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 <고려대학교 교수.경영학>


고속의 상승세를 계속할 것이라던 주가가 힘을 못쓰고 있다.

지난달 긴 침체기간을 거쳤던 주가가 종합주가지수 1,000포인트를
돌파하자 실물경기 활황에 의한 고지돌파라는 분석이 나왔다.

따라서 향후 주가는 1,200포인트를 상회하는 상승행진을 계속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된 것인지 일교차가 20포인트나 되는 불안한 널뛰기를
거듭하더니 급기야 980대의 약세로 내려앉았다.

혹시나 하고 희망을 가졌던 투자자들은 또다시 실의에 빠져있다.

우리나라 증시는 그 자체가 큰손과 증권기관들의 작전지역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따라서 일반투자자들은 들어가면 큰 위험을 부담할수 있다.

이번 주가의 일시적 상승 역시 실물경제를 반영하는 활황이라기 보다는
부동자금의 일시적 유입에 의한 거품이라고 볼수 있다.

실제로 이번 주가상승을 주도한 것은 내년부터 실시하는 금융종합과세
대상에서 주식을 예외적으로 분리하기로 확정한 정부 여당의 세제
개혁안이다.

정부 여당안이 발표되자 지하음성자금과 시중여유자금이 대거 유입되면서
주가가 수직상승 한 것이다.

이와같이 부푼 증시는 자연히 후유증이 따른다.

곧 자금이 빠지고 증시가 무력해지면서 경제에 불안을 더할수 있다.

여기서 근본적으로 문제가 된것은 증시관련 기관들이 극히 낙관적인
분석을 내놓고 주가를 부추긴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다.

일반투자자들이 새로운 기대를 가지고 증시에 참여했지만 주가는 이미
힘을 잃기 시작한 후였다는 지적이다.

이와같은 구조적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우리나라증시는 본연의 기능을
크게 잃어버린 것으로 여겨진다.

증권시장은 직접금융을 통하여 산업자금을 제공하고 경제성장의 과실을
공평하게 나누어 갖게하는 기능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증시는 투기적 혼미를 거듭함에 따라 좋은 기업순서대로
자금을 공급하는 자본조달기능이 제대로 발전하지 못했다.

또한 일반투자자들에게 일방적인 손실을 강요함으로써 재산배분에
역기능을 발휘한다는 비난을 면키어려운 상황이다.

시장기능의 왜곡과 함께 더욱 심각한 것은 불공정거래가 많아 증권시장이
왜곡돼 버렸다는 비판을 받는다는 점이다.

증권시장 불공정거래의 대표적인 것이 작전과 내부자 거래이다.

큰손들과 증권회사 직원이 결탁하여 헛소문을 퍼뜨리며 폭리를 취하는
작전은 증권시장을 살인까지 부르는 불법도박장의 성격으로 변질시킬수
있다.

여기에 기업의 비밀정보를 이용하여 땅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폭리를
취하는 대형자본가들의 내부자 거래는 증권시장을 사금고로 만들
개연성을 갖게 한다.

불공정거래가 계속 만연할 경우 증권시장은 공신력 상실로 존재의의를
잃을수 있다는 것이다.

증권시장의 불공정거래가 금융실명제와 금융종합과세의 허점을 통해
급증하고 있어 더욱 문제가 크다.

작전이나 내부자 거래를 하는 세력들은 차.가명계좌를 이용하여 대규모
부당이득을 취하고 세금까지 면제받는다.

노출을 꺼리는 지하음성자금이 자연히 증시로 몰려들고 비리는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증권감독원이 적발한 사고 건수만 보아도 연평균 5건에 불과하던 것이
금융실명제 실시후 19건으로 늘어났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증권시장에 수시로
개입함으로써 증권시장은 갈피를 못잡고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다.

자연히 큰손들이 주가를 조작할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고 불공정거래가
만연할 소지가 커지게 된 것이다.

90년 이후 정부의 증시개입만 해도 22건에 달한다.

증시 발전을 위해 이같은 정책행태는 당연히 중단되어야 한다.

증권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 또한 절실한 것이 증권감독원의
개혁이다.

증권감독원은 그동안 정부의 그늘에 가려 제소리를 내지 못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리하여 증권시장이 방향을 잃고 헤매는데 일조를 했다.

현재 증권감독원의 근본적인 문제는 증권관리위원회위원에 대한
임명제청권을 재정경제원 장관이 가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증권관리위원회는 재정경제원의 결정에 대한 통과위원회
이상 아무 의미가 없어보인다.

이것도 부족하여 재정경제원장관은 증권관리위원회 의결사항을 취소하거나
집행을 정지할수 있는 권한까지 가지고 있다.

공정한 시장질서유지를 위해 증권감독원의 독립성확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와 함께 요구되는 것이 불공정 거래행위를 조기에 적발하고 필요할때
불공정 거래행위 금지나 정지를 명령할수 있도록 증권감독원의 감독권을
강화하는 것이다.

현행 감독체계상 불공정거래는 적발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적발되어도
주가를 떨어뜨린다는 이유로 조사를 안하는 것이 보통이다.

또 조사를 해도 불공정 거래행위가 끝난후이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

한편 증권회사의 경영여건도 바뀌어야 한다.

약정고를 올리는 것을 주요 목표로 정하고 증권회사는 자금유치에
전력질주하는 양상이다.

이런 풍경 하에서라면 불공정행위는 계속될것이고 증시는 낙후를 면할수
없다.

증권회사는 공익기관으로서 고객 중심의 서비스 기능 발휘를 우선적
목표로 해야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