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경제의 수출입규모가 지난 16일 2,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지난 74년에 100억달러를 기록했으며 88년에 1,000억달러를 돌파한뒤
7년만에 교역규모가 2배로 늘어난 셈이다.

한편 수출금액도 이달말까지 1,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수출입규모가 커진 까닭은 전자 조선 철강 자동차등 중화학제품의
수출이 호조를 보였고 이에 따라 자본재및 원자재의 수입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아울러 우리 수출의 80%가량이 중화학제품인 사실에서 알수 있듯이 국내
산업구조가 중화학공업 중심으로 바뀐 탓도 크다.

중화학제품은 경공업제품에 비해 단위당 금액이 크기 때문에 경기만
좋으면 교역규모가 훨씬 커지기 쉽다.

수출증대를 통한 경제성장정책을 펴온 우리 입장에서는 교역규모가 커지고
특히 수출금액이 크게 늘어난 것은 분명히 좋은 일이다.

그러나 수출금액 100억달러를 달성했던 지난 77년때처럼 무작정 축하만
하기는 곤란하다.

교역규모가 세계 10위권에 육박하는 지금은 경제의 양적인 팽창 못지 않게
질적인 개선이 필요한데 이점에서 우리경제는 별로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만성적인 경상수지적자를 지적하지 않을수 없다.

이른바 "슈퍼엔고"현상에 힘입어 호황을 누린 올해 9월말까지의
경상수지적자가 80억3,000만달러로 추정된다.

재정경제원은 설비투자진정으로 올4.4분기의 경상수지적자는 5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으나 낙관할수 없으며 자칫하면 지난 91년의 경상수지
적자 87억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수준을 기록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처럼 경기가 좋고 수출이 잘 될수록 경상수지적자가 커지는 까닭은
소재부품산업과 자본재산업이 뒤떨어져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 문제는 국민총생산에 대한 수출입규모의 비율인 무역의존도가
여전히 높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의 무역의존도는 50%안팎으로 중계무역의 비중이 큰 홍콩
싱가포르 일본보다는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무역의존도가 높다는 사실은 국민경제가 외부의 충격에 쉽게 흔들린다는
것을 뜻할 뿐만 아니라 국민경제의 불균형을 암시하기 때문에 중요하다.

즉 부품을 생산.공급하는 중소기업이 취약하고 내수산업의 발달이 부진해
제품의 우회생산도가 낮고 따라서 부가가치가 작아진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제정책을 포함한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

소재 부품산업및 자본재산업의 육성이 필요하다는 소리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성과는 보잘것 없는 실정이다.

이제는 외국전문업체의 직접투자,기술이전,합작진출을 적극 유도하고
해외 현지생산및 연구개발을 통해 보다 넓은 의미에서의 산업발전을 꾀해야
한다.

또한 내수시장의 확대는 소비증가를 뜻하기 때문에 곤란하며 수출산업은
내수산업과 차별해 지원해야 한다는 정책도 고쳐져야 한다.

어디서 어디까지가 수출용이고 내수용인지 구분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정보 금융등 서비스산업의 질이 국제경쟁력을 좌우하는 오늘날 더이상
제조업위주, 상품교역위주, 수출지원위주의 낡은 사고방식을 고집해서는
안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