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은 창간 31주년 기념으로 제프리 페퍼 미스탠포드대 교수와
조동성서울대 교수의 대담을 마련했다.

"기업경쟁력과 인재의 활용"을 주제로 12일 서울대 호암회관에서 진행된
이 대담에서 페퍼 교수는 "경쟁력의 원천은 다름아닌 사람에 있다"며 "시장
경제체제에서 정부는 지나친 개입을 자제하고 기업의 창의력이 최대한 발휘
되도록 지원하는 역할에 머물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경련초청으로 방한중인 페퍼 교수는 이날 대담에 이어 13일엔 전경련
국제경영원 최고경영자 월례조찬회와 국가경쟁력강화 민간위원회 발족
2주년 기념 강연회에 각각 참석, "사람이 경쟁력이다"는 주제로 특강을 할
예정이다.

12일 서울대 호암회관에서 진행된 대담 내용을 간추린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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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성교수=귀하의 저서는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특히 무한개방시대를 맞은 한국의 기업들에 어떻게 해야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는 평가를 얻고 있지요.

먼저 "경쟁력"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지부터 말씀해 주시지요.


<>제프리 페퍼교수=경쟁력의 주체가 기업이냐 국가 전체냐에 따라 정의가
조금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개별 기업들은 경쟁력 확보를 위한 관건으로 장기적인 수익을 중요시
합니다.

그러나 국가 전체의 경우는 얘기가 달라집니다. 다양한 특성을 가진
기업들이 어떻게 조화를 이뤄 세계 시장에서 이익을 낼 수 있느냐가 중요
하다고 봅니다.


<>조교수=기업의 경쟁력은 결국 제품을 통해 나타난다고 봅니다만.


<>페퍼교수=물론입니다. 한가지 더 추가한다면 기업들이 베푸는 서비스도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 잣대의 하나지요.

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을 얼마나 잘 예상해
신제품을 개발해내야 할 것입니다.

시장환경의 변화에 잘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예컨대 미국 모토로라사
같은 경우는 일반 전화기가 사양기에 접어들자 곧바로 셀룰러폰 반도체 같은
신제품을 시장에 내놓음으로써 경쟁력있는 기업으로 명맥을 잇고 있는
것입니다.


<>조교수=기업의 경쟁력이 모아져서 국가 전체의 경쟁력이 생성된다고
말씀하셨는데.


<>페퍼교수=기업의 경쟁력을 확실하게 검증할 수 있는 방법중 하나가 증권
시장에서의 평판입니다.

주가가 높은 기업은 그만큼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셈이지요. 바꿔 말하면
증시에서 고평가되는 기업들, 곧 성공한 기업들이 얼마나 많으냐 여부가 한
국가의 경쟁력을 재는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조교수=국가의 경쟁력은 거시지표를 갖고도 따져볼 수 있습니다. 그
잣대는 크게 두가지가 있다고 봅니다.

단기적인 잣대는 무역흑자 여부이고, 다른 하나는 GNP(국민총생산)성장률
이지요.

이중 보다 적절한 지표는 아무래도 GNP쪽일 것 같습니다.


<>페퍼교수=동감입니다. 무역흑자란 건 인위적인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에
경쟁력을 따지는 지표로 반드시 적절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중요한 건 역시 경제적 생산활동의 총화라고 할 GNP지요.


<>조교수=국가경쟁력을 유지하는데 정부의 역할은 어느 정도나 될까요.


<>페퍼교수=정부의 역할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정부가 시장에 너무
개입해서는 오히려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지요.

이런 점에서 요즘 미국정부의 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외국과의
무역협상에서 대외개방 압력을 넣는 일이 잦아졌는데 이건 불합리합니다.

국내와 외국산업을 구분해서는 곤란합니다. 전체적인 그릇을 키우는데
신경을 써야 합니다.

산업정책이란 걸 잘못 쓰면 시장을 왜곡시킬 가능성만 큽니다. 저는 시장
기능을 믿습니다.


<>조교수=얼마전 스위스 IMD연구소가 낸 국별 경쟁력 보고서를 보니까
미국이 일본을 제치고 경쟁력순위 1위를 되찾은 것으로 돼있던데요.


<>페퍼교수=글쎄요. 미국의 반도체 자동차 서비스 같은 개별 산업들을
보면 반드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습니까.

다만 전체적인 경쟁력을 따지면 세계 1위라고 볼 수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조교수=국가건 기업이건 경쟁력을 좌우하는 공통적인 기본 요소는 결국
"사람"으로 귀결되지 않겠습니까.


