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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젠신문은 창간31주년을 맞아 (주)한국전략경영과 공동으로 세계적
경영컨설턴트인 강동우 일본 글로벌 시너지 어소시에이트대표를 초청,
12일 대한상의 국제회의실에서 ''한국기업의 세계화전략과 비가격경쟁력''을
주제로한 특별강연회를 개최했다.

강동우대표는 이날 강연에서 한국기업들은 이제 양적 세계화에서 질적
세계화로 세계화전략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구체적 방안을 소상히
제시했다.

강연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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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들은 반도체 철강 조선등의 산업분야에서성공했다는 평을 듣는다.

선진국과의 경쟁에서 그들 수준에 도달하거나 추월한 사례도 있다.

그렇다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꼽을 수있는게 기업의 경쟁력이 대부분 환율에 의존하고있다는
점이다.

선진국과 비교할때 취약 산업이 많다는 것도 문제다.

한국의 기업들이 격화되는 세계무대에서의 경쟁을 이기고 중장기적으로
살아남을 수있을지도 미지수다.

따라서 구조조정등을 통해 비가격 경쟁력을 제고하는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1인당 GNP(국민총생산)가 현재의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었던
지난 79년이후 10여년간 일본기업들이 펼쳤던 전략은 한국기업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과거10년간 엔화는 급격히 절상됐다.

달러당 2백40엔이었던 환율이 1백엔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일본의 무역흑자는 그다지 줄어들지 않았다.

엔고로 일본상품의 가격이 올라갔음에도 불구하고 다른나라에서 일제품을
사지않을 수없을 만큼 일기업들이 핵심부품 제조설비 소재등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하고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기업들도 이런 점에 착안해 일찍부터 부품의 국산화에 나섰다.

그러나 한국기업들의 전략에는 여러가지 문제가 있다.

왜냐하면 한국기업들이 기존제품의 국산화율을 높히면 일본기업들은
곧바로 신제품을 내놔 한국기업을 따돌리기 때문이다.

비디오테크의 경우를 보자.한국 기업들이 국산화율을 30%에서 70%로
높히자 일본기업들은 기술수준이 한단계 더 높은 "핸디캠"과 "PHS"를 즉시
개발해 발표했다.

당연한 결과로 한국 기업들의 국산화율은 다시 미미한 수준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따라서 이제는 발상의 전환을 해야한다.

환율변동등에 영향받지않는 "보틀렉 기술"의 개발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외국제품을 자세히 분석해보면 한 회사가 그제품의 2차부품이나 소재를
독점하고있는 사례를 종종 발견할 수있다.

실리콘웨이퍼를 칩으로 절단할때 사용하는 다이싱소우(톱)가 대표적
사례다.

세계적으로 반도체인 D램을 생산하는 회사는 많다.

그러나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다이싱소우는 디스코(DISCO)라는 일본의
중견기업이 거의 독점하고있다.

소니 도시바 산용등 일본의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있는
리디움이라는 2차전지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전지개발에서는 이들 기업이 앞서가고있지만 리디움전지의 소재가
들어가는 케이스 한 중소기업이 독점하고있다.

이런 기업들은 대기업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이들의 공급능력은 PC등
최종제품의 출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일본의 대기업들도 이들 중소기업에크게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전략은 환율의 변동에도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한국 기업들도 이제는 이런 "보틀넥 기술"의 개발을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사가 갖고있는 기술의 핵심포인트를 정확히 평가하고
이를 확대응용할 수있는 길을 찾아야한다.

반도체 산업이 생기기 전만해도 디스코사는 정밀기술을 만년필촉을
자르는데 활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79년 반도체산업의 출현에 따라 이 기술을 웨이퍼다이싱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응용할 수있는 방법을 검토했다.

이 결과 다이싱소우라는 제조장치의 개발과 생산에 성공했다.

그 다음엔 기술이 카피되지 않도록 대처하는 것과 신제품의 개발기간을
최대한 단축해 경쟁업체가 따라오지 못하도록 하는데 주력해 다이싱소우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유지했다.

이런 "보틀넥 기술"의 확립은 한국 같이 국내의 경제적 규모나 힘이
한정된 나라에서 특히 효과적인 전략적 무기이다.

