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자동차산업은 1962년 조립산업에 착수한 이래 괄목할만한
성장을 거듭해 지난 94년에 연간 생산량 230만대를 넘었으며 이제 한국은
명실공히 세계5대 자동차 생산국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약 30년간 꾸준한 노력으로 고유모델 개발, 공장의 효율적인
운영,협력업체의 관리측면에서도 많은 발전이 있었다.

그러나 이와같은 성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이 21세기의 성장
및 수출주도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해결해야할 많은 과제들이
있다.

특히 최근들어 한.미 자동차협상이 타결되고 유럽국가들도 미국과 동일한
조건으로 자국제품을 수입해 줄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웃 일본도 수입선
다변화제도에 의한 일제차 수입금지에 대한 차별대우를 철폐해 줄것을
조심스럽게 타진하고 있다.

또한 여러 외국메이커들이 한국시장의 잠재력을 인식하여 독자적인 판매
법인을 설립하는가 하면 시장침투를 위한 가격전략으로 단기적인 수익성을
희생하면서까지 시장점유율을 높이려고 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한국에 대하여 자신들이 비교우위가 있다고 생각하는
중.대형차를 중심으로 한국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이러한 조짐은 금년상반기에 배기량 2,500cc가 넘는 부문에서 외국자동차의
내수시장점유율이 20%이라는 사실에서도 반증된다.

이러한 위협적인 환경변화에 대처하기 위하여 우리 기업들은 한편으로
세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금년상반기에 들어와 수출이 작년에 비해 54.5%나 증가하여 52만대에
이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우자동차를 선두로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는 해외 현지생산
에 대대적으로 투자함으로써 지역블록화에 따른 외국의 수입장벽에 능동적
으로 대응하고 있다.

즉 우리 자동차 회사들은 내수시장이 외국기업에 침식당하는 것 이상으로
해외에서 활발한 영업활동을 한다는 적극적인 자세를 가지고 있다.

자동차 회사의 세계화는 세계적인 추세이자 우리 자동차산업의 계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필요 불가결하다고 할수 있다.

그러나 우리보다 앞선 자동차 4대 생산국, 즉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의
자동차산업을 볼때 모두 다 산업의 기반을 역시 내수시장에 두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수 있다.

내수시장의 기반이 없이는 제너럴모터스(GM) 도요타 폴크스바겐 르노사가
오늘날과 같은 초일류 거대기업으로 성장할수 없었을 것이다.

또한 이들 기업은 내수시장에서의 수익으로부터 오는 잉여금으로 국내
생산설비를 증설하고 해외 생산.판매체제를 구축해 왔다.

그러므로 우리 기업들도 세계화 경영전략의 성공적인 실행을 위해서라도
내수시장에서의 위치를 계속 유지해 나가야만 한다.

그러면 수입자동차 시장 개방에 즈음하여 우리 업계가 내수시장에서의
경쟁력 유지를 위하여 취해야할 전략은 무엇인가.

물론 품질 가격 제품의 다양성 AS등 다각적인 측면에서 경쟁력을 높여야
하겠지만 가장 시급하게 노력을 집중해야할 부분은 역시 품질이다.

지난 30년간 한국자동차산업이 양적으로 많이 성장했지만 품질면에서는
아직 개선되어야할 점들이 남아있다.

물론 한국자동차의 절대 품질이 지난 30년간 대폭 향상된 것은 사실이지만
동기간에 외국자동차들도 꾸준한 품질 향상이 있었으므로 아직도 품질면에서
격차가 존재한다고 볼수있다.

자동차의 품질 수준을 평가하는 세계적인 회사 JD파워사는 매년 미국시장
에서 판매되는 신차 100대당 90일간 발생한 하자수를 조사하여 발표하고
있다.

이 회사의 올해 조사에 의하면 한국자동차는 일본 미국 유럽산 자동차보다
하자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기관에서 조사하는 미국 시장에서의 고객만족도도 매우 낮은 것으로
발표되고 있다.

이외에도 세계적인 자동차산업 전문가인 하버드대학의 클라크 교수와 도쿄
대학의 후지모토 교수가 지난6월에 발표한 연구에서도 한국 자동차의 품질이
외국자동차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와있다.

세계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소비자가 자동차를 선택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시 하는 사항은 품질이니만큼 우리업계도 품질관리에 더욱 신경을 써야
겠다.

일본 자동차 회사들이 마케팅 능력이 탁월한 미국과 유럽 자동차 회사들을
세계시장에서 능가할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도 역시 품질이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 기업들이 내수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지키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품질을 한차원 높여야 한다.

WTO체제하에서 내수시장에서 수입차의 시장점유율이 어느정도 되리라는
것은 불가피한 현실이다.

또한 우리가 외국에 많이 팔수록 어느정도는 사주는게 당연하다.

그러나 내수시장에서의 기반을 우리 기업들이 계속해서 침식 당한다면
우리 자동차 산업의 앞날은 밝지 못할 것이다.

우리 자동차 회사들은 지금까지 생산능력 생산량 판매량과 같은 양적인
지수에 관심을 집중해온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이제는 품질지수에 더 관심을 쏟아 질위주의 경영을 함으로써 내수
시장을 고수하고 산업의 성숙도를 한차원 높여야 할때가 온것 같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