<>페퍼교수=그렇습니다. 미국이 자랑하는 경쟁력의 원천도 바로 사람에
있지요.

개방적인 이민정책을 취해 온 덕분에 외국의 우수한 인재들이 모여들고
있어서입니다.

세계 첨단산업의 메카라는 실리콘 밸리를 보면 한국을 비롯해 인도
파키스탄 중국 등 세계 각지에서 유능한 사람들이 수두룩합니다.


<>조교수=그런데도 몇년전까지만 해도 미국산업이 경쟁력을 잃고 사양화의
길에 접어들었다는 지적이 비등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인재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별 차이가 없었을텐데
말입니다.


<>페퍼교수=요즘 미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회복한 것은 경영관리를 혁신한
덕분입니다.

예를 들어 GM 포드 크라이슬러 같은 자동차회사들은 생산라인에 인력활용을
높일 수 있는 가변(flexible)체제를 도입했습니다.

한 사람이 하나의 일만 하는 게 아니라 여러가지 일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도록 했지요.

덕분에 개인의 창의성 발휘가 가능해졌습니다. 요컨대 경쟁력을 높이는데
중요한 건 기업경영의 끊임없는 혁신입니다.


<>조교수=미국 기업들사이에 붐을 이뤘던 리엔지니어링 같은게 혁신의
대표적 기법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미국 기업들은 비효율적인 요인들을 제거하는 방편으로 다운사이징 같은
과감한 인원정리도 펴고 있는데요.

예컨대 지난 10년간 미국에서 감축된 사무직 인원만 해도 3백만명이 넘는
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이건 귀하의 말씀에 비춰보면 상당히 모순된 측면이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인적 자원 활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미국 기업들은 경쟁력 회복을
위해 인원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있지 않습니까.


<>페퍼교수=개인적으로 미국 기업들의 다운사이징 전략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미국 기업들이 지난 10년간 펼친 인원정리 작업에 비례해 경쟁력이
크게 나아졌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기업경영자들로서는 당장의 경영비용을 줄이는데 인원감축만큼
매력적인 수단은 없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미래를 위한 경쟁력을 생각한다면 섣불리 손을 대서는 곤란합니다.
모토로라나 휴렛패커드 같은 기업들을 보세요.

여간해선 종업원들을 해고하지 않으려고 노력한 대표적 기업들입니다.
오늘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되지 않았습니까.


<>조교수=귀하의 저서를 보면 기업들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16가지
조언을 소개하고 있던데요.


<>페퍼교수=여러가지가 있겠습니다만 사람을 뽑을 때는 신중하게 가려서
채용하고, 일단 채용한 종업원에 대해서는 자신의 자질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끔 교육 훈련을 강화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일입니다.

쉽게 해고하기 보다는 종신고용제 같은 안정적인 고용관행을 정착시키는
일도 중요하지요.

경영자들이 무엇보다도 신경을 써야 하는 건 단순히 급여를 줄이는 일보다
는 전체적인 비용을 낮추는데 경영의 포인트를 맞춰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기업들은 급여를 깎는데 급급한게 실상입니다. 단적인 예로 미국
기업들이 높은 인건비를 피하기 위해 국내 공장을 폐쇄하고 멕시코 중국
등으로 이전하고 있는데 그 결과는 경쟁력 쇠퇴로 이어질 뿐입니다.

반면 이탈리아 같은 경우는 대표적 고임금업종이라는 패션 섬유같은
산업을 해외로 옮기지 않고 국내에 존속시키면서 고기술인력을 최대한
활용해 세계를 제패하고 있지 않습니까.

높은 임금은 그에 상응하는 우수한 인력을 불러모아 경쟁력을 창출하게
마련입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미국 기업들은 최고경영자들에게는 엄청난 급여를 주고
있습니다.

최고경영자들의 급여가 종업원 평균치보다 1백70배나 많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조교수=방금 최고경영자와 종업원간의 급여격차를 말씀하셨는데 한국의
경우는 그 격차가 그리 크지 않습니다.

4~5배 정도 밖에 되지 않지요. 미국 기업들도 이처럼 격차를 줄이는게
가능할까요.

만일 최고경영자들의 급여를 깎는다면 그 대신 다른 반대급부를 줄 수
있어야 할 텐데요.


<>페퍼교수=두가지 반대급부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하나는 이익 배당을
하는 방법이고, 다른 한가지는 주식을 분배해주는 것이지요.

