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수 < 대천실업전무 / 경제학박사 >

1930년대의 대공황을 단기적이고 과감한 재정정책으로 대처하는데 혁명적인
경제이론을 편 케인즈는 일찍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단기적인 대책없이 장기적인 무모한 낙관은 우리를 굶어 죽게 한다"

이는 막연한 기대는 별로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말이다.

재미있는 것은 그가 이렇게 거시적 경기분석에 단기적인 처방으로 위기에
몰린 세계 경제를 구제한 약효를 자기자신의 자산 선택에 접목시켜 증권
투자로 톡톡히 재미를 보아 부자가 되었다는 에피소드가 있다.

물론 그 반대로 밀턴 프리드먼 교수는 통화의 변화와 국민소득에 대한
효과에 대해 중.장기적인 시차를 인정해야 한다는 경기분석을 주장한바도
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어떠한가.

95년도 2.4분기 설비확장률 67.6%, GNP성장률 9.6%, 수출성장률 25.3%,
민간소비율 8.7%, 총 소비증가율 7.8%, 실업률 1.9%, 소비자물가 4.9%,
생산자물가 4.0%등 정부가 발표한 거시 지표를 보더라도 아직 활황은 틀림
없다.

또한 활황논쟁은 낙관자의 승리로 끝난 것같다.

경기의 직접적인 바로미터라고 볼수 있는 설비투자는 95년 상반기에
대기업이 58%인데 반해 중소기업은 겨우 16.5%에 지나지 않았다.

소위 말하는 경기의 양극화현상이라 할수 있다.

대기업은 장기적인 전망에 의한 막대한 설비투자를 하여도 아직은 질 보다
볼륨을 위주로 하는 정부로 부터 여러모로 특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걱정이 없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사정이 다르다.

장기로 가면 춥고 배고픔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엔 절하, 달러 절상및 원화 절하에 의한 앞으로의 효과와 여러가지 호황
지표를 참고할 때 95년말 경기의 연착륙은 무난하고 95년말 경제 성장률
9.5%선, 96년 7.6%의 안정적 성장, 그리고 97년에 가서야 약간의
스태그플레이션의 조짐이 보일 정도의 일반적이고 낙관적인 전망을 정부
에서는 하고 있는듯 하다.

이 모든 환상적인 예측은 대기업을 위주로한 장기적이고 안이한 전망이
아닐까.

95상반기만 하더라도 6,559개 중소기업체(94년 4,943개)가 도산해 버렸다.

이러다가는 소재 부품및 원자재 생산 전문의 중소기업 공동화 현상이
생기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정부의 장미빛 경제 예측과 비교하면 소문난 잔치 먹을 것이 없어 굶어서
돌아가는 식이며 장맛은 잃고 뚝배기만 화려해진 것이 아닐는지 걱정스럽다.

이제는 천편일률적인 볼륨 위주의 경기 예측 보다는 대기업 중소기업의
계량 모델을 별도로 설정하여 분석할 때이다.

즉 대기업은 좀더 장기적인 데이터에 의한 분석및 대책을 따로 세우고,
그리고 정책적인 대응이 시급하게 필요한 중소기업은 단기적인 분석및
대책을 세우는 차별화된 분석 체계가 바람직하다.

그래야만 내실있고 정밀한 경기분석으로 선별적인 경제 정책을 펴나갈수
있고 또한 선진국형의 정책모형을 설정할수 있지 않을까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