한국의 기술수준도 그동안 꽤 높아졌기 때문에 지금이 "보틀렉 기술"의
개발에 나설 수있는 좋은 싯점이다.

구조적으로 우위를 확보할 수있는 또하나의 길은 최종제품단계에서 확실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다.

다른 나라의 컨셉트를 쫓아가는 것이어서는 않된다.

독자적인 제품컨셉트를 세계시장에 내세워야한다.

흔히 일본인은 창조력이 약하다고 한다.

무에서 새로운 산업분야를 창조하는 능력에 관해서는 일본기업들 스스로도
풀어야할 숙제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세계시장에서 새로운 제품의 컨셉트를 소개하는데는 충분한
능력을 갖고있다.

예를 들어 미키모도는 지난 1893년 인공진주를 세계시장에 발표했으며
소니는 지난 79년 드라이 맥주를 내놓아 세계적인 제품 컨셉트로 인정받았다.

한국 기업들도 독자적인 제품 컨셉트를 세계에 내놓아야 한다.

일본 기업들은 이런 제품 컨셉트를 이미 15년전부터 세계적에 확립했다.

일기업들의 성공사례를 보면 그들의 성공요인은 고객의 니즈를 잘
파악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수있다.

예컨데 소니의 경우 소비자가 이동중에 좋은음질의 음악을 등고 싶다는
욕구를 잘 포착해 워크맨등에서 자사제품의 확실한 켄셉트를 만들어냇다.

과거 일본 기업들은 주로 영업과 기획부서가 이런 작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의 기업들은 마케팅부서에서 이 일을 하고있다.

소비자와 직접 부딪치는 부서에서 소비자들의 욕구를 훨씬더 잘 읽을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으로 최근들어서는 일본기업들도 서구기업을 따라가는
추세다.

국제무대에서 자사제품의 컨셉트를 세우기위해서는 응용분야의 선도적
기업들과도 협력할줄 알아야한다.

마쓰시다전기가 좋은 예다.

이회사는 비디오데크분야에서 독보적 위치를 점하고있지만 제품속에
들어가는 마이크로 콘트롤 부품은 미쓰비시전기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같은 계열의 마쓰시다전기와의 관계보다 미쓰비시전기와 더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있다고 할 수있을 정도다.

과거에는 한국이나 일본 모두 대기업을 좋게 평가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일본등 각국 기업들은 "작은 조직 만들기"에 박차를
가하고있다.

이는 창조력을 필요로 하는 컨셉트를 만들거나 "보틀넥 기술"개발하는데는
관료적인 조직이 부적당하기 때문이다.

세계1위의 반도체 메이커인 인텔사의 한 임원은 "우리 회사의 성공요인은
규모와는 다르게 아직까지 중소기업 같이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는 데 있다"
고 했다.

일본 경단련의 올하계 세미나 주제도 "대기업조직의 소단위 개편과 이를
바탕으로한 신산업 창조방안"이었다.

그렇다면 대기업의 장점을 살리면서 작은 조직의 창조성과 효율성을 갖출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이를 위해서는 현장의 실무자와 결정권을 가진 경영자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직접적으로, 그리고 밀접하게 해야 한다.

이는 조직의 계층과 중개하는 사람의 수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아이디어나 정보가 자유롭게 유통되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아시아 지역의 기업들은 자신의 이해와 직위를 지키기 위해서 정보를
의도적으로 유통시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

혁신적인 조직에 있어서 아이디어의 가치는 아이디어 제안자의 지위와는
별도로 평가된다.

정보기술의 적극적인 활용은 "장벽 없는 조직"을 만들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인텔사의 직원 1인당 PC(개인용컴퓨터)보유대수는 2대다.

따라서 이들은 전자메일 PC회의시스템등을 통해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커뮤니케이션을할 수 있다.

일본 기업들은 아직까진 이런 면에서 미국보다 뒤떨어져 있다.

하지만 최근 NEC의 가네꼬사장이나 미쓰비시상사의 마끼하라 사장등
최고경영진이 적극적으로 PC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NEC의 경우 올해말까지 PC보유율 1백%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한다.

한국 기업들도 최고경영자 자신이 지도력을 발휘해 사내 정보기술의
적극이용을 권장해야 한다.

