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 삭스(Goldman Sachs)와 같은 세계적인 투자은행(Investment Bank)"

투자금융및 종합금융사들이 21세기를 향해 내건 미래의 모습이다.

투자은행이란 은행의 고유업무인 예금.대출영업을 제외한 증권 단기금융
리스등 모든 금융서비스를 패키지로 담당하는 일종의 "도매은행"이다.

투.종금업계가 투자은행화를 꾀하는 이유는 단연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다.

개방의 파고를 타고 밀려올 외국 금융기관과의 경쟁이 발등의 불로 다가온
것이다.

"지난 20년간 안주해온 체질로는 외국 금융기관과 겨뤄 백전백패입니다.
투자은행화만이 제2금융권의 살 길이라고 생각합니다"(조왕하 동양투자금융
사장).

"은행 증권 보험을 3대 축으로 해서 투자금융.종합금융사등 비은행 금융
기관들을 증권기능을 합친 투자은행으로 적극 유도한다는게 정부의 기본
방침입니다"(재정경제원 진영욱 자금시장과장).

이렇듯 제2금융권을 투자은행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데는 정부와 관련업계
모두 이의를 달지 않는다.

사실 우리나라처럼 비은행금융기관인 제2금융권이 제도적으로 투자금융
종합금융 리스 증권 신용금고등으로 갈래갈래 나눠져 있는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등 선진국은 물론 싱가포르 인도네시아등 동남아국가들까지도 비은행
금융기관들은 도매금융업을 포괄적으로 할 수 있는 투자은행 성격으로
분류돼 있다.

이런 가운데 금융환경은 변화무쌍하다.

안으로는 금리자유화의 단계적인 시행에 따른 여.수신 경쟁심화, 금융
자율화로 인한 새상품개발과 겸업화, 증권등 직접금융 규모의 확대등.

밖으로는 규제를 거의 받지 않는 외국 금융기관의 한국시장 상륙임박.

한마디로 국경및 직.간접 금융제도의 개념이 사라지는 금융전쟁이 여기
저기서 벌어지거나 발발직전의 상황인 것이다.

이태봉 투자금융경제연구소장은 "단기금융시장 외환시장 자본시장의
연계성이 증대되는등 금융시장의 구조변화는 금융산업에 획기적인 개혁을
강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종금업계는 정부가 마련한 "종합금융회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기초,
21세기 비전의 밑그림을 그려가고 있다.

내년 7월 투.종금의 업무영역을 통합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이 개정안은
우선 투.종금업계를 투자은행으로 가기 위한 중간단계인 종금회사로 일원화
한다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한 동양 중앙 제일 신한 삼삼 동아 삼희투금등 서울지역 8개 투금사들은
종금전환에 대비, 외부전문인력을 스카우트하고 조직을 개편하는 등 변혁의
채찍을 가하고 있다.

대구 항도투금등 몇몇 지방투금사들도 마찬가지다.

또 한국 현대 새한 한불 아세아 한외종금등 서울지역 6개 종금사도 최근
20년 숙원사업인 강남지점을 개설, 투금사의 도전에 맞서고 있다.

이런 변혁의 바람은 당장은 내년 하반기부터 펼쳐질 투.종금통합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지만 장기적으로는 21세기의 투자은행 경쟁에 대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이같은 변혁의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국내 비은행금융기관이 미국등 금융
선진국처럼 투자은행으로 발전하는 데는 걸림돌이 만만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투자은행은 투자자금을 댈 투자자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여야 하는데 노출을
꺼리는 국내 "큰 손"들의 속성상 자금조달이 힘들거라는 전망에서다.

또 증권사등과 이해관계에 걸려 자칫 투자은행으로 가는 진입로에서 서로
영역침범에 반발할 경우를 상정, 제2금융권의 "21세기 비전" 실현가능성에
의문부호를 찍는 금융전문가도 있다.

<정구학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