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기업 ]]]

노태우 전대통령의 비자금에 대한 수사가 일부 시중은행의 압수수색으로
까지 확산되자 기업의 자금담당자들은 이번 사태가 기업자금조달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면서 사태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비자금 수사가 금융시장의 위축을 가져올 것이 뻔하고 이는 곧 기업의
단기 자금조달에 차질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사건이 터진 시점도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

내년도 투자계획을 수립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들은 "장.단기자금조달 일정이 불투명해지면 투자계획을 수립
하는 것이 늦어질 수 밖에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기업의 내년도 경영계획 구도가 흔들리는 상황으로까지 확산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기업의 자금담당자들은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투자재원조달 일정에 차질을
빚는등 부작용이 커질 것으로 판단하고 사태의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는
상황.

하반기부터 내년 초까지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일부 대기업들의
경우 재무팀을 중심으로 필요한 자금규모와 조달 일정의 체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S그룹의 K이사(재무팀)는 "은행이나 투금사의 창구가 꽁꽁 얼어붙으면
심리적으로 분위기가 경색될 것만은 틀림없다"며 "대기업들의 경우 자금
조달일정을 수립할 수 없다는게 가장 큰 문제"라고 밝혔다.

D그룹의 자금담당이사는 "내년도 투자계획을 수립할 시점인데 돌출사건이
발생했다"며 "올해 정부방침에 따라 투자를 억제한 기업일수록 내년도 투자
요인이 많아 계획을 수립하는데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H전자 자금당당자는 "시중에 돈이 비교적 풍부한 편이라 당장 금리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면서도 "심리적으로 자금 가수요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S기업의 자금담당부장은 "최근 은행별로 금리인하 움직임이 있었으나 이번
사건으로 거의 업무가 중단된 상태"라며 "단기적으로 금융비용상승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L그룹의 한 관계자는 "실제로 비자금 파문 이후 사채시장에선 대형 전주들
이 모습을 감췄다"며 "사채시장 의존도가 높은 일부 중견기업이나 중소
기업들의 경우 연쇄적으로 자금조달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했다.


[[[ 중소기업 ]]]

비자금파문에 따른 불똥이 중소기업들에까지 튀고 있다.

사채시장의 냉각과 금융기관의 몸사리기로 자금융통이 거의 막혀있는
상태다.

업계는 지난 9월말현재 1만1백개 업체가 부도를 맞을 정도로 어려운데다
이상태가 당분간 지속될경우 얼마나 많은 업체가 부도를 맞아야할지
모른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인 가운데는 9조원에 이르는 비실명계좌에 명의를 빌려준
사례가 많아 이의 해결책을 놓고 대개업과의 협조분위기가 무너질까
걱정하고 있다.

이미 손이 큰 사채전주들은 검찰의 돈세탁추적과정에서 유탄을 맞지않기
위해 사채시장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기협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19.6%가 운전자금을 사채시장에서 조달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사채시장을 이용하는 기업은 60%이상이 종업원 20인이하의 영세기업
이어서 영세기업들의 타격이 더욱 클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중소기업은 친인척이나 대기업등 여러가지 사정으로 자기명의로 예금을
하기 어려운 사람들의 부탁을 받아 명의를 빌려준 경우가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중소기업인들은 사업상 돈거래가 많아 자금은닉의 좋은 대상이 되고있는데
비실명계좌 수사가 확대되면 세금문제등 복잡한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소업계는 신한은행에 이어 제일 상업은행도 노태우 전대통령의 비자금
관련설이 나오고 조사대상 금융기관이 확산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기협의 한기윤경제조사부장은 "금융기관은 대형사건만 터지면 일단 몸조심
하는게 통례여서 이번 사건 후유증으로 대출심사강화나 신용대출억제등의
부작용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또 대기업으로 수사가 확대될 경우 올들어 무르익고 있는 대기업의
중소기업지원대책들도 크게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기협이 추진하는 자본금 5백억원규모의 기협파이낸스에 3백억
원을 출연키로 하는등 협력분위기를 유지해 왔으나 비자금여파로 수사나
세무조사를 받게되면 이 사업이 상당기간 지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물품대금의 현금결제확대나 결제기간 단축등을 추진하는 대기업들의
움직임도 움츠러들 것으로 내디보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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