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회사들이 경쟁적으로 사업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광고의 제작과 집행이라는 본업외에 <>영화나 음반의 제작 <>각종 이벤트
체육대회 등의 기획 및 운영 <>광고주의 홍보업무를 대신하는 PR대행
<>도시공간이나 문화.상업시설의 개발을 주내용으로 하는 테마파크사업 등
다양하고 새로운 분야로 사업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제일기획은 영화 "개같은 날의 오후"를 제작, 흥행에 성공했으며 대홍기획
의 음향사업팀 "B&B"는 "솔리드" 음반을 출반, 1백만장이상 팔리는 성과를
거뒀다.

오리콤은 지난달 춘천CC에서 열린 패스포트오픈골프대회를 깔끔하게 진행,
광고회사의 스포츠마케팅에 대한 관심을 끌어 모았다.

광고사들의 사업다각화 바람은 근본적으로 고급 두뇌집단으로서의 탄탄한
기획력과 풍부한 자금력이 배경으로 깔려 있다.

문화 스포츠 멀티미디어 등 새로운 사업영역이 대부분 미개척지이거나
아직까지 비즈니스적인 마인드가 형성되지 않은 만큼 CF의 제작이나 각종
프로모션의 진행 등으로 얻은 풍부한 노하우를 살리면 새로운 시장에서도
얼마든지 돌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는 것이다.

또 신문 TV 라디오 잡지 등 4대 매체 광고시장이 앞으로 성장속도가 현저히
둔화될 것이라는 예상과 종합커뮤니케이션그룹으로의 탈바꿈 등 회사의
장기성장계획에 따라 남들보다 먼저 고부가가치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도
뒷받침되고 있다.

외국의 대형광고회사들과 경쟁할 수 있는 덩치를 키워놓고 광고의 제작과
집행은 물론 각종 부대서비스까지 토탈서비스를 요구하는 광고주들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사업다각화가 필수적인 것이다.

광고회사들이 현재 가장 활발하게 진출하는 분야는 영상사업이다.

광고사들은 영화나 TV프로그램같은 영상물의 제작은 물론 영화의 수입과
배급, 비디오의 판매 나아가 극장운영까지 영상물 유통의 전과정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제일기획은 지난해 외화 "노스트라다무스"를 수입, 영화사업에 진출했으며
올해엔 영화 "개같은 날의 오후"의 제작에도 참여했다.

코래드는 영상제작전문 자회사인 한국영상을 통해 올추석 "헤어드레서"를
선보였다.

안성기와 지수원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이영화는 제작비만 20여억원이
들어갔으며 광고회사가 제작비를 대고 CF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미원그룹 계열사인 상암기획은 연초 1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
"천재선언"을 선보였으며 작년에 이어 올해도 청룡영화제를 후원할 계획
이다.

영화의 제작외에 제일기획이 다큐멘타리채널인 Q채널을, 금강기획이 현대
방송(HBS)을 운영하는 등 CATV프로그램공급에도 나서고 있다.

또 한컴이 종합영상회사로 태어날 것을 선언하는 등 다른 광고사들도 영상
사업에 대한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이처럼 영상사업붐이 이는 것은 헐리우드의 스타감독 스티븐 스필버그가
영화 "쥬라기공원" 한 편으로 벌어들인 금액이 현대자동차의 1년 수익과
같다는 말이 보여주듯 영상사업이 미래의 고부가가치 업종으로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제일기획과 삼성전자, LG애드와 LG전자, 금강기획과 현대전자 등 전자업체
를 자매사로 둔 일부 광고업체들은 그룹내 영상소프트웨어 개발의 전위부대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다.

제일기획의 "오렌지" 대홍기획의 "Bee&Bee" 오리콤의 "포엠" 등 음반사업도
놓칠 수 없는 분야다.

대홍기획은 "솔리드" 음반으로 1백만장 이상 팔리는 밀리언셀러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이밖에 대홍기획이 지난 7월말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된 연극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제작비를 부담하는 등 광고사들은 대중문화산업의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영상사업과 함께 최근 각광받는 분야가 스포츠마케팅이다.

스포츠마케팅이란 크고 작은 각종 체육행사를 기획, 진행하며 경비마련에
필요한 후원사선정까지 일괄 대행하는 것으로 주최측으로서는 안정적인
재원확보와 깔끔한 대회운영 등을, 대행사에게는 일반광고대행료보다 높은
25%선의 짭짤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의 스포츠마케팅 사례로는 제일기획의 LPGA골프대회, 오리콤의
패스포트오픈 등 주로 골프대회에 집중되어 있지만 최근엔 수적인 증가와
함께 유도 태권도 자동차경주대회 등 종목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이외에 각종 판촉이벤트 전시회 음악회같은 문화행사의 대행 등 프로모션
사업도 활발해지고 있다.

광고주들의 홍보업무를 대행해주는 PR대행도 새로운 영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광고사들은 보도자료 배포 사보출판 대행 등에 한정돼 있던 PR업무를 해외
홍보대행 기업이미지 및 위기관리, 기업홍보를 위한 이벤트개최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PR능력에 따라 기업이미지가 좌우할만큼 중요한 분야로 부각됨에 따라
광고주에 대한 서비스차원에서 수행했던 PR업무를 독자적인 수익사업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퍼스널컴퓨터의 급속한 보급과 PC통신 가입자의 증가로 "사이버마케팅"
등 멀티미디어 관련사업도 늘어나고 있다.

금강기획 제일기획 등 광고사들은 잇달아 국제 컴퓨터통신망인 인터넷에
자사를 소개하는 홈페이지를 개설한데 이어 전자신문에의 기업광고나 CD롬
타이틀의 제작대행 등 새로운 시장개척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철저한 사전준비없는 사업다각화는 위험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상암기획이 거액을 들여 영화 "천재선언"을 제작했다 흥행에 실패한 것은
기존 시장의 벽이 결코 만만치 않음을 알려주는 대표적인 예다.

광고회사라는 본질을 해치지 않는 수준에서 사업다각화의 영역이 어디까지
인가도 연구해볼 과제다.

무작정 사업을 벌여놓기보다 자사의 장점과 단점을 정확히 파악한 합리적인
투자가 요구되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