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기업을 배울 것인가, 일본기업을 벤치마킹할 것인가.

리스트럭처링을 준비하는 거의 모든 국내기업들의 공통된 고민이다.

기왕에 앞선 경험사례를 배우기로 한 마당에 가장 뛰어나고 새로운
사례를 본받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과연 한국기업에 적합한 리스트럭처링은 무엇이며 리스트럭처링의
본질은 무엇인가.

"세계를 변화시킨 기계"라는 저서로 널리 알려진 제임스 워맥박사는
지난 7월 서울강연에서"리스트럭처링을 성공적으로 수행키 위해서는
무엇보다 간결한 사고방식이 전제돼야한다"고 강조했다.

간결한 사고방식이란 말하자면 기본에 충실한 경영과 성실한 실천이다.

거창하고 특별한 과제를 설정하자는 것이 아니다.

낡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자기를 변화시키고 종국에는 자기파괴에
비견될 정도의 혁명적인 변신을 시도해야한다는 얘기다.

미국과 일본기업들의 대표적인 리스트럭처링 사례들은 모두 기본에
충실한 경영혁신의 전형을 잘 보여준다.

한국기업들의 흥망성쇠를 좌우할수도 있는 경영혁신의 열쇠는 이러한
"기본배우기"에 있다.

기업경영에 있어 기본적인 것이란 고객의 만족을 위해 노력하고 우수한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고 개인과 조직의 목표를 한데 융화하는 것이라고
압축해 표현할수 있다.

여기에다 최신 패러다임으로 떠오른 "기업의 고유이념"을 궁극적으로
실현하고 사회적인 공익기능을 완수하는 것이 부가될 수 있을 것이다.

미국기업들이 추진하고 있는 "기본에 충실한 경영"은 우선 고객을
중시하는 경영으로 표출되고 있다.

미국 최고의 백화점으로 인정받고 있는 노드스트롬사는 "이치에 닿지
않는 고객의 요청에 호응하자"를 사시로 내걸고 있다.

때문에 출장길에 급히 오른 고객으로부터 전화로 주문받은 물건을
공항으로 직접 배달해 주어야하고 고객의 자동차타이어를 갈아
끼워주기도 하며 고객의 주차위반 과태료를 물어주기도 한다.

그래도 이 회사는 고객의 요구에는 "무리한 요구"가 있을수 없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다.

매켄지사와 나비스코사사장을 지내고 지난 93년 IBM사장으로 영입된
루이스 것스너사장은 "새로운 IBM건설"을 위해 종전의 개인->기능->부서의
순이었던 IBM고유의 가치관을 고객->IBM->부서의 순으로 돌려놓았다.

리스트럭처링의 최고가치는 고객이며 문제해결의 실마리 또한 고객에게
있다는 확고한 기업이념에서 출발한 가치변화다.

고객중시의 기업이념을 실천한 결과 지난 93년 단일기업으로서는 사상
초유의 80억달러 적자를 기록한 IBM은 94년에는 30억달러의 흑자로
돌아섰다.

미기업들은 이와함께 "질중시 경영"과 "개인과 조직의 조화"를
리스트럭처링의 핵심개념으로 설정하고 있다.

여기서 의외로 주목을 끄는 것은 미국기업의 비해고( No Lay-off )
정책.흔히 미국기업은 무지막지한 해고의 칼을 휘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실제 미국의 초우량기업들은 인원을 잘라내기보다는 "회사밖으로
인도해주는"쪽에 가깝다.

존슨 앤드 존슨사는 사업환경의 변화로 감원이 불가피해졌을때 일단
사내의 다른 일자리를 알아봐주고 있다.

그래도 맞는 일자리가 없으면 외부회사에 일자리를 연결해주는 사내
"취업알선부"를 운용하고 있다.

휴렛패커드도 비해고정책을 중시하고 재교육을 통한 재배치프로그램을
도입했으며 최종적으로는 감원대상인 사원들이 다른 회사에 자리를
잡을수 있도록 금전적 행정적인 지원을 해주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어떤가.

도요타자동차등 일본기업들은 인사관리상의 리스트럭처링보다는
생산과정에서의 리스트럭처링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전사적 품질관리(TQM)나 제로 디펙트(무결점)운동등이 모두 품질혁신과
관련된 리스트럭처링의 대표적인 개념들이다.

전통적인 연공서열위주의 인사정책을 쉽게 바꿀수 없었던 일본기업들은
먼저 완벽한 품질을 만들기 위해 생산과정을 혁신하는 작업에 먼저 손을
댔던 것이다.

사람보다는 기계와 시간을 먼저 개조킨 것이 일본식 리스트럭처링의
최대특징이라고 할수 있다.

그런만큼 일기업들은 인사관리상의 리스트럭처링에서도 미국과는 다른
방법을 택하고있다.

조기퇴직제가 바로 그것이다.

일기업들은 취업알선과 같은 미국식 인사관리가 별효과 없이 사원들의
애사심만 희석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미국기업이나 일본기업 모두 기업이념의 실천,다시말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기업이념의 실천을 리스트럭처링의 궁극적인
목표로 꼽는다는데는 차이가 없다.

기업이 조직체로서 생명을 유지하고 고객과 함께 진정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건전한 기업이념을 실천해야한다는 신념에서 비롯한 귀결이다.

물론 기업이념은 변화한다.

기업들은 그 시대의 요구와 가치에 맞게 기업이념을 바꿔나가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변화하는 기업이념을 최고경영진에서부터 평직원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제때 습득하고 제대로 이해하도록 만드는 작업이다.

리스트럭처링도 결국 이 작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가치와
구조의 변화라고 요약할수 있다.

휴렛패커드사가 사내 학습조직을 만들어 기업이념을 항상 새롭게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미국과 일본의 초우량기업들이 시행착오를 거쳐 진행하고 있는
리스트럭처링의 성과들은 이제 막 경영혁신을 추진하기 시작한
한국기업들에도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몰론 기업경영의 환경은 많은 부분에서 미국 일본과는 상당히 다르다.

그러나 IBM 도요타등이 보여준대로 고객과 질을 중시하는 기업이념을
실천하기 위해 끊임없이 개인과 조직을 변화시키는 "기본에 충실한
경영"은 한국적 기업풍토에서도 그대로 피어날 수있는 리스트럭처링의
핵심이 될 것이다.

< 심상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