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쉬운 세제, 공정한 법집행".

애덤 스미스가 풍요로운 경제실현을 위해 반드시 있어야할 것으로
제시한 3대조건이다.

이런 기반위에 자리잡은 "보이지 않는 손"은 분명 그 위력을 발휘해왔고
지난 2백년간 "자유시장경제이념"의 뼈대로 평가돼 있다.

애덤 스미스 경제연구소는 바로 이런 애덤 스미스의 경제이념을
구현코자 1977년 출범된 영국의 싱크 탱크다.

영국이 지난 20년간 추진해온 공기업민영화, 경제체질 자율화뒤에는
애덤 스미스경제연구소라는 실체가 한몫을 담당해왔다.

현재 한국을 방문하고 있는 애덤 스미스 경제연구소 맷센 피리소장과
본지 양봉진경제부장의 대담을 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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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에서 정부가 차지해야할 비중에 대해서는 학자들 사이에 끊임없는
논의가 있어왔습니다.

귀연구소가 애덤 스미스의 경제이념을 계승하고있다는 면에서 정부의
역할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쉽게 유추되는 일인데.

<>피리소장 = 정부가 얼마만큼이나 시장에 개입해야 할것인가는 각국의
경제상황과 전체국가의 능력에 따라 크게 다를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기본적으로 정부의 역할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유시장이라는 개념은 가장 중요한 개념일 뿐아니라 풍요로운
경제를 구축하기위한 필요충분조건이라고 봅니다.

물론 시장실패(Market failure)가 있긴 하지만 정부실패 또한
존재합니다.

시장실패는 자정능력이 있어 곧 시정될수 있지만 정부실패는 경제에
어마어마한 위해를 유발할수 있습니다.


-영국이 그간 추진한 공기업 민영화는 자유시장개념의 실천적 증거라고
여겨지는데.

<>피리소장 = 영국의 민영화는 아주 성공적이었습니다.

예를 든다면 지난 1984년 브리티시 텔레컴(영국통신)의 민영화과정에서
1백만명이상의 시민이 주식을 매수했습니다.

또 민영화결과 전화요금이 15%정도 떨어진것은 물론 서비스도 크게
개선됐습니다.

민영화전에는 전화고장신고를 하면 2~3일쯤 지나야 수리하러 오곤했는데
요즘엔 즉시 달려옵니다.

세금을 포함해 정부가 거두어들이는 수입도 민영화전보다 35%나
늘었습니다.


-그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피리소장 = 브리티시 텔레컴이 정부수중에 있을때는 국민이 내는
세금에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에 정부눈치를 보기만하면 됐고 따라서
조직자체가 구태의연하고 나태한 형태를 취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민영화가 되고나서는 소비자를 의식하는 체질로 바뀌게 됐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경쟁이라는 개념이 자연스레 도입되어 창의가 발휘될수
있는 형태로 바뀌었습니다.

민영화로 조직원에 대한 인센티브부여가 자연스레 이루어진것 또한
성공의 큰 요인이었다고 봅니다.


-민영화 과정에서 정치적인 장애에 부딪친 경험이 있으리라 여겨지는데.

<>피리소장 = 정치적 장애는 별로 없었습니다.

물론 민영화는 정치적으로도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섣불리 추진하다
실패할 경우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영국정부의 경우 민영화에 대한 선전은 되도록 줄이면서
시간을 두고 서서히 추진한것이 주효했다고 봅니다.

민간기업들에도 철저한 사전준비를 할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줬고
민영화에 따른 효과에 대해서도 사전에 치밀한 분석을 하고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주식시장상황 선거일정등 요인으로 이미 예정돼 있던
공기업 민영화가 연기되는등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데.

<>피리소장 = 한국도 영국처럼 신기술 개발이나 서비스 개선등 가시적
효과가 상대적으로 빨리 나타날수 있는 통신같은 부문을 서둘러 민영화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그런연후에 가스 전력 공항 항구 철도등도 민영화해 나간다면 부작용이
덜할 것입니다.


-한국정부도 민영화를 추진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지만 정책실무자들은
여전히 경직된 자세를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민간은 정부의 개혁의지에 회의를 나타내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피리소장 = 영국의 경험으로 본다면 민영화의 성공은 정책입안자들
에게도 유리한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오랫동안 몸에 밴 습관이나 태도를 하루 아침에 바꾸기는 쉽지 않습니다.

시간이 좀 필요하겠지요.

정부가 민영화를 당연하고 바람직한 것으로 여기게하기 위해서는
정책실무자들에 대한 꾸준한 계몽 또한 필수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영화를 추진한 영국 정부도 민영화가 가져온 결과에 놀라지 않을수
없었습니다.

민영화 이후 전기요금은 10%, 가스요금은 20%, 전화요금이 15%씩
떨어졌지만 서비스의 질은 오히려 크게 개선됐습니다.

물론 수돗물요금은 민영화이후 약간 올랐지만 그것은 수질기준을
높여 양질의 물을 생산하는데 드는 비용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민영화와 자유화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않는다는 비판적시각도
없지는 않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자유화.민영화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은 없었습니까.

