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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경쟁으로 요약되는 WTO(세계무역기구)시대에 기업들의 기술개발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기술만이 살길''인 만큼 이젠 과연 어떤 기술을 어떻게 개발하고 사용
해야 하는지등 기술전략에 관심을 기울일 때라는 지적이 많다.

25일부터 시작되는 ''제2회 산업기술주간''을 맞아 한국경제신문사는 정부
와 민간기업 전문가들이 ''21세기 기술혁신전략''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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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석자 ]

정해주 <통상산업부 차관보> 김정덕 <과학기술처 연구개발조정실장>
조성락 <산업기술진흥협회 부회장> 김종은
송문섭 <삼성전자 상무> 이진주 <생산기술연구원장.사회>

<> 이원장 =WTO출범과 경제블록화 심화등 대외환경변화는 정부의 산업기술
정책에도 대변혁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신경제계획등을 통해 민간기업을
중심으로 한 경쟁력 강화전략을 적극 구사하고 있기도 하다. 우선 정부의
산업기술 정책방향부터 들어 보도록 하자.

<> 정차관보 =무한경쟁시대엔 경쟁력 있는 기업만 살아남을 수 있다.
앞으로 기업의 경쟁력에선 기술이 핵심요소다. 따라서 정부도 지난 70년대
수출드라이브정책을 썼듯이 이젠 기술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통산부의 기술정책은 크게 3가지 방향으로 이뤄질 것이다. 첫째
기술인프라 구축이다.

인력 정보 연구시설 산.학.연체제 형성등 기업들이 기술개발에 적극
나설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주자는 것이다.

과거엔 자금지원등 직접적인 기술개발지원 정책을 폈지만 이젠 기술개발
여건 조성에 중점을 둘 생각이다.

기술인프라 5개년 계획상 정부는 올해 2백억원을 투입한데 이어 내년엔
4백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둘째는 기술개발에 경쟁원리를 도입하는 것이다. 성공적인 기술개발
업체에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민간의 기술개발 분위기를 고양시키자는
전략이다.

마지막으로는 세계화와 지방화 추세에 맞춰 국제기술협력과 지역기술혁신
사업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 김실장 =현재 한국의 과학기술력은 세계 14위로 평가되고 있다.
정부는 이를 오는 98년 9위,2001년엔 선진7개국(G7)수준으로 끌어
올린다는 장기 과학기술발전 목표를 수립했다.

이를 위해 각 부처와 민간기업들의 기술개발역할을 확대하고 과학기술처는
미래원천 거대과학 우주.생명공학 기술개발등에 주력할 생각이다.

민간기업들이 개발에 나서기 어려운 기초분야에 가능한 한 초점을 맞춤
으로써 기업들의 산업기술개발을 뒤에서 밀어주기 위해서다. 물론 어느
정도 상업화될 가능성이 있는 기술들은 적극 민간에 이관한다는 방침이다.

<> 이원장 =그럼 민간기업은 이같은 환경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를 짚어보자. 국내 기업 부설 연구소가 모두 2천개를 넘어서는등
기업들의 기술개발 노력이 그 어느때보다 돋보이고 있는데..

<> 조부회장 =민간기업들의 기술개발 노력은 최근 괄목할 만하다.
올들어서만 기업 부설연구소가 2백50개나 생겨 모두 2천2백개에 달하고
있다.

기업들의 연구개발(R&D)투자 규모도 연간 25%정도씩 꾸준히 늘고 있다.
그래서 한국의 총 R&D투자중 민간기업의 투자비중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의 총R&D투자액은 80억달러였는데 이중 85%가량을
민간기업이 투입한 것이다. 전체 기술인력 10만여명중 6만여명이 기업에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는 절대 규모면에서 미국 일본 독일등 기술 선진국에 비하면
턱도 없이 모자라는 수준이다.

게다가 국내 기술인력은 60%정도가 전기.전자와 기계 업종에 편중돼 있고
민간연구소의 경우 연구원 10명이내의 영세연구소가 50%에 달하는등
질적인 면에서도 취약한게 사실이다.

기술인프라의 양적확대도 중요하지만 질적인 향상이 긴요하다는 말이다.