이게 단순히 봉급을 많이 주는 것보다 생산성을 높이는데도 훨씬 긍정적
입니다.

월마트사같은 경우가 이 시스템을 통해 경쟁력을 끌어올린 대표적 기업
이지요.


<>조교수=조금전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력에 대한 교육 훈련이
중요하다고 말씀했습니다만 이 부분에 관한 한 한국기업들은 아주 앞서
있다고 생각됩니다.

현대 삼성 같은 대기업그룹은 연간 2백시간 이상을 직원들에 대한 교육
훈련에 할애하고 있습니다.

우수한 대학졸업자들을 가려 뽑고서도 이처럼 교육에 열심이지요. 의류
전문업체인 이랜드 같은 경우는 연간 6백시간을 할애하고 있을 정도고요.

한국 기업들이 이처럼 직원들에 대한 교육을 열심히 시키고 있는데는
대학교육에 대한 불만도 작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페퍼교수=글쎄요. 사람을 교육하는 데는 크게 두가지가 있습니다.
기본 실력을 배양시키는 일반교육이 있고, 특정한 상황에 맞춘 특수교육이
그것이지요.

제가 볼 때 대학이 할 일은 학생들에게 시민으로서의 기본 소양을 갖추도록
지적 교육을 시키는 것입니다.

기업은 이런 학생들을 넘겨받아 재무 생산 등 특정 분야별로 특수한 훈련을
시켜야 할 것이고요.


<>조교수=얘기가 나온 김에 스탠포드대학의 교육 방침은 어떤 건지 듣고
싶습니다.


<>페퍼교수=방금 말씀드린대로 입니다. 학생들로 하여금 보편적인 상식을
갖추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지요.

리더십을 북돋기 위해 필요한 건 바로 이런 일반적 소양을 기르는 일이라고
믿기 때문이지요.


<>조교수=어쨌든 한국의 젊은이들은 공부에 무척 열심입니다. 까다로운
대학입시나 취업 관문을 뚫어야 하기 때문이라지만 그 덕분에 미국같은
나라에서 골치를 썩이고 있는 청소년 성비행이나 마약중독 같은 문제가
별로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측면입니다.

한국 인적 자원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 아닐까요.


<>페퍼교수=흥미로운 지적이군요. 그런데 한국과 미국간에 학생들의 성적을
취급하는데 큰 차이점이 있다는 점도 덧붙여 지적하고 싶습니다.

미국의 경우는 학교 성적을 전적인 잣대로 따지지는 않습니다. 직장에서
얼마나 일을 잘할 수 있고, 실제로 입사후에 어떤 업적을 보이고 있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때문에 본격적으로 대학원에 입학할 학생이 아니라면 성적에 지나치게
집착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대학교에서의 성적이 평생을 따라다니고 있는 것으로 듣고
있습니다.


<>조교수=한국 기업들이 참고할 만한 말씀이군요. 요즘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화에 부쩍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조언을 좀더 하신다면...


<>페퍼교수=문화적 특성 때문이겠지만 한국 기업들은 권위적이고 형식적인
면을 아직도 많이 따진다는 느낌이 듭니다.

가부장적 풍토가 강하다고나 할까요. 대기업들에서 크고 작은 노사분규가
끊이지 않는 까닭도 이 때문일 것입니다.

이런 형식지향성은 교육 훈련제도에서도 그대로 나타납니다. 한국 기업들의
교육 프로그램을 보면 종업원들로 하여금 스스로 빠져들도록 하지 못하는
형식적인 측면이 강하다는 것이지요.

반면 휴렛패커드 모토로라 같은 미국 기업들은 종업원들이 신명을 내서
참여하게끔 교육훈련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조교수=요컨대 중요한 것은 사람의 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경영
관리 능력이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한국은 요즘 민과 관을 가릴 것 없이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특히 전경련은 기업들을 대표해 정부와 보조를 맞추어 국가와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지요.


<>페퍼교수=중요한 건 정보 관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무한 개방시대
일수록 수많은 정보를 얼마나 짧은 시간내에 많은 기업이 공유할 수 있느냐
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가 됩니다.

따라서 전경련은 각 기업들의 정보를 신속하게 수집해 널리 전파하는 일에
주력해야 할 것입니다.

또 한가지 필요한 것은 성공적인 기업들의 경영사례를 연구해 많은 기업들
이 배울 수 있도록 중계자 역할을 하는 일이 아닐까요.

<정리=이학영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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