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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병원협회 한두진 회장(68).

1950년 6월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의예과에 입학함으로써 의료계에 첫발을
들여놓은후 미국과 영국에서의 해외유학을 마치고 63년에 귀국해 서울
적십자병원 정형외과 과장직을 시작으로 줄곧 의술을 베풀어왔다.

현재 한국벼원원장인 그는 대한 병원협회장직을 맡아 국내외에서 효율적인
의료시스템발전에 헌신하고 있다.

그는 특히 3년전부터 대한병원협회회장직을 맡으면서 의료인의 친철을
강조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한국경제신문사가 벌이고 있는 ''사랑이 가득한
병원''캠페인에 앞장서고 있다.

한회장으로부터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기 위한 의료인의 자각과 정부당국의
구조적인 해결책모색의 방법을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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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에 몸담게 된 배경은 무엇입니까.


<> 한회장 =아버님(한낙규)의 압력때문이었습니다.

아버님께서는 이북에서 내과전문의를 개업하고 있다가 월남하셨는데,
제위로 형 세분이 모두 법과를 택했습니다.

나도 법학에 뜻을 두고 있었지만 "마지막 넷째인 너만이라도 가업을
이어야 할게 아니냐"는 아버님의 간곡한 말씀에 할수 없이 의학으로 방향
전환을 하게된 것입니다.


-지금 후회는 되지 않습니까.


<> 한회장 =아닙니다.

매우 보람있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최근 들어 의료인들이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에 대한 반성이
있는가 하면, 환자들이나 보호자들도 의료인들에 대해 지나치게
상업적으로만 대하려는 풍토가 생기는 것 같아 의료인의 한사람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한회장께서는 우리나라 정형외과분야에서 선구자적인 역할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 한회장 =미국(뉴저지주 티낵시 홀리네임 병원과 매사추세츠주
포리버시 추루스데일 병원에서 인턴과정과 레지던트과정을 각각 수료)과
영국(위간시 라이팅튼 정형외과연구원)에서 정형외과, 특히 소아정형외과
분야에서 걷지 못하고 앉아 지내야 하는 하반신불구자나 소아마비, 선천적
기형인들에 대한 수술방법을 배워 국내에 소개한 것이 당시로선 선진
의료기술이었지요.

60년대 국내에선 초보적인 소아마비수술등에 대한것도 소개 되지 않아
내가 귀국하면 수술을 받겠다고 대기를 하고 있더군요.

(한회장은 영국에서 연구생활을 할때 인조고관절에 대한 연구논문을
작성, 우리나라 사람으로서는 처음으로 JBJS라는 영국과 미국에서
공동발행하는 정형외과 전문저널에 실리는 영광을 가졌다)


-의료기술의 수준이 전보다는 많이 향상되었을텐데도 국민들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많은 것은 웬 일일까요.


<> 한회장 =앞서도 얘기했다시피 의료서비스에 대한 지나친 상업적
가치관이 큰 원인이 된것입니다.

그리고 매스컴에서 각종 의료사고에 대한 기사를 부정적으로 다룸에 따라
국민들의 불신감이 높아졌고 특히 국민소득 증대에 따라 의료서비스에
대한 욕구가 높아진 만큼의 수요를 채워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병원협회에서는 환자에 대한 친절캠페인을 펼치고 있으며 특히
한국경제신문사와 함께 "사랑이 가득한 병원"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는데
그 필요성과 당위성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 한회장 =의료가 있다는 것은 환자, 즉 국민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따라서 의료서비스의 모든 가치기준은 환자로부터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의료서비스의 향상을 위해서는 의료인만으로서는 불가능합니다.

제도적인 뒷받침이 이뤄져야 되고 국민적인 의식수준도 높아져야
됩니다.

특히 현재 우리의 경제여건이나 의료제도와 의료수준에서 가능한 것을
넘어 선진국과 같은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요구하면 아무래도 그 사회적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가 없지요.

국가와 국민 의료인의 공동노력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의 의료분야에 대한 투자가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떨어져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어느 정도나 됩니까.


<> 한회장 =GNP의 5.3%에 불과합니다.

미국의 경우는 의료비지출이 다소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있기는
합니다만 14%수준입니다.

선진국의 경우 대개 7.5~8%수준인 것에 비하면 아직 우리나라는
의료비지출면에서 선진국이라고 할수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단순히 질병을 치료해 생명을 연장해
장수한다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생명의 질을 높일수있는가도 고려해야
된다는게 국민적인 욕구입니다.