<> 김상무 =세계 시장이 한 무대가 됨으로써 이제 1등이 아니면
어디에도 설 자리가 없게 됐다. 그래서 기업들은 거의 사활을 걸고
기술개발을 추진중이다.

최근 국내기업에 유행하고 있는 전략적 제휴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생산기술개발의 밑천이 되는 원천기술이 부족하기때문에
기술개발전략을 면밀히 짜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이다.

바탕이 튼튼하다면 어떤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응용하고 상품화 할수
있겠지만 그게 부족하다는 얘기다.

결국 한국기업은 한발을 쏴도 명중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 개발해야
하고 이를 상품화까지 물흐르듯 연결시켜야 한다. 물론 이런 것들은
기업들의 노력만으로 되는게 아니다.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 송상무 =기업들은 기술개발에 관한 한 3가지 딜레마에 빠져있다.
우선은 극히 한정된 자원을 과연 어떤 분야에 얼마만큼 배분하느냐는
것이다.

다시말해 핵심분야에 기술개발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는 고민이다.
그동안은 기술개발 자금의 절대규모도 작았지만 더 큰 문제는 집중력이
없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전략적으로 자원을 쏟아 부을 분야를 찾아 내려면 나머지는
과감히 포기하는게 필요하다.

두번째는 기술인력 부족을 극복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선 해외
인력을 활용하거나 남들이 개발해 놓은 기술단계부터 뛰어드는 "중간
진입전략"을 써야하나 이것도 간단한게 아니다.

여기에 기존의 기술인력 구조를 바꾸고 생산성을 높여야 하는 것도
과제중 하나다.

셋째 그동안 제품개발에 쏟아 부었던 노력을 이젠 기술개발쪽으로 돌려야
하는데 기업풍토상 이게 쉽지 않다는 점도 극복해야 할 문제다.

<> 이원장 =지난해 국내 R&D투자규모가 80억달러에 달했으니 금년엔
1백억달러를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같은 R&D투자는
대부분 대기업들에 집중돼 있는 실정이다.

다시말해 기술개발에 관한 한 중소기업들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작았던
셈이다. 대기업도 대기업이지만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개발지원이 시급
하다는 느낌이다.

<> 정차관보 =사실 정부의 기술개발 지원은 대부분 중소기업을 타깃
으로 하고 있다. 우선 기술인력 양성과 지원이 그렇다.

오는 97년 문을 열 산업기술대학은 중간기술자들의 집중적인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여기서 배출된 인력은 중소기업들의 기술인력난을
해소해 줄 수 있을 것다.

또 자본재 육성대책에서 중소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고급기술인력에
대해선 소득세를 감면해주기로 한 것도 마찬가지다. 사실 WTO출범으로
이젠 중소기업에 무작정 자금지원을 하는 건 불가능해졌다.

앞으론 그냥 고기를 주는게 아니라 고기를 잡는법을 가르쳐주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중소기업의 기술인력 확충은 핵심적인 지원방법이다.

<> 김실장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지원도 이젠 인식을 달리 해야 한다고
본다. 중소기업이니까 무조건 지원하고 살려야 한다는 생각은 고쳐야 한다.

중소기업중에서도 어느정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거나 지원했을때 그만큼의
효과가 나올 수 있는 기업들에 지원을 집중하는게 바람직하다.

<> 송상무 =과거 중소기업에 자금지원을 하면서 자생력등 체질강화에
소홀했던건 지금도 아쉬운 점이다.

그래서 삼성은 협력 중소기업에 대해 자금보다는 기술교육이나 장비등을
지원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노력도 개별기업 차원에서 제각각 이뤄지면 한계가 많다.
대기업들의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지원 체계를 정부 차원에서 정비해
주는게 긴요하다.

<> 김상무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기술지원은 정보및 기술제공과
기술경영지도등을 들 수 있다.

이중에서도 기술경영지도는 돈이 안들면서도 가장 효과적인 지원책중
하나다.

대기업들이 과거에 겪었던 지적재산권등과 관련한 경험들을 중소기업에
알려주는 것등이 그렇다. 이같은 지원은 경험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에
의외로 큰 도움이 된다.

<> 조부회장 =중소기업들이 기술분야에서 목말라 하는 것 중에 하나는
바로 인력이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인력 부족으로 기술개발에 애를 먹고
있다. 인력에 관한한 정부의 지원은 필수적이다.

