술개발을 게을리 할 경우 낙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정부나 업계가
모두 깨닫고 있습니다.


-오는 2000년에 매출 7조원을 달성해 세계 3위업체로 뛰어오른다는 장기
비전을 세우셨는데 자신 있으십니까.

<>이대표=올해 매출목표는 1조4천억원입니다.

이는 지난 92년말보다 2배 늘어난 것이지요.

사업구조를 MLB(다층회로기판)등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전환한게 큰
힘이 됐지요.

또 투자도 많이 했습니다.

지금 DY(편향코일)이나 FBT(고압변성기)등은 세계에서 제일 많이 생산하고
있습니다.

사업구조를 고부가가치화 해가면서 이동체통신부품이나 광부품등 전략품목
을 집중 육성할 계획입니다.

또 멕시코 중국 태국 포르투갈에 있는 해외공장외에 브라질등에도 현지
생산체제를 구축할 생각입니다.

설비도 계속 증설하고요.


-모기업격인 삼성전자에 대한 매출비중이 지금처럼 50%를 넘어서는 이같은
목표를 달성하는게 어렵지 않겠습니까.

<>이대표=그렇지요.

하지만 해외수출을 늘리면서 많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2-3년전만 해도 70%를 웃돌았어요.

전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것은 자생력이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는 적정수준을 약 30%정도로 보고 있어요.

해외생산이 늘어나면 몇년안에 이 수준에 도달할 것입니다.


-생산성 향상을 강조하고 계신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대표=저희 회사의 자랑중 하나가 생산관리시스템입니다.

제조공정은 물론 일반관리 영업 물류등 모든 업무를 누구나 파악할 수
있도록 컴퓨터 시스을 구성했지요.

매출 1조원을 돌파한데 절대적인 기여를 했습니요.

덕분에 일본 능률협회에서 주는 상도 일본업체가 아닌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받았지요.

NEC 도시바등에서 지난달에 견학도 하고 갔습니다.

해외공장에도 이 시스템을 적용할 계획입니다.


-자동차 부품쪽은 어떻습니까.

그룹의 승용차 사업 진출때문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시작하셨는데.

<>이대표=현재까지는 별 어려움이 없습니다.

부산 녹산공단의 공장도 다음달이면 일부 가동에 들어가고요.

인력도 약 5백명정도 확보했습니다.

기술도입문제도 어느정도 마무리 단계에 있습니다.


-경험이 전혀 없는 분야여서 힘든 점도 많으시지요.

<>이대표=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자동차에 대한 전자장치의 장착비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어요.

또 금형등 자동화설비제조기술을 갖고 있다는게 큰 도움이 됩이다.

자동차부품분야에서 기술협력을 추진하고 있는 일본 업체들이 저희공장을
둘러보곤 저에게 걱정안해도 되겠다고 말하더군요.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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