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모임은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재학시절 향영회(8기)라는 써클모임
을 통해 만나서 우연한 기회에 명칭을 달리해 꾸준히 우정을 나누고 있는
호구회라고 한다.

물론 모교의 상징인 호랑이와 9명으로 구성되어서 어렵지않게 지어진
명칭이지만 모임을 예약하거나 이야기할때면 상대편에서 허구많은 명칭중에
그런 명칭을 붙였느냐고 기분나쁘지 않게(?)웃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의 모임은 갓 입학해서 누구나 그러하듯이 수많은 써클중에서 추구
하는 정신이나 목표가 자신의 취향에 맞다고 생각해서 순전히 자기판단으로
선택한것이었고 그래서 그런지 모든면에서 쉽게 의기투합하고 서로를 아끼는
비슷한 깃털을 가진 친구들이다.

물론 캠퍼스를 떠난지 20년이 돼가고 소속된 회사와 만나는 사람이 달라
취향이 조금은 달라졌지만 만날때만은 서로 양보하고 존중하여 2차로 갈
장소를 결정하거나 골프멤버를 짜는데 누구를 넣고 빼느냐에 큰 어려움이
없다.

구성원의 면면을 보면 우선 회장을 맡고있으며 회원들을 위해 2차
가라오케장소를 사전답사하는등 회원의 권익옹호를 위해 애쓰는 아세아그룹
회장실에 근무하는 심용군, 전임 회장이면서 싱글 핸디에 회원들의 문화욕구
(?)를 충족시켜줄수 있는 최고의 음향 비디오시설과 프로그램을 보유한
전성기업 이익흥사장, 머리가 가렵거나 무좀이 있을때면 생각나는 니조랄로
유명한 한국얀센 이세형전무, 중국에 업무상 출장이 잦아 불로장생주와
자신의 별명인 곰 발바닥요리를 즐겨 밤에 강한 사나이(주)하이 화이브의
정인권이사, 사업으로 바빠 회비만 내고 빠지는 한신보일러의 최종욱사장,
골프채를 잡는날 수년간 라운딩해오고 있는 우리회원중의 특정인을 단숨에
잡을수 있다고 호언하는 유진해운의 유환길사장, 멀리있어 자주 못만나는
LG상사 부산지점장 김대일군, 지금은 은퇴해서 투자분석사로 일하고 있는
백두급의 윤훈진군등이 있다.

우리들의 모임은 사실 지금은 없지만 아직도 우리마음에 남아있는 강성동
군을 빼고 이야기할수 없다.

그는 대학시절 같은 써클에서 활동했고 오랫동안 현대그룹에서 일본지사에
근무하다가 지난91년 귀국하여 현대백화점에 배치된후 구 소련 프로젝트로
해외출장을 다녀온후 갑자기 세상을 떴고 이때 별도의 호구회라는 모임을
만들어 소정의 회비를 거두어 고인의 자녀를 위해 교육보험을 가입하여
지원하면서 고인과의 우정을 가꾸어 오고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