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친구 두사람이 같이 먼길을 가게 되었다.

험한 산길을 가야하는 여행이었으므로 어려운 일이 생기면 서로 도울수
있어 두사람은 같이 가게 된것을 다행으로 생각했다.

깊은 산길로 접어들자 아닌게 아니라 큰 곰이 두사람 앞에 불쑥 나타났다.

그중의 한사람은 혼자 재빨리 나무 위로 올라갔고 곰을 보지 못한 친구는
놀라서 기절하고 말았다.

곰은 죽은 사람은 건드리지 않는 짐승이어서 냄새만 맡고는 죽은줄 알고
가버렸다.

나무위에서 이 광경을 지켜본 친구가 내려와 물었다.

"곰이 자네에게 뭐라고 이야기를 하는것 같은데 대체 뭐라던가"

기절했던 친구는 이렇게 대답했다.

"위급할때 도와주지는 않고 혼자 나무위로 도망간 의리없는 친구하고는
같이 다니지 말라고 하던걸"

이 말을 들은 친구는 혼자 피한 것이 부끄러워 얼굴을 붉혔다.

누구나 어렸울때 한번쯤은 읽었을 의리를 일깨워 주는 이솝우화의 한
토막이다.

요즈음 사람들은 "의리"하면 으레 뒷골목에서나 사용하는 단어쯤으로
치부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의리란 사람으로서 지켜야할 바른 도리, 혹은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지켜야할 바른 도리를 말한다.

말그대로 사람이 살아가면서 마땅히 지켜야할 바른 길인 것이다.

따라서 친한 친구일수록 의리가 깊어야 하고 뜻을 같이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더욱 의리를 지켜야 한다.

대의명분을 중요시했던 옛 어른들은 의리를 목숨보다 소중히 여겼다.

헌데도 날이 갈수록 의리를 지키는 것을 바보스럽게 생각하고 개인의 이익
을 위해서는 의리를 헌신짝처럼 저버리는 세태가 돼가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의리를 배반하는 것이 일시적으로 이익이 될지 모르지만 종내는 득이 되지
않는다.

의리를 소중히 여기는 사회는 건강하고 정의로운 사회다.

견리사의라 하여 자기에게 이익되는 것을 보면 먼저 의리에 합당한가를
생각하라는 옛 성현의 가르침을 되새겨 볼 일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