예컨대 두뇌 풀( Pool )제도등을 통해 외국의 기술인력을 중소기업에
공급하는등의 과감한 정책이 필요하다.

또 기술관리 노하우를 전달하기 위해 기술요원을 교육시키는 일등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 이원장 =최근엔 제조업체의 기술개발에서 생산 유통 판매에 이르기
까지 생산.판매활동을 전자문서로 교환하는 기업정보화시스템(CALS)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는 산업기술 체계등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에대한 정부와
기업들의 대응전략은 어떤가.

<> 정차관보 =CALS구축에서 관건은 표준이다. 이는 기업내 기업간 국내
국가간 모두 만만치않다. 통일된 표준이 있어야 CALS도 진정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정부는 현재 CALS의 표준제정을 위해 전문 연구기관에 연구용역을
의뢰해 놓고 있다.

또 CALS가 제대로 정착되려면 기업들끼리 정보를 나눠 갖는등의 협력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그런데 국내기업들은 정보공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CALS의 정착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한게 사실이다.

정부는 이미 통관절차를 전자서류로 대신하는 EDI시스템을 구축해 놓고
있다.

이같은 정보체계 구축은 빠르면 빠를수록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라
정부도 적극 나서고 있다.

<> 송상무 =미국의 포드사에 제품을 납품하려면 서류나 도면등을 1백%
전자문서로 보내야 한다.

현재 국내기업들도 간단한 도면등은 모뎀을 통해 보내고 있지만 같은
회사안에서도 부서별로 표준이 달라 애로를 겪고 있는 경우가 많다.

CALS의 경우 이제 막 시작하는 것이니 만큼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표준제정등은 정부가 나서야 하는 대표적인 것이다.

또 기업들의 정보네트워크 형성을 위해선 통신분야의 규제완화가
선결돼야 한다.

현재는 지방공장간을 종합정보통신망으로 연결하는데도 각종 규제로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 이원장 =국내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데 겪고 있는 기술적인
어려움중에서도 가장 골칫거리는 특허등 지적재산권 문제인듯 싶다.

이는 통상마찰과 관계된 일어어서 정부도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인데.
<> 정차관보 =기업들의 연구개발 성과는 결국 특허라는 형태로 나온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제조업체 8만1천여개사중 특허를 갖고 있는
회사는 1.1% 수준에 불과하다.

그만큼 국내기업들은 기술개발의 성과를 특허화해 전략적으로 이용하는데
소홀했다는 반증이다. 특허야 말로 무한경쟁시대에 유효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최근들어서 특허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이 높아지고 있어 정부도 특허청의
인력을 보강하고 전산화하는등 지원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 김상무 =특허에 관한한 "기업은 질,정부는 스피드"라고 본다. 기업은
얼마나 질좋은 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출원하느냐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정부는 특허처리 기간을 얼마나 단축하느냐에 정책방향을 맞춰야 한다는
얘기다.

<> 이원장 =마지막으로 21세기를 향한 기술혁신 전략과 관련해 기업
입장에서 정부에 건의할 내용이나 정부가 기업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송상무 =정부는 가장 멀리 볼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국책연구소등
에서는 민간기업들이 안하는,즉 돈이 안되는 장기적인 분야에 연구초점을
맞춰야 한다.

또 기술개발 지원체계상 부처간 중복되는 부분은 빨리 정리해 기업들의
혼란을 막기를 바란다.

<> 김상무 =정부나 기업 모두 이기주의를 버려야 한다고 본다. 특히
기술인력에 관한한 교육부가 발상의 전환을 할 필요가 있다.

올해 국내 공과대학의 전자공학과 졸업생을 모두 합쳐도 한 그룹이
필요로 하는 인원만큼도 안된다.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분야의 기술인력을 그때그때 대줄수 있도록 대학의
학과정원 조정을 탄력적으로 해야 한다.

<> 정차관보 =한 국가의 기술혁신을 위해선 정부와 민간이 합심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 정부는 인프라를 마련해주고 기업은 기술혁신의 주체가
되어 뛰어야 한다. 앞으로 세계시장에서 경쟁단위는 더이상 국가가 아니다.

이젠 기업이다. 세계기업들과 경쟁하는데 정부가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정부도 규제완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다.

< 정리=차병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