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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부시 MIT교수와 사공일세계경제연구소 이사장은 최근 워싱턴의
돈부시교수자택에서 만나 환율과 국제무역 경제정책등에 관해 폭넓은
대담을 가졌다.

특히 돈부시교수는 유럽은 물론 중남미등 개도국들을 돌며 왕성한 강연과
함께 많은 저술활동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있다.

미국의 국제경제정책수립에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있는
돈부시교수와의 대담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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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율과 국제무역/경제정책 >>>

<> 사공이사장 =엔화에 대해 미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는 최근의 현상을
어떻게 분석하십니까.

<> 돈부시교수 =여러 문제가 복합돼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우선 일본의 재정및 통화정책부재로 인해 달러화강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엔화 약세 달러화 강세기조는 오래가지않을것입니다.

사실 미국과 독일은 일본정부가 엔화약세 일본주식시장의 불안정등
자본시장의 혼란에 적절히 대처할 능력이 너무 부족하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 사공이사장 =연립내각으로 인한 정치지도력의 부재가 일본정부의
한계를 초래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까.

<> 돈부시교수 =정치권의 불안이라기 보다 실제 일본정부의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직업공무원,즉 관료조직이 무능하다고 말하는게 더욱
정확한 표현일 것입니다.

일본이 현재의 관료조직으로 경제를 운용,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도약했다는 사실 자체가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 사공이사장 =그렇다면 앞으로 일본정부는 어떻게 경제를 운용해
나가야되지요.

<> 돈부시교수 =매우 실질적인 금융정책으로서 금리를 0에 가깝게 내리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돈을 무이자로 빌려주는 것이지요.

이러한 특단의 조치가 없는한 일본이 현재 적정수준으로 보고있는 달러당
1백엔선 유지는 불가능할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일본정부가 최근에 단행한 금리인하조치는 적절한 것이라고
평가합니다.

<>사공이사장 =오늘날 전개되고 있는 국제금융시장 동향에 비추어볼때
한국의 금융시장개방은 어떻게 추진해야할지 말씀해 주시지요.

<> 돈부시교수 =이 문제로 한미 두나라가 씨름을 해온것으로 압니다.

어느 경제나 개방을 할경우 영향을 받는것은 피할수 없는 사실입니다.

멕시코와 같이 경쟁력이 축적되지않은 시장이 개방될경우 대대적인
자금이동등에 따른 교란요인으로 큰 어려움에 처할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성급한 개방은 금물입니다.

우선 유동성이 낮은 부문부터 개방을 하고 동시에 자체적으로도 규제를
완화, 경쟁력을 키워야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은 OECD가입을 그다지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기구밖에 있어서 그 내부가 궁금할 따름이지 한국이 회원국이 아니라고
해서 불이익을 당할 이유도 없고 소외감을 느낄 필요도 없다고 봅니다.

이곳에서 실제 중요한 결정이 내려진다해도 비회원국에 일방적인 불이익을
주는 경우는 없으니까요.

<> 사공이사장 =세계대전이후 미국의 주도아래 창설 운용돼온 GATT체제는
한국 일본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수출진흥을 통한 공업화를 이루는데 많은
기여를 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를 대체하게 된 WTO체제에는 미국이 금융협정에 빠지는등 과거와
다른 태도를 보여 그 위상이 흔들리지 않나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만.

<> 돈부시교수 =미국은 최근 클린턴대통령의 재선이 걸려 국내문제에
치중하고 있습니다.

이는 곧 국익우선정책을 펴는 명분이 되고 있기도 합니다.

따라서 WTO의 위상등 국제문제가 큰 조명을 받지못하고 있는게 사실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내년까지도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
미국의 역할은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특히 한국을 비롯한 교역국들은 그동안 커다란 성장을 한이상 종전과 같이
일방적인 혜택을 누리면서 교역한다는 자세를 버리고 동등한 교역국이라는
자세전환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WTO는 국제교역질서를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며 규칙이지 모든
문제를 해결할수 있는 전지전능한 기구가 아니라는 점도 명심해야 합니다.

<> 사공이사장 =미국이 과거와는 달리 교역상대국에 대해 상호주의를
요구하는등 소위 공격적으로 일방주의를 강화하고 있는것은 미국경제가 전에
비해 많이 악화됐다는 반증으로 볼수도 있겠지요.

<> 돈부시교수 =그건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 미국경제는 경제가 좋았다고 하는 60, 70년대에 비해 내용적으로는
오히려 충실하다고 평가됩니다.

기술 금융등 미래주도산업에서는 그 어느때보다 확실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일본 유럽등에 비해 경제운용상 문제점도 적으며 완만하지만
지속적인 성장을 구가하고 있는게 사실입니다.

다만 미국이 주장하는 것은 다국간 상호무역의 토대가 어느정도
구축됐다는 판단에서 미국기업에도 기회를 달라는 것입니다.

