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후비 별채 공사가 준공단계로 접어들었다.

녕국부와 영국부 사람들이 준공식을 앞두고 마음들이 들떠 별채가
세워진 원내로 미리 들어가 이리 기웃 저리 기웃 구경들을 하기에
정신이 없었다.

"감쪽같애. 정말 산같애. 저기 폭포도 진짜같고"

사람들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산의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감탄을 연발하였다.

문만 하더라도 열두개가 넘고,큰 누각만 하더라도 서너개가 되고,
그외 무슨무슨 방이니 재니, 무슨무슨 당이니 각이니, 무슨무슨 관이니
가등등으로 이름을 지을만한 건물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어 어디서부터
구경을 해야 할지 어리벙벙하기 일쑤였다.

거기다가 무슨무슨 청이니 원이니, 무슨무슨 사니 장이니, 무슨무슨
암이니 묘등등으로 이름을 지어야 할 건물들도 수도 없이 많고,
무슨무슨 주니 동이니, 무슨무슨 포니 궁으로 이름을 붙여야 할 것들도
부지기수였다.

거기에 각종 이름을 필요로 하는 도로와 다리, 정자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

대부인은 보옥이 진종의 죽음으로 날마다 우울하게 보내는 것을 보고는
사람을 붙여 별채 원내로 들어가 놀도록 하였는데, 처음에는 시큰둥한
반응만 보이던 보옥이 차츰 산과 정원, 각종 건물들에 관심을 보이며
얼굴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준공식을 얼마 앞두고 가진을 비롯하여 직접 공사의 현장감독으로
일했던 사람들이 가정 대감에게 와 보고를 하였다.

"원내의 공사가 모두 끝났습니다.

큰 대감께서는 이미 돌아보시고 몇가지 고칠 점들을 지적해 주셨습니다.

대감께서도 돌아보시고 저희들에게 지적해주십시오. 준공식을 하기전에
마무리를 잘 해놓겠습니다.

그리고 정자나 누각, 그외 다른 건물들의 이름을 지어 편액을 붙이고
대련을 걸어야 할텐데 그것도 빨리 서두르셔야 되겠습니다"

"큰 대감이 돌아보았다면 내가 또 지적할 것이 있겠나? 근데 그 편액과
대련이 문제구먼.

원래는 후비께서 오셔서 누각과 정자들의 이름을 지어주셔야 편액이나
대련들을 붙일 수 있는 건데, 그때까지 편액과 대련도 없이 건물들만
덩그렇게 있는 것도 허전하고.

아무리 꽃나무나 산수로 잘 꾸며놓았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정취가
생기지 않는 법이지.

건물에는 항상 서예와 시문이 따라야 하는 법 아닌가.

이것이 우리 중국을 비롯하여 동양 나라들이 건물을 즐기는 감상법이지"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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