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 창구는 붐비는 법이 없다.

다른 은행 창구에는 고객들이 한창 몰려있을 토요일에도 대구은행창구는
오히려 지나치게 한산한 모습이다.

공과금납부일과 월급날이 몰려있는 매월 말일이나 25일에도 마찬가지다.

이같이 보기드문 현상이 대구은행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거래고객이 적어서
가 아니다.

전화로 업무를 처리하는 "파랑새폰뱅킹서비스"가 있어서다.

폰뱅킹은 전화로 웬만한 은행업무를 처리하는 것.

잔액조회 자기앞수표조회 가계수표조회 사고신고는 물론이고 송금 계좌
이체도 폰뱅킹의 기본이다.

지방은행인 대구은행은 올연초에 폰뱅킹을 시작해 아직 1년도 되지
않았는데도 30만명이나되는 폰뱅킹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파랑새폰뱅킹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전화회선도 당초의 수십회선에서
2백40회선으로 증설했다.

집이나 회사에서 컴퓨터를 은행과 연결하면 폰뱅킹보다 훨씬 더 쉽고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수 있다.

컴퓨터를 통해서 서류를 주고 받을수도 있다.

홈뱅킹이나 펌뱅킹이 바로 이런 것들이다.

그러나 금융서비스는 이것이 끝이 아니다.

서류만 왔다갔다하는게 아니라 컴퓨터화면을 통해 서로 얼굴을 보고 대화도
나누면서 금융거래를 하는 스크린폰뱅킹이 조만간 국내에 도입될 전망이다.

앞서 얘기한 서비스들을 이용하더라도 처음에 계좌를 개설하고 실명확인을
하려면 은행에 들러야 하지만 스크린폰뱅킹을 통하면 은행에 갈일이 정말
없어지게 된다.

전자화폐사용이 본격화하면 화폐의 개념은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현금을 들고다니거나 거스름돈을 주고 받을 일도 없어지고 여러개의 카드를
갖고 다니거나 신분증 의료보험카드를 갖고 다닐 필요도 없을 것이다.

자금을 후불하는 개념의 신용카드에서 한발 나간 것이 직불카드이다.

직불카드로 결제하면 자기 계좌에 있던 자금이 즉시 가게등으로 옮겨진다.

그러나 가게와 은행사이로 정보가 왔다갔다하면서 시간이 소요되기는 신용
카드나 직불카드나 마찬가지다.

여기서 더 발전한 것이 전자지갑 혹은 IC(집적회로)카드.

IC칩을 내장한 카드인 전자지갑에는 자신의 계좌로부터 미리 일정규모의
자금을 옮겨 놓을수 있다.

전자지갑은 은행으로 정보를 조회할 필요가 없어 즉각 결제할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커피자동판매기 버스 지하철 공중전화 구멍가게등에서도 사용할수 있다.

컴퓨터와 통신을 이용한 서비스도입과 함께 은행업무도 전문화되고 있다.

상업은행은 올봄 "점질평가"라는 것을 실시했다.

점포마다 특성이 있는데 모두 똑같은 기준으로 수신과 대출을 평가하고
목표를 줄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이에따라 주택형점포 기업형점포 상가형점포 복합형점포등으로 점포가
분류됐고 일부는 폐쇄되기도 했다.

주택은행은 고객의 업무에 따라 다르게 창구를 배치한 이른바 신영업점으로
점포를 바꾸고 있다.

개인고객과 기업고객은 각각의 창구에서 모든 업무를 보고 입출금등 단순한
업무는 별도의 창구에서 처리한다.

다른 금융기관과 서비스를 제휴하는 데도 필사적이다.

대부분의 증권사와 보험사들은 은행의 점포망을 활용하기 위해 은행들과
자금자동이체서비스계약을 체결해 놓고 있다.

동부 신중앙 제일등 신용금고들도 은행과 제휴, 고객들이 은행CD기로도
현금을 찾을수 있게 했다.

또 제일 서울 한미 국민은행과 농협등은 항공사와 마일리지서비스를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은행들의 서비스개발경쟁은 앞으로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금융자율화와 대외개방으로 금융계의 경쟁은 더욱 거세질게 분명하기 때문
이다.

<김성택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