이처럼 욕구수준은 높은데 의료비 확보수준은 낮은 상황에서 솔직히
말해 환자에게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제한적인 범위내에서 이루어질수 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안타깝기만 합니다.

의료비의 확보를 위해서는 선진국처럼 보건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보건세를 새로 신설하면 국민적인 저항이 있을텐데 의료비의 효율적인
집행을 통해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수 있지 않을까요.


<> 한회장 =그렇습니다.

세계병원연맹과 아시아병원연맹에서도 의료비의 효율적인 집행방법에
대해 논의와 모색을 하고 있습니다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채택하고 있는
행위별 의료수가산정제도는 매우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행위별수가제도란 예를 들어 수술을 했을 경우 의료보험비신청을
해야되고, 보험공단에서는 이를 심사해야되며, 또 이를 지출하고 지급받는
행정요원이 별도로 있어야 되므로 의사수술비등 직접적인 의료비보다
행정요원들에 의한 관리비가 더많이 지출된다는 것입니다.

영국에서는 사회보험이 잘돼있어 전국의 병원이 국립이기때문에 행위별
의료비청구없이 지출전액을 정부가 그대로 인정하는 시스템이어서
간접관리비가 그만큼 절약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개인 병원이 많지 않습니까.


<> 한회장 =그렇지요.

우리나라는 전체 병원의 약 90%가 사립이기 때문에 그같은 의료비
시스템으로서는 곤란합니다.

즉 국립병원이 아닌 사유재산으로 사회복지를 하려는데서 문제가
있으므로 사립병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세제감면등의 제도적 장치나
의료수가의 현실화가 불가피한 실정입니다.


-의료수가가 현실화되지 않는 상황에서 의료인의 친절을 요구하는데는
무리가 따른다는 말씀이신가요.


<> 한회장 =그런것은 아니지요.

의료비를 적게 받는 것과는 별도로 대한병원협회에서는 3년전부터
친절캠페인을 벌여왔습니다.

문제는 국민들이 일률적으로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요구하고 있고
매스컴에서는 이러한 국민적 입장에만 서서 의료인들의 조그만 실수라도
있으면 침소봉대해서 모든 의료인들을 공박함으로써 서로간의 불신이 자꾸
증폭되는 것입니다.

가능한한 잘한다고 칭찬해줄때 의료인들의 서비스 질도 더욱 향상될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경제신문이 "사랑이 가득한 병원" 캠페인을 벌이는
것은 의료인들에게 큰 힘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최근 일부 부유층이 외국에 나가서 고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받는
사례가 늘어난다고 합니다만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 한회장 =의료기술의 수준은 우리나라도 뒤떨어지지 않습니다.

문제는 의료서비스의 질이 외국만 못하다는 뜻입니다.

우리나라의 획일적인 의료서비스수준에 대한 불만입니다.

자신만 친절하고 훌륭한 의료서비스를 받겠다고 외국으로 나가는 환자도
문제지만 국내의 차등화되지 못한 의료서비스체제도 문제입니다.

해마다 해외 의료기관에서 의료서비스를 받으려는 부유층들이 늘어나고
있고 이로인해 외화지출도 엄청나게 급증하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입니다.

대중교통수단도 버스와 택시가 있고 택시도 일반택시나 모범택시로
차등이 있듯이 의료수가도 차등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물론 인명존중이나 환자에 대한 기본적인 서비스는 항상 동일하게 최선을
다해야 겠지요.


-그렇게 되면 의료서비스의 질도 각 병원마다 달라질수 있겠군요.


<> 한회장 =당연하지요.

현재 정부에선 의료서비스평가제도를 도입할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획일적인 잣대로 의료서비스를 평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학병원의 경우는 진료보다 학생지도와 수련의 양성이
주목적입니다.

심한 예를 들자면 미국 시카고의 한 대학 병원에서는 환자라는 표현을
쓰지않고 연구자료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순수한 치료만을 목적으로한 병원과 치료외적인 서비스를 더보탠
병원의 의료비는 당연히 달라지겠지요.


-정부당국이나 후배의료인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은.


<> 한회장 =의료서비스의 향상에 대해 즉흥적이거나 표피적인 현상만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이고 긍정적인 자세로 접근해 주었으면 좋겠고
후배의료인들은 환자를 위해 최선의 의술을 베풀어주길 바랍니다.

<대담 = 김대곤 뉴스속보부장>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