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준기아자동차사장은 16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기아가 최근
인수대상기업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고 "이미 자사주의
안정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다른 기업에 인수당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사장은 또 구본무LG그룹회장이 기아인수에 관한 견해를 밝힌 데 대해
이날 오전 구회장에게 항의서신을 전달했다"며 "앞으로도 각종 루머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에 대해 응분의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덧붙였다.

기아그룹이 이날 대국민 호소문 성격에 가까운 "기아의 입장"을 표명한
것은 증권가등에서 나돌고 잇는 "피인수설"에 앞으로는 정면 대응해
나가겠다는 "의지천명"으로 풀이된다.

밑도 끝도 없는 각종 루머가 날로 확산되고 있는 현 상황을 그대로
방치했다가는 종업원들의 사기저하는 물론이고 국제적으로도 신용을 잃을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인수설로 인해 해외시장에서는 2천3백여개의 딜러로부터 신용을
잃고 있는데다 1천8백여개의 납품업체들이 반신반의한 나머지 납품을 포기할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피해를 줄이기 위해 지금까지의 방관적 자세에서 탈피, 앞으로는 적극적
방어로 급선회한 것으로 볼수 있다.

기아는 직.간접적으로 갖고 있는 자사주가 전체 지분의 53%를 넘기 때문에
물리적인 기업인수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오는97년께 증권거래법이 개정돼 M&A(기업인수합병)가 개방되더라도
그때쯤이면 안정지분이 60%를웃돈다는 게 기아측 설명이다.

그런데도 증권가등에서는 "삼성이 기아를 사냥하기 위해 인수팀을
구성했다"느니 "LG그룹과 기아그룹의 통합이 조만간 발표될 것"이라는등
그럴듯한"설"들이 난무하고 있다.

심지어는 기아가 M&A(기업인수합병)방어차원에서 일본 토요타측에
지분참여를 요청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기아측은 이런 루머들이 나돌게 된 배경을 두가지로 풀이하고 있다.

우선 소문으로 인해 기아가 타격을 입게 되면 상대적으로 득을 보게되는
음해세력들이 인수설을 공공연하게 퍼뜨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아는 이에 대한 증거도 갖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둘째는 기아가 주인이 없는"무주공산"이어서 적자가 늘어나는등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는 외부의 시각이다.

이런 지적에 대한 기아의 입장은 분명하다.

작년에 적자폭이 6백97억원으로 확대된 가장 큰 이유는 설비투자 확대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올해는 신차판매가 늘어나 흑자로 전환될 것"(박제혁부사장)이라는
주장이다.

"오너가 없다"는 지적만 해도 기아는 국내에서 업종전문화가 가장
잘돼 있는 기업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안된다고 해명하고 있다.

기아는 이같은 이유에도 불구,전혀 근거없는 소문들을 불식시키기 위해
그동안 마련해온 복안들을 이제부터는 실행에 옮길 방침이다.

현재 10.83%인 우리사주와 경발위의 지분을 향후 2-3년내에 20%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를위해 기아는 종업원들이 매달 월급여에서 2%,회사측이 1%를 갹출해
종업원 1인당 3%씩 적립해 나가고 있다.

이와함께 3백개사에 달하는 부품업체들에 대한 "문단속"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이들 업체들은 회사나 개인명의등으로 기아주식을 20% 가량 갖고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부품업체들은 기아를 노리는 대기업측에서도 "매집 사냥감"
제1호가 될수 있어 "기아가 망하면 부품업체도 죽는다"는 취지에서
협력강화등을 통해 설득작업을 벌이겠다는 복안이다.

기아의 관리직 직원들이 협의체를 구성키로 한 것도 "백만대군"이상의
힘이 될것으로 보고 있다.

기아의 일반직 근로자들은 회사측의 인정아래 대표성을 지닌 협의체를
이달중으로 결성할 예정이다.

이같은 적극적 방어전략으로 기아가 지금처럼 "홀로서기"를 할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러나 인수를 둘러싼 루머가 앞으로도 꼬리를 물고 이어질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게 재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다른 대기업그룹에서 인수할 경우 근로조건이 지금보다 좋아질 건 뻔해
"매수 당하기"를 은근히 바라는 "내부의 적"도 만만치 않아서다.

게다가 97년부터 격화될 자동차업체들간의 경쟁에서 기아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금 동원력"이 관건을 쥐고있으나 이 부분에 취약점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성구/정태웅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