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규 일진그룹회장(55)은 창업이래 28년간 오로지 부단한 기술개발로
회사성장을 이룩한 대표적인 경영인이다.

서울대 금속공학과출신 엔지니어로 67년 창업당시 누구도 거들떠 보지 않던
소재산업과 중간재의 개발 생산에 진력해 일진을 10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그룹으로 올려놓았다.

전량 수입에 의존했던 통신용 동복강선을 비롯 인쇄회로기판용 동박,
공업용 다이아몬드등 각종 산업용 핵심소재를 개발, "신소재"에 관한한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회사로 만들어 놓은 것.

미국의 제너럴 일렉트릭(GE)과 4년간 공업용 다이아몬드송사를 겪기도 했던
허회장은 20일 회사창립 28주년을 맞아 21세기 초일류기업으로 발돋움한다는
목표아래 사업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정보통신산업과 첨단제조산업을 회사의 전략사업으로 육성키로 하고 사업
구조의 고도화를 꾀하고 있다.

허회장은 이를 위해 "통신사업기획단"을 발족시켜 통신서비스사업에 본격
진출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20일로 회사창립 28주년을 맞아 "제2의 도약"을 향한 사업구상에 바쁜
허회장을 서울 도화동 일진빌딩 사무실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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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 이기한 < 산업2부장 > ]]]


-앞으로 일진이 집중육성코자하는 주력업종은.

"세계는 정보화사회로 급속히 이행되고 있습니다. 정보화사회는 국가나
기업이 누가 더많은 정보를 확보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운용하느냐에 따라
그 성패가 결정된다고 볼수 있지요.

미국은 초고속정보통신망인 정보슈퍼하이웨이를 건설중에 있고 일본도
정부주도로 광케이블구축에 전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역시 정보화와 관련된 법을 제정하기 시작했고 초고속정보망구축등
정보통신분야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일진은 이에 발맞춰 그동안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정보통신사업을
그룹의 전략사업으로 육성, 주력업종으로 이끌어갈 생각입니다"


-정부는 통신시장개방과 관련, 7개통신사업에 대해 내년에 사업자선정을
한다고 발표한바 있습니다.

일진이 통신사업참여를 위해 현재까지 어떤 준비를 해왔고 앞으로의 추진
방향은 어떤지요.

"그룹의 주력회사인 일진은 지난70년대말 통신케이블의 생산을 시작으로
유선통신망의 핵심요소인 "중계장치" "과금장치" "운용보전장치"등을 생산해
왔습니다.

또 지능망구축에 필요한 핵심기술인 교환기신호중계시스템(SMX-1)의 국내
최초개발과 함께 국제전화의 핵심부가서비스인 가상사설망(VPN)등을 개발,
공중통신망의 지능화를 위한 기반기술및 각요소시스템을 확보해 놓고
있습니다.

이같은 토대를 바탕으로 일진은 21세기 최고의 정보통신전문업체로 발돋움
할 것입니다.

이번에 국제전화사업진출을 준비하는 것도 이 부문 전문업체로 나아가기
위한 첫 발걸음입니다"


-"일진"하면 언뜻 "기술개발"이 떠오를 정도로 기술개발주도로 성장해
왔는데 가장 어려웠던 시기는.

"항상 지금이 가장 중요하다는 마음가짐으로 경영에 임하고 있습니다.
순간마다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일하다보면 그때그때가 가장
중요하고 힘든 시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특히 우리회사가 개발한 품목들은 단시간내에 개발이 되기보다는 끈기와
인내가 요구되는 품목들이 많아 막대한 설비투자를 해놓고도 그 성공여부를
장담할수 없다는데 고충이 따랐습니다.

기술은 끝이 없습니다. 세계최고의 기술을 갖추기 위해서는 항상 정진해야
된다고 생각하니 매순간이 어렵고 힘든 싸움인 것같습니다"


-지난해 GE와의 공업용 다이아몬드 영업비밀분쟁 타결이후 금년들어 수출이
늘어나는등 경영여건이 호전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GE와의 분쟁타결에서 얻은 득과 실은 무엇입니까.

"먼저 득이라고하면 자신감을 얻었다고 할까요. 또한 분쟁과정에서 국제적
인 영업비밀에 대한 지식도 많이 축적했습니다.

그래선지 가끔 영업비밀에 관한 자문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실이라고
하면 미주지역의 수출이 다소 힘들었지요.

하지만 지금은 서서히 수출실적도 호조를 보이고 있고 미주지역뿐 아니라
여타지역에서도 우리제품에 대한 주문이 많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일진다이아몬드의 올 상반기수출은 작년과 비교해 상당한 호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유럽시장을 겨냥, 일진유럽SA법인을 설립했는데 점차 해외법인
을 늘려 활동영역을 넓혀 나갈 계획입니다"


-90년 당시 그룹순이익의 절반을 들여 서울대에 신소재공동연구소를 기증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90년 27억원을 투입,서울대에 신소재공동연구소를 기증하게된 것은
제가 졸업한 모교의 후배들에게 더 좋은 연구조건을 만들어 주기 위한 것도
있지만 당시 국내대학내에 연구를 위한 연구소다운 연구소가 없는 것이 매우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연구소를 기증하게 됐는데 그후 많은 기업들이 앞다퉈 연구소를
기증하게돼 기분이 아주 좋았습니다"


-일진이 산.학.연에 가장 앞서고 있는데.

"일진은 70년대 동복강선, 전해동박을 비롯해 80년대 공업용다이아몬드등
많은 제품을 산.학.연협동을 통해 개발했습니다.

