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금 내년 6월까지 완성할 목표로 이른바 "신경제장기구상"이란걸
입안중이다.

96년부터 2020년까지 25년간을 3단계로 쪼개어 도합 22개 부문별로 우리
경제의 미래진로를 설계하는 내용인 이 작업은 지난날의 경제개발5개년
계획을 대신할 국가의 새로운 장기발전전략으로서 과연 어떤 모습일지
주목되고 있다.

이 가운데 재정경제원 소관인 재정부문의 구상이 지난 24일
한국개발연구원 (KDI)에서 토론에 부쳐졌다.

KDI의 연구위원이 발표하는 형식을 취했지만 사실상 재정부문 장기구상의
골격으로 생각되는 이날의 발표인 내용은 여러모로 관심을 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역시 조세부담률을 꾸준히 높여가야 한다고한
내용이다.

사회간접자본확충에다 교육, 과학기술개발, 사회복지확대, 환경문제등
지출수요는 많은데 안정을 생각해서 적자재정은 피해야하고 보면 결국
국민의 세금부담을 늘릴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내년 예산안에 잡혀있는 조세부담률 21.2%가 2000년 23.0%, 2010년
24.9%로 각각 높아져야 하고 여기에 국민연금등 사회보장부담률을 합친
국민부담률은 96년의 24.2%에서 각각 27.3%와 30.6%로 상승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발표된 내용은 시안일뿐이며 따라서 부담률도 어디까지나 시산일
따름이라고 봐야한다.

하지만 그와같은 부담률증가가 결국은 정부역할과 재정기능의 장래에
대한 기본시각을 반영한 것으로 봐야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높은 부담이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많다.

앞으로 재정수요가 계속해서 팽창할것이란 예측은 누구나 쉽게 할수 있다.

평균수명 연장에 따른 복지부담증가에다 환경문제, 사회기반시설 확충만
생각해도 지금보단 훨씬 더 많은 돈이 든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장기구상으로서의 재정정책은 이제까지와는 다른 사고와 접근에서
출발해야 한다.

선진국과 비교해서 우리의 조세부담률은 아직도 낮은 수준이며 따라서
더 높여도 괜찮다는 사고, 세무행정만 개선하면 세금은 더 거둘수 있으며
그러니까 적자없이 재정규모를 팽창시킬수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한다.

우리의 조세부담률은 이미 미국 일본과 비슷한 수준이며 30%이상 50%에
육박하는 북구 3국이나 그밖의 몇몇 유럽선진국들에 비해 다소 낮은
현실인데 무거운 사회복지비부담으로 인해 재정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럽형 재정운영모델을 우리도 뒤따라갈 것인지
생각해봐야한다.

"놀고 먹는" 복지보다 "일거리를 주는 복지"를 지향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할일, 지방자치단체가 할일을 재조정 재구성하는 한편으로 규제의
대폭적인 완화와 행정사무의 자동화 능률화를 통해 지출을 억제할수 있는
여지가 얼마든지 있는 사실에도 유의해야한다.

"작은 정부"를 향한 노력과 재정개혁은 장기구상기간중에도 꾸준히
추진해야할 과제인 동시에 성과로서 반영돼야한다.

장기구상은 뭔가 다르고 신선해야 한다.

그런데 그게 안 보인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