<> 사공이사장 =하지만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약해진 미국이 너무
일방주의적인 해결방식을 사용하고 있다는 비난은 면하기 힘든것이
사실아닙니까.

<> 돈부시교수 =이것은 여타 교역국들이 몸집은 커졌는데도 생각은 여전히
작다고 느껴 국가간 협력이라는 파트너십을 간과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힘이 줄어든다는 것은 수긍할수 없습니다.

미국은 과거 걸프전에서 봤듯이 정치적으로 여전히 강력한 힘을 행사하고
있으며 일본이 어렵다면 일본을 도와서 제자리를 찾게할 능력이 있습니다.

다만 탈냉전시대를 맞아 힘을 자제하는것이 약해보일 뿐입니다.

<> 사공이사장 =최근 한국과 미국, 미국과 일본의 자동차협상과 같이
미국이 WTO를 벗어난 쌍무주의에 입각한 문제해결방식을 취한데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돈부시교수 =모든 문제의 해결은 쌍무관계에서 출발합니다.

특히 어느 한쪽이 무성의하게 나올때는 서로 충분한 협의를 거쳐 해결을
하고 그래도 안되면 독립적이거나 양자가 포함된 기구에 중재를 맡길수
있겠지요.

또한 쌍무주의는 문제의 본질에 접근,명쾌한 해답을 이끌어낼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미국만이 잘 살자고 시장개방을 요구하는것이 아니고 시장개방을 요구할
수준이 되지 않은 국가를 상대로 하는것이 아닌 이상 상대방도 성의를
보여야한다고 생각합니다.

<> 사공이사장 =현 미국정부의 경제정책을 어떻게 보십니까.

<> 돈부시교수 =미국은 특별한 경제정책이 없이 모든 것을 경제의 주체인
기업에 일임하고 있습니다.

굳이 찾자면 통화정책 재정정책정도의 큰 흐름만 조절하고 있다고나
할까요.

이것만으로도 2~3%의 낮은 인플레율을 유지하고 있으며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금리정책에 주로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불행히도 지난 70년대와 80년대초에는 인플레이션이 두자리 수에 이르러
심각한 경기후퇴가 야기되기도 했었지요.

따라서 미국정부는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안정을 위해 경기가 과열되면
냉각시키고 지나치게 냉각되면 덥히는 식으로 적정 인플레이션 유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보면 정확합니다.

<> 사공이사장 =오는 11월 일본 오사카에서는 APEC정상회담이 열립니다만
큰 기대를 하고 있습니까.

<> 돈부시교수 =정치 경제적변화가 급격하게 이뤄지는 태평양 연안국가들이
모여 여러가지 현안을 토의하고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지역의 안전과
상호 시장접근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앞으로 회원국들의 정치 경제적인 목적에 따라 어떤 특징이 지어질 것으로
봅니다.

<> 사공이사장 =워런 크리스토퍼 국무장관이 근래 주장한 바 있는
TAFTA( Trans-Atlantic Free Trade Area )에 대한 견해는.

<> 돈부시교수 =한마디로 가치가 없다고 봅니다.

그저 정치적인 제스처일 뿐입니다.

자유무역이라는 것은 미묘한 문제이기 때문에 실행에 옮겨질 경우
관련국들은 이익을 최대화하고 손실을 최소화 하기 위해 목소리만 높일
것입니다.

따라서 현실성이 없는 제안입니다.

<> 사공이사장 =한국경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외국 전문가의 시각에서
최근의 한국경제를 평가하신다면.

<> 돈부시교수 =지난 수십년간 발전을 거듭해온 한국경제는 중단없이
계속 발전을 거듭해 나갈 것으로 봅니다.

이는 최근 몇년간 정치 경제적 격변기를 거치며 엄청난 부담과 어려움이
있었지만 성공적으로 헤쳐 나간 경험을 봐도 쉽게 입증이 됩니다.

<> 사공이사장 =앞으로 한국이 세계사회의 일원으로 해야할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 돈부시교수 =정치인들은 한국의 큰 역할을 주장할지 모르나, 한국은
세계에서 큰 역할을 하기에는 너무 작은 나라입니다.

하지만 아시아내 후발 개도국에 대해서는 가르쳐 줄 것이 많을 것으로
봅니다.

그리고 한국은 아직 구조조정등 발전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의 해결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 사공이사장 =독일의 경우와 비교해서 한국의 통일에 대한 조언이
있다면.

<> 돈부시교수 =주변국, 특히 중국의 역할이 크리라 봅니다.

독일의 경우 두 정부가 제도적으로 교류와 협력을 조장해 통일이라는
큰 변혁을 비교적 쉽게 해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가 없는 한국은 협력을 가능케 할 수 있도록 유연함을
키워야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진행되고 있는 한국기업의 대북 투자는 서로간의
이해증진을 꾀할 수 있어 통일을 성취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확신합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