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정보화사회의 유망산업은 대체로 "정보고속도로"(초고속정보
통신망) 주변에 널려 있다.

정보통신망을 운영하는 업종은 물론 여기에 필요한 각종 기기와 소프트웨어
콘텐츠(영화프로그램등과 같이 정보통신망을 통해 유통되는 각종 내용물)
등을 제공하는 산업도 유망하다.

그렇다고 정보통신업만이 유망하다는 뜻은 아니다.

일부에서 사양산업으로 지목하는 섬유산업이라 할지라도 정보고속도로
주변에 새로운 터를 잡을 수 있다.

정보통신을 이용해 얼마든지 고부가가치화를 추구할수 있다는 얘기다.

정보통신망으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연결될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정보화사회에서는 소비자는 양복점이나 의류공장을 방문하지 않고 집안에
앉아서 자신이 좋아하는 색상과 디자인의 옷을 주문, 수일내에 배달받을 수
있다.

소비자의 신체 치수를 입체로 측정하는 고가의 측정기는 초기엔 동네
슈퍼마켓등에 설치될 것이다.

그러나 측정기 가격이 떨어짐에 따라 가정에 입체측정기를 두는 시대가
올수 있다.

이때가 되면 소비자는 장갑이든 신발이든 집에 설치된 측정기와 정보통신
수단을 이용해 직접 주문하게 된다.

이 경우 입체측정기를 만드는 산업, 여기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산업, 가정과 공장을 온라인으로 연결해주는 산업 등이 유망산업으로 부상
한다.

반면 양복점 제화점이나 많은 옷가게들은 업종을 전환하게 될 것이다.

정보화사회는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가 중시되는 사회이다.

물론 소프트웨어를 컴퓨터용 소프트웨어로 국한시켜 생각할 필요는 없다.

소프트웨어산업을 정보화사회 주력산업이라고 말할 때는 그 의미가 보다
포괄적이다.

포괄적 의미의 소프트웨어산업은 업종을 초월한다.

정보화사회가 도래함에 따라 최근 미국에서는 아이디어로 새로운 활로를
찾는 벤처기업들이 "정보고속도로" 주변에 속속 모여들고 있다.

이에 따라 낡은 사고에 젖어있는 어제의 대기업이 자취를 감추기도 하고
설립된지 10년도 안된 벤처기업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하는 사례가
흔해졌다.

예를 들어 93년 여름 스탠퍼드대 컴퓨터학과 졸업생 5명과 정치학과
졸업생 1명이 아치텍스트란 벤처기업을 설립했다.

인터넷에서 빠르게 정보를 검색할수 있게 해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해서였다.

지난해에는 이들의 사업전망이 유망하다고 평가되면서 대형 벤처캐피털이
자금지원에 나섰다.

일본경제연구센터는 "2010년 일본주식회사의 결산서"란 책에서 일본경제가
2000년대에 성숙기를 맞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가공조립산업이 여전히 성장을
주도하겠지만 서비스산업 비중이 대폭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조립가공산업에서도 중심축은 지금의 자동차에서 전자 정보통신 분야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정보산업 성장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흥업은행 산업조사부가 발간한 "일본산업 21세기의 주역"이란 책은
앞으로의 일본경제에 두가지 특징이 나타날 것으로 분석했다.

첫번째는 철강 자동차 석유화학 등으로 대표되는 기간산업의 성숙화다.

이 책은 철강 석유화학 등은 앞으로의 수요를 감안할때 생산설비의 20%
정도는 과잉이라고 지적하고 설비 공동이용이나 합병 등을 통해 최적공급
체제를 구축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두번째 특징은 새로운 산업군의 등장이다.

가장 기대되는 분야로는 역시 정보통신이 꼽혔으며 사회간접자본 정비나
환경 물류 등과 관련된 산업이 새로운 유망산업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
됐다.

정보통신산업이 중요해짐에 따라 각국 정부는 이를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미국은 방송.통신업 영역구분을 없애기 위해 통신법 개정을 추진중이다.

유럽연합(EU)은 98년까지 역내 통신시장을 개방키로 합의하고 통신기업
민영화 등에 힘쓰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정보화사회를 맞아 정보통신업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이제 각국은 "정보고속도로"를 21세기에 가장 중요한 사회간접자본으로
인식하고 있다.

정보통신산업은 전자통신기기 정보통신가전 통신방송 소프트웨어 등 많은
분야를 포함한다.

이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결합한 것이 멀티미디어이다.

정보통신가전을 대표하는 것은 고선명TV이다.

일본은 2010년에는 고선명TV 생산대수가 9백만대를 넘어 컬러TV 생산대수의
절반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일본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아날로그방식을 채택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디지털방식의 제품이 주류를 이룰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양방향 멀티미디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디지털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전자통신기기의 중심은 PC이다.

컴퓨터의 소형화.고기능화 추세에 힘입어 PC는 멀티미디어시대의 주력
전자제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반도체는 PC 생산증대에 힘입어 2010년에는 일본내 생산이 90년대 상반기의
2배수준인 5조6천억엔에 달할 것이라고 연구기관들은 예상하고 있다.

특히 액정디스플레이는 "제2의 반도체"로 주목받고 있다.

이는 벽걸이TV를 실현하는데 필수불가결한 21세기 유망전자제품이다.

정보화시대에는 이동통신과 케이블TV가 유력한 정보통신매체로 부상하게
된다.

케이블TV는 미국에서는 이미 보급률이 60%를 넘었다.

일본에서는 보급률이 미미하다.

그러나 2010년에는 가입자가 8백만에 달해 다섯집에 한집꼴로 케이블TV를
시청하게 될 것이라고 전문기관들은 내다보고 있다.

소프트웨어.콘텐츠산업이 유망하다는 점은 위에서도 지적한바 있다.

일본의 경우 90년대엔 소프트웨어시장 연평균성장률이 3.5%에 달하고
2000년대엔 4.5%로 높아질 전망이다.

미국은 이 분야에서 대단한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마이크로프로세서나 월트디즈니의 만화영화 "라이언킹"등
이 매년 수백억달러의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일본에도 소프트웨어업체들이 많지만 대부분 중소기업이어서 단기에 미국을
따라잡기엔 힘에 부친 실정이다.

정보화시대엔 소프트웨어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국가간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 도쿄=이봉구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