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의 진정한 개혁은 제도나 법령차원을 넘어 한걸음 더 나아가
의식개혁을 통해서만 이뤄질 수 있다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

성수대교 붕괴, 삼풍사고 등에서 확인되었듯이 우리사회 전반의 후진적인
의식구조가 그대로 유지되는한 아무리 제도가 바뀌어도 우리 국가사회의
선진화는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신문사는 LG경제연구원과 공동으로 설문조사를 통해 소득 1만
달러 시대를 앞둔 우리사회구성원들의 의식수준과 향후의 의식개혁 추진방향
을 모색해 보고자 했다.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모두 37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으며
설문응답자들 연령별로 보면 20대이하가 183명, 30대이상이 193명이었으며
성별로는 남자가 220명 여자가 156명이었으며 직업별로는 학계 공무원
언론인 등 우리사회의 오피니언 리더 48명과 일반직장인 237명, 그리고
학생 주부 등이 91명이었다.

우리국민들은 대부분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의식 수준이 낮은 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또 적당주의와 이기주의를 우리사회가 가장 시급히 청산해야 할 낙후된
의식으로 꼽았으며 의식 개혁을 위해서는 정치 지도자들이 먼저 솔선수범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응답자의 대다수인 95%가 우리사회 전반의 총체적 의식개혁이 시급
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그렇다고 대답했으며, 시급하지 않다고 답한 응답자는
5%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같은 비율은 응답자의 나이 성별 직업에 관계없이 대부분의 그룹에서
공통적인 것이었다.

우리사회 구성원들의 전반적인 의식수준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전체 응답자의 88%는 우리사회 구성원들의 의식수준이 보통 정도이거나
낮은 수준이라고 대답한 반면, 높은 수준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13.1%에
불과했다.

이는 우리사회 구성원들 스스로가 우리사회의 의식수준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으며 따라서 사회전반의 총체적 의식개혁이 시급
하다는데 공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할수 있다.

현시점에서 우리사회 전반에 의식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로는
인간다운 삶이 일상화된 성숙된 사회를 이룩하기 위해서라고 답한 응답자가
전체의 85.4%로 가장 많았다.

반면 선진경제로의 도약이나 통일에 대비한 국가역량 배양등을 꼽은
응답자는 소수에 그쳤다.

우리국민이 바라는 의식개혁이 선진국 도약이나 통일 민주화등 거창한
구호성 목표보다는 삶의 현장에서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개혁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현시점에서 가장 시급히 청산해야 할 우리사회 구성원들의 의식으로 두
가지를 선택하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49.5%가 남이야 어떻든 나와
내 가족만 잘되면 된다는 이기주의를 꼽았다.

최근 우리사회가 지역간 세대간 갈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
비춰볼 때 남과 우리보다는 나와 내 가족만을 생각하는 극단적인 이기주의가
앞으로 조화로운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데 가장 큰 걸림돌임이 확인된
셈이다.

매사에 대충대충 적당히 넘어가도 된다는 적당주의를 가장 먼저 청산해야
할 의식으로 꼽은 응답자도 전체의 49.5%나 됐다.

삼풍백화점 붕괴 성수대교붕괴등 최근의 대형안전사고에서 경험한 바와
마찬가지로 매사에 적당히 넘어가는 대충주의가 우리사회를 뿌리부터
뒤흔드는 위해요인이라는데 대해 많은 국민들이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그밖에 속이야 어떻든 걸모양만 그럴듯하면 된다는 형식주의(24.7%)와
지연 학연등에 따라 움직이는 연고주의(23.9%)를 시급히 청산해야 한다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오늘을 사는 우리사회 구성원들이 되살려야할 우리 고유의 전통가치관
가운데 하나를 꼽으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공동체 정신에 바탕을 둔 향약
정신을 선택한 응답자가 38.9%를 차지했다.

내륙과 해양으로 뻗어 나가던 진취성이나 청빈생활을 강조하던 선비정신
그리고 금속활자와 한글등을 창안해 낸 창의성등은 각각 20% 내외에 그쳤다.

물질적 풍요와 생활수준의 제고에도 불구하고 사회공동체의 붕괴와 개인화
익명화가 가속화되면서 나타나는 이웃간 연대의 상실과 고립감을 우리
국민들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말해 주는 대목이다.