공동연구개발은 산학연모두에 많은 이점이 있지요. 먼저 대학의 입장에서
보면 실용화가 가능한 과제를 연구할수 있는 계기가 되고 기업체에서 파견된
현장경험을 쌓은 인재들과 공동연구에 임함으로써 연구방향설정등에서도 더
효율적으로 접근할수 있습니다.

또 기업은 대학의 연구장비뿐 아니라 대학 고급인력의 힘을 빌릴수 있고
학계와 연구계의 전문가들로부터 조언을 받을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정부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정부는 교육과 연구개발을 연계하여 기초.응용
과학과 산업기술의 교류협력을 체계적으로 수행할수 있는 제도적 여건을
많이 마련해 줬으면 하는 것입니다"


-일진은 신소재분야에서 높은 기술력과 함께 우수한 인재들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신소재분야에 대한 앞으로의 사업계획은.

"막대한 설비투자를 해서 개발에 성공한 인쇄회로기판용 전해동박이나
KAIST와 공동개발한 공업용다이아몬드는 일진이 개발한 대표적인 신소재로
꼽을수 있지요.

소재산업은 막대한 투자비용이 들고 장기간의 설비투자도 해야 하는데다가
아무도 성공을 장담할수 없어 대기업에서도 꺼리는 산업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일진은 앞으로도 신소재와 관련, 축적된 세계적인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미
개발된 신소재의 질을 한층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향후 일진의 금속
연구소를 통해 국산화가 시급한 신소재개발에 많은 예산을 편성해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입니다"


-현재 여타 기업들이 통신뿐 아니라 유통 금융등 다각도로 사업을 확장해
가고 있는데 이 부문으로 진출할 계획은 없는지요.

"대개 기업성장의 조건으로 금융산업이 어느정도 필수라는 말들도
있습니다만 일진은 중간산업제품을 위주로 성장해온 만큼 당분간은 초기부터
일관되게 밀고 왔던 기술개발에만 전념할 방침입니다.

유통이나 금융사업은 그 다음에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일진그룹을 이끌어 오면서 그동안 느꼈던 우리나라의 기업및 경영환경은.

"지난상반기의 우리경제는 대규모설비투자와 수출에 힘입어 10%대의 높은
경제성장을 이룩했습니다만 전반적인 활황세에도 불구하고 중화학공업과
경공업,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성장격차는 심화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경제전반적인 흐름을 몇몇 대기업이 주도하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산업전반이 세분화 전문화돼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의
역할을 분담해 맡은바를 충실히 이행해야할 때입니다.

나아가 정부는 장기적인 투자가 요구되는 기초기술개발을 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세제 금융상의 혜택을 주는등 세분화된 분야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해 그 기업들의 연구환경을 북돋워야 할것입니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일본의 한 기업인이 우리나라와 같은 고금리수준에서
어떻게 연구개발투자를 할수 있는지 의아해 한적이 있었습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금리로는 기초기술을 통한 생산활동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정부가 현 금리제도를 기업의 실정에 맞게 조정하든지 장기채권을 발행하는
방안등 여러방법을 강구해 기업들의 숨통을 터줘야 할것입니다"


-많은 국내기업들이 리엔지니어링 리스트럭처링등 다양한 경영혁신기법을
도입 시행하고 있습니다.

일진에서는 지난해 사업구조개편을 단행, 부문경영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간략한 중간평가를 해주십시오.

"일진은 지난해 전략적 공격적 경영을 위한 기본틀을 마련하기 위해 그룹
내에 산재해 있는 유사사업군을 "통신부문" "산전부문" "금속부문"등 3개
사업군으로 통합하고 부문별 책임경영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 부문제로 인해 불필요한 업무공정을 단축시키고 신속한 업무추진이
가능해졌습니다.

또 경영관리부문의 개혁도 실시, 전업무를 전산으로 처리할수 있는 시스템
이 50%의 공정을 마친 상태입니다"


-허회장께서는 각계열사및 공장현장을 수시로 방문하는등 사업열정이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다고 들었습니다.

요즈음의 주간일정표를 공개한다면.

""직원들과 좀더 가까운 경영인"이 되기위해 점심도 직원들과 함께 하고
직원들과의 대화를 통해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도 얻고 어려움도 직접 듣고
있습니다.

특히 요즘의 신세대들과 구세대간의 괴리감을 없애기 위해 매달 한두번은
캐주얼미팅을 개최, 허심탄회하게 서로의 생각을 교환하고 좋은 의견을
수렴해 회사경영에 적극 반영하고 있습니다.

지난번에 실시한 조기출퇴근제도 캐주얼미팅에서 나온 안을 경영에 반영한
한 예입니다.

해외출장도 한달에 한두번은 갑니다. 모든 기업들이 세계경영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힘쓰는데 국내에만 매달려서는 안되겠지요"


-"돈은 없으면 빌리면 되지만 인재는 오랫동안 양성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 허회장의 인재양성에 대한 소신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허회장께서 평소 생각하는 기업의 인재상은 어떤 것입니까.

"우리 일진의 사훈은 "능동"입니다. 모든일을 각자 스스로 하자는 것이지요.
맡겨진 일만을 처리하는데 급급하다보면 개인이나 그 개인이 속한 회사도
발전이 없을 것입니다.

스스로 본인들이 회사의 주인이라는 생각을 갖고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자기의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끊임없는 자기계발에 힘쓰는 사람.

진부한 얘기같지만 미래는 그런 인재에게 맡겨져야 합니다"

< 정리=신재섭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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