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광주비엔날레를 관람하지 못했다.

가보지도 않고서 무슨 말을 하느냐고 하면 사실 할 얘기가 없다.

그러나 광주비엔날레의 경우 TV와 신문 미술전문지의 쏟아붓는 듯한 집중
보도로 인해 내용이 상세히 알려졌기 때문에 직접 가보지 않았어도 알만한
것은 거의 알수 있게 되어 있다.

반복적으로 들려오는 얘기는 지팡이를 짚고 오는 이들도 많아 대성황이며
그 결과 관람객이 50만명을 넘어서고 있어 성공이라는 것이다.

세계 3대 비엔날레로 정착되리라는 성급한 전망까지 들린다.

3년전 대전엑스포가 1백만명이상의 관객을 동원함으로써 성공을 거두었다고
했던 것에 비하면 광주비엔날레는 관객동원면에서는 그보다 더 성공적으로
가고 있는 듯도 하다.

사실 이번 광주비엔날레의 무지개다리는 93대전엑스포의 무지개다리나
한빛탑보다 근사하다.

그러나 광주비엔날레와 대전엑스포는 그 성격이 판이하다.

대전엑스포는 많은 사람의 관람만으로 성공이라는 얘기를 할 수도 있다.

국제행사가 아니라 국내행사같다는 비판이 있기는 했지만.

그러나 광주비엔날레는 그렇지 않다.

지팡이를 짚고 오는 노인들중에 설치작품의 의미는 고사하고 비엔날레나
트리엔날레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고 말뜻도 모르는
사람이 많이 다녀갔다고 해서 성공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결코 짧지 않은 역사를 가진 브라질의
상파울로비엔날레가 베니스비엔날레에 비해 힘을 못쓰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베니스비엔날레는 국제화상들의 집합지로 참가작가의 일거수일투족이
국제화상의 관심거리가 되나 상파울로비엔날레는 그렇지 못하다.

비엔날레의 권위와 성공여부는 배후에서 영향을 미치는 세계적인 화상들의
참관 여부와 그들의 움직임에 달려있는 것이지 지팡이를 짚고 관람하는
사람들의 숫자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

광주비엔날레의 성공여부는 최소한 10여년 뒤에 가늠될 수 있는 것이지
지금 당장 논할 수 있는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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