한편 성별로는 진취성을 꼽은 응답자는 남성비율이 여성에 비해 높았으며
창조성의 경우에는 여성응답자 비율이 남성에 비해 높았다는 점은 흥미로운
부분이라고 할수 있다.

앞으로 우리사회가 지향해 나가야 할 의식개혁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절반이상이 집단
이기주의의 청산및 공동체 정신의 함양을 꼽았다.

모두가 골고루 잘사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리사회가 지향해야 할 의식
개혁의 본질임을 다시금 생각케 하는 대목이다.

진정한 의미의 민주화 역시 의식개혁의 구체적 내용으로서 많은 지지를
얻었다.

국민들 가운데 상당수가 의식개혁을 통해 국민이 참된 주인 대접을 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은 문민정부 출범 이후 지속
돼온 제도나 관행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리사회 곳곳에 비민주적
사고가 잔존해 있음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현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의식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집단을 두가지
고르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전체 응답자의 각각 71.8%, 69.1%가 정치인
(정당)과 공무원(정부)을 지목했다.

반면 언론인 교육자 기업인 근로자등이 의식개혁이 필요한 집단이라고
답한 응답자의 비율은 각각 10%내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향후 의식개혁을 위해 가장 역점을 둬야할 부문으로 두가지를 고르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정치지도자들의 솔선수범을 꼽은 응답자가 전체의 58.8%로
가장 많았다.

이같은 결과는 사회공동체의 통합과 미래비전 설정이라는 정치지도자들의
역할에 우리국민들이 거는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사실을 반영하는 한편
오늘날 정치지도자들의 낙후된 의식과 행태에 대해 우리국민들이 크게 우려
하고 있음을 말해준다고 할수 있다.

이외에도 학교교육을 통한 의식변화 그리고 법규범과 사회제도의 개혁을
꼽는 응답도 각각 37.8%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학교교육을 꼽은 응답자가 많았던 것은 개인의 가치관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학교교육이 현재의 입시위주 교육에서 탈피해 각 개인이
자신의 능력과 개성을 최대한 발휘하면서도 모두가 한데 어울려 살 수 있는
공동체적 가치관에 충실한 교육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
들여진다.

평소 생활하면서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어떤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가족을 선택한 응답자가 50.4%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는 개인 25.1% 사회 13.1% 국가 5.6%등의 순이었다.

이웃이나 사회공동체의 발전보다는 자기 자신이나 가족과 같은 1차집단의
안위와 행복에 더 집착하는 우리 국민들의 가치관이 드러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연령별로는 20대이하 신세대와 30대이상 기성세대 사이에 차이가
발견된다.

우선 가족이 중요하다고 대답한 비율은 기성세대와 신세대간의 큰 차이는
없었다.

그러나 신세대들의 경우 자기가 속한 회사나 학교등 조직이나 사회 국가등
2차집단이 중요하다는 비율이 30대에 비해 절반정도로 크게 떨어지는 반면
개인이 중요하다고 대답한 비율은 기성세대의 17.1%보다 두배가량 높은
33.5%에 달했다.

신세대의 개인중심적인 사고방식을 확인할수 있는 대목이다.

평소에 어떤 일이 가장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함께 잘사는 사회를 만드는 일이라고 대답한 응답자가 성별 연령별 구분없이
가장 많은 44.5%를 차지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실제 생활에서 회사나 사회 국가등 2차집단보다는 자기
자신과 가족이라는 1차집단에 더 비중을 두고 있지만 그런 와중에서도
소외된 이웃이나 사회의 균형발전에도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엿보게 하는 부분이다.

이밖에도 화목한 가정을 이루는 일이라고 대답한 응답자가 34.1%에
달했으며 조직의 발전에 기여하는 일(14.7%)이나 경제적 부를 획득하는
일(4.3%), 사회적으로 남보다 높은 자리에 올라가는 일등은 상대적으로
낮은 비율로 나타났다.

성별 연령별로 보면 여성응답자와 20대이하의 신세대 응답자의 경우 화목한
가정을 만드는 일을 꼽은 비율이 남성응답자와 30대이상에 비해 훨씬
많았다.

한편 30대이상과 남성들의 경우 화목한 가정뿐만 아니라 조직의 발전에도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도를 나타냈다는 점이 흥미롭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