이는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해준다.

정보 슈퍼하이웨이 시대에 맞는 전략을 창조하기 위해서도 최고경영자
자신들이 경험이 필수적이다.

외국기업의 기술과 유통채널을 매입하는 것도 세계화를 가속할 수있는
방법이다.

그러나 매입 그자체로 실질적인 글로벌화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매입자체가 큰 일임에는 틀림없지만 그뒤 발생하는 기업통합 프로세스가
더 큰 도전이 될 때가 많다.

또 여러가지 조직과 기술을 모아서 "꽃꽂이"같은 현상이 되는 일을 막는
것도 중요하다.

자사의 능력을 사내에서 육성하지 않고 매입에 의해 확립하는 것도 하나의
수단이다.

그러나 예쁜 꽃을 여러형태로 잘라서 모아놓는 꽃꽂이는 며칠동안은
아름답지만 곧 말라버린다.

오랫동안 살아있게 하려면 뿌리가 자랄 수 있게 영양을 계속 공급해야
한다.

조직적이고 기술적인 일관성을 유지하려면 매수한 조직과 기술을 어떤
방식으로든 모체에 흡수통합시켜야한다.

일레로 필립스사는 매수한 미국의 시그네틱스사를 통합할 때 당시
시그네틱사의 사장을 필립스 본사의 사업부 부회장에 임명했다.

미국인 매니저들의 잔류는 핵심인재유출을 방지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독일 다이무라 벤츠그룹이 미국의 반도체 메이커인 시리코닉스사를
매수했을 때도 시리코닉스의 사장을 자사의 공장 총책임자로 기용했다.

글로벌화의 목적은 세계의 전략적 지역에서 확고한 지위를 확립하고
전세계에 분산돼 있는 경영자원을 탄력적으로 운영해 세계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하는데 있다.

이것이 글로벌화의 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해외 영업소, 생산거점, 외국인 조업원수등 글로벌화의 양보다 훨씬
중요하다.

영국과 네덜란드의 합작회사인 유니레버사는 유럽뿐만이 아니라 미주
대륙과 아시아에 있어서도 강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미국의 캐터필라사는 미쓰비시중공업과의 합작을 통해 경쟁사인
고마쓰사에 비해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글로벌화의 목적달성에 필요한 조직형태는 매트릭스조직이다.

이는 글로벌화된 기업이 중앙집권적 사고방식과 지역주도적 사고방식간
불일치를 시정할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한국 기업은 본부에 대한 집중도가 높은 편이다.

세계 우량기업은 제품사업본부를 꼭 자국에 두지는 않는다.

그 사업에 대한 노하우와 능력을 세계의 어디에 집중시키면 가장 유리할
지를 생각해 결정한다.

지역선별 기준으로는 국내시장의 규모와 성격, 학습기회의 유무,
생산거점의 효율적 운영등이 있다.

전략적 지역에서 성공하려면 그 나라에서 "인사이더"가 돼야 한다.

영향력있는 인맥을 확보해야 한다.

구미나 일본기업들 가운데는 해외 인맥형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기업이 많다.

외국인을 임원으로 영입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홍콩은행은 일본 이토추상사의 무로후시사장을 사외중역으로 영입했다.

소니 본사의 임원중 유럽 지역조직의 각 책임자는 외국인이다.

국경을 초월해 문제를 해결하려면 자신이 자란 환경에서 뿐만아니라
문화와 관습이 판이하게 다른 지역에서도 적절히 어울리며 행동할 수있는
능력을 길러야한다.

대부분의 경우 자국에서의 경험밖에 없기 때문에 이런 행동패턴을
익히려면 자극적이고 계획적인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우량기업들은 이런 프로그램을 도입하는데 투자를 아끼지 않고있다.

하지만 외국어나 이문화의 학습만으로는 의미가 없다.

문제는 문화적 배경이 다른 사람들과 만나 문제를 풀어가는 노하우와
행동패턴을 몸에 익혀야한다.

트레이닝만으로는 총괄적인 국제화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없다.

적극적인 기업은 해외출장 뿐아니라 해외주재나 타사와의 인재교환등을
전략적으로 활용한다.

최근 들어 해외에서 이사회를 개최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정리=이건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