<>피리소장 =그다지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다만 외환시장 자유화를 추진할때 약간 힘들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자유화 정도와 속도등에 대해 논란이 많았지만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는
그다지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러시아를 포함, 동유럽 구사회주의 국가들의 민영화에도 관여하신
것으로 아는데.

<> 피리소장 = 이들만큼 민영화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고 있는 곳도
흔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민영화의 기본이랄수 있는 소유개념조차도 갖추고
있지 못해 어려움이 많은것이 사실입니다.

이런저런 법적 규제도 너무 많을뿐 아니라 정부의 민영화의지 역시
확실치 않아 서방 기업들은 섣불리 참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배급쿠폰으로 물건을 사는 것에 익숙해져 있어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투자할 자본도 부족한 상태인데다 막상 생산해놔도 이를 소비할 사람이
많지 않다는 약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장래를 어떻게 내다 보십니까.

<>피리소장 = 이제까지 암울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최근들어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둠의 터널이 끝났다는 시각이 지배적이고 시간이 갈수록 더 나아질수
있다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1년안에 그간의 내리막길에서 벗어나 회복의 길로 들어설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과거에는 기업의 중역이 모두들 지긋한 나이를 먹은 사람들이었는데
이제는 점점 젊고 융통성 있는 사람들로 채워지고 있어 분위기가 한결
진취적이고 부드러워졌다는 데서도 쉽게 읽을수 있습니다.


-독일경제는 통독이후의 침체에서 벗어나 활력을 찾고 있습니다.

한국이 독일에서 얻을 것이 있다면 무엇이겠습니까.

<>피리소장 = 한국과 독일은 역사적 경험과 문화적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많은 것은 얻울 수 없을 것으로 봅니다.

특히 북한은 구동독과는 크게 다릅니다.

너무 오랫동안 고립돼 있었기 때문에 먼저 국제무대에 보다 많이
나서도록 도와주는 일이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세상이 어떻게 변했는지 느끼도록 해줘야 합니다.

그들도 멀지않아 변화하겠지만 앉아서 그들의 변화를 기다려서는
안됩니다.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계속적인 설득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지난 3월에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 신청서를
내놓고 있습니다.

<>피리소장 = 멀지않아 한국도 OECD에 가입하리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이 OECD에 가입하면 많은 것을 얻을 것입니다.

OECD는 한마디로 신사클럽이라고 봐야하는데 신사로서 지켜야 규범을
배워야 하듯 한국도 그전에 먼저 OECD가 요구하는 조건을 갖춰야
할 것이고 그렇게 하리라 믿고 있습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지만 자유화와 민영화등을 먼저 충분히 추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홍콩은 자유시장 경제이념이 가장 잘 투영된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97년이면 홍콩이 중국에 반환될 예정입니다.

사회주의 경제와 시장경제가 융합되는 과정이라고 볼수 있는데.

<>피리소장 = 홍콩은 정말로 자유시장경제가 꽃핀 곳입니다.

자원도 없고 땅도 좁지만 무역과 증권시장은 세계적입니다.

자원못지않게 사람과 시장기능이 중요하다는 걸 보여준 셈입니다.

만약 중국이 홍콩을 돌려받은 뒤 규제를 가하거나 뭔가를 조절하려
든다면 홍콩이 세계경제에서 수행하고 있는 지금과 같은 중요한 역할을
그대로 계속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중국입장에서도 홍콩을 지금상태로 내버려두는 것이 더 유리할
것입니다.


-며칠전 삼성전자는 영국 윈야드에서 전자제품공장 준공식을 갖고
생산에 들어갔습니다.

삼성이 영국에 들어간 이유를 어디에서 찾으십니까.

<>피리소장 = 우선 EU라는 성안에 들어섰기 때문에 생산 판매등에
엄청난 고지를 차지한 것이라고 평가합니다.

낮은 땅값, 저렴한 노임, 양질의 근로자를 확보할수 있는 이점을
확보한 것이죠.

영국은 특히 지난 15년동안 유럽에서 가장 낮은 노사분규율을
기록해왔습니다.

또 자유화로 정부규제도 거의 없기 때문에 한국에 공장을 세우는
것보다도 영국에 공장을 세우는 것이 오히려 더 쉽고 유리합니다.


-일본이 미국기업들을 인수하자 반발이 많았는데 그런 비슷한 반응같은
것은 없었습니까.

<>피리소장 = 영국기업들이 미국기업을 사들인것은 일본이 사들인
것보다 훨씬 많습니다.

예를들어 버거킹 같은 세계적인 패스트푸드회사는 이미 십이삼년전에
영국의 소유가 돼 있지만 미국사람들은 아직도 미국회사라고 생각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세계는 지구촌화되고 있고 인위적인 장벽을 의식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사고임에 틀림없습니다.


-이번 방문에서 민간경제연구소장등 국내 경제전문가들을 잇달아 만나고
계신데.

<>피리소장 = 개인적으로 한국경제를 더 많이 이해하고 싶습니다.

영국인들은 한국을 너무 모르고 있습니다.

한국산 전자제품을 놓고 어디거냐고 묻는다면 아마 10명중 6~7명은
모르겠다고 답할 것이고 두어명은 일본제라고 말할 것입니다.

겨우 1~2명정도나 그것이 한국제품인줄 알까요.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