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은 겨울산이다.

동남은행 산악부의 6년에 걸친 전국명산 순례는 50여회에 이르며 한 해의
첫 산행인 1월은 언제나 태백으로 향하는 것이 불문율이다.

천제단 제단위에 아로새긴 "한배검" 붉은 글씨를 보는 순간 신령스런
영기가 서리고, 산 만큼이나 획이 굵은 서체료 "태백산"을 새긴 비석이
민족의 영산으로서 그 무게를 더 하는 듯하다.

지척인 영월의 청령포에서 한맺힌 생을 다한 단종이 죽어 이 산의
산신령이 되었다 하여 단종비각을 모신산,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을 산다는
생명력의 화신인 주목이 유달리 많은 산, 그 산 그 나무아래 또 우리는
모였다.

이 산을 찾을때문 빠짐없이 준비하는 한가지 장비가 있으니 바로 두꺼운
비닐로 된 비료포대다.

엄숙한 분위기가 서려있는 천제단을 떠나 정상에서 망경사까지 문수봉
안부에서 당골까지 이어지는 실버라인을 따라 누거 먼저랄것도 없이
고이접어 모셔온 비닐포대를 엉덩이에 깔고 다리만 들면 내려 닿는 이름하여
"힙스키" 이 힙스키 슬로프는 전국 어느산에서도 찾아볼수 없는 태백의
겨울풍경이다.

당골식당 한 구석에서 칼국수 한 그릇과 막걸리 한사발에 피로를 씻고
또다시 서울과 부산으로 헤어지는 아쉬움속에 진한 믿음과 우정이 피어난다.

전국 각지점에서 흩어져 근무하다 매월 1회 실시되는 산행에 어김없이
모여드는 산꾼들이 있다.

구서동 출장소장 권세민, 국제부 차장 이중하, 상임감사 박진국, 금융부장
김규태필자, 울산지점장 박희석, 수영지점 차장 임달원, 원당지점장 한선환
등.

오는 11월1일이면 우리은행 창립 6주년을 맞는 날이다.

산악부의 산행은 동남은행의 새로운 문화풍토 형성에 용광로적 역할을
하고 있다.

산이 주는 친화력과 포용력은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 연결고리가 되기에
충분했고 그렇게 이어진 마음과 가교가 있었기에 그 험난했던 창업의 고난을
딛고 오늘날 우리를 있게 한 하나의 큰 뿌리가 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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