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로서의 유통업계는 "화려함"과 "격무"의 두얼굴을 함께 갖고 있는
곳이다.

번듯한 건물외형과 번쩍이는 매장, 수북이 쌓인 상품 속에서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고 일하는 직원들의 표정이 유통업계의 이미지를 화려하게
수놓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긴장과 강도높은 업무가 자리잡고 있다.

그날그날의 판매성과에 희비가 엇갈리고 남들이 쉬는 공휴일과 명절연휴
에는 오히려 몰려드는 고객들로 회사와 임직원 모두가 바쁘게 돌아가도록
돼있는 것이 유통업계의 대표적 특성이다.

백화점 슈퍼체인 편의점등으로 대변되는 유통업이 그동안 전자 자동차
중화학등 중후장대형 제조업에 밀려 중요성을 그다지 인정받지 못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유통업체들은 일터로서도 별달리 눈길을 끌지 못해왔다.

그러나 유통업계는 대기업들의 잇단 신규참여와 기존업체들의 다점포화
경쟁, 내년부터 시작되는 시장개방으로 대변혁을 앞두고 있어 고급인력의
확보문제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가 낙후된 유통산업 근대화및 체질강화를 위한 각종 대책마련을
서두르면서 유통업의 중요성에 대한 주위의 인식도 변화, 유망직장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유통업계는 유통관련학과를 통한 졸업생배출이 아직 미미하고 업체들의
전문가양성 프로그램도 걸음마단계에 있어 사회첫발을 딛는 "새내기"들이
전문가로 발돋움할 기회도 타업종보다 더 넓게 열려 있다고 볼수 있다.

유통업체들의 금년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규모는 전반적으로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일부 대형백화점들이 인재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 특징
이다.

삼성그룹에서 분리독립한 신세계백화점이 사업확장에 발맞춰 지난해의
70명에서 올해 100명으로 늘려잡고 있는 것을 비롯 20명을 뽑았던 미도파가
50명의 충원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미 이달초 작업을 완료하기는 했지만 지난해 하반기에 180명을 뽑았던
뉴코아백화점이 웬만한 대그룹들의 채용규모와 맞먹는 300명의 신입사원을
선발한 것도 대형백화점들의 공격적인 인력확충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애경 경방필등 상당수의 중형백화점들은 올하반기에 신입사원을 채용하지
않지만 인력이 필요할때마다 수시로 선발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 눈여겨볼 특징중 한가지는 여대생들에 대한 문호가 비교적
넓다는 점.

미도파는 남녀구분을 하지 않기로 했으며 롯데가 약20명의 대졸여사원을
뽑기로 한 것을 비롯 여대생들의 입사관문 통과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태다.

< 양승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