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행정부 각급 기관들이 국회에 제출
하는 자료를 인용한 보도들이 벌써부터 무성하다.

그 가운데 눈길을 끄는 내용하나는 우리의 걱정스런 농촌현실을 새삼
일깨워주는 농촌진흥청 자료이다.

골자는 두가지다.

하나는 농민의 평균 연령이 55.8세로서 고령화의 심각성을 전해주는 내용
이고 다른 하나는 농민의 91.1%가 농업을 자식들에게 물려줄 생각이 없다고
대답했다는 조사 내용이다.

고령화의 현실을 조금 더 부연 설명하면 전체농민의 60%가 50~69세 사이로
집계되고 있다.

고령화가 아니라 노령화 노인화라고 해야 옳은 현실이다.

농가인구는 해마다 감소한다.

작년말 현재 516만7,000명으로 전체인구의 11.6%밖에 안된다.

1,330만명에 61.9%였던 1955년과 비교하면 실로 격세지감이 드는 수치
이지만, 그 비율이 10%미만으로 떨어질 날도 멀지 않은것 같다.

이농은 계속되고 있으며 주로 낮은 연령층에 집중된다.

작년 한해에만 24만명이 떠났는데 60%인 14만4,000명이 20세 미만이었다.

농촌의 절대인구가 계속 감소하는 가운데 그나마 젊은이는 떠나고 노인만
남게 되는데 이들은 또 거의 전부 자식들에게 농업을 물려주지 않을 작정
이라니 결과는 분명하다.

10~20년 뒤엔 농민이 거의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농민만 줄어드는게 아니다.

농지도 해마다 감소한다.

작년에만 1.1%, 2만2,000ha가 또 감소되어 표본조사 결과 총경지면적은
203만3,000ha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200만ha 미만으로의 감소도 시간문제라고 해야 한다.

더구나 농민들 스스로가 농지를 다른 용도로 바꿔 땅값이 오르기를 바라는
현실인데다가 지방자치제 실시를 계기로 높아가고 있는 개발유혹이 맞아
떨어져 농지는 갈수록 줄어들 판이다.

준농림지 거래가 벌써부터 활기를 띠는가 하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훼손
도 부쩍 늘고 있는 현실이다.

이같은 현실속에서 농업을 지킬 방도를 정부와 정치인들은 찾아내야 한다.

현실을 바탕으로 미래의 농업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모두가 말뿐이지 진정으로 우리의 농촌현실과 장래를 걱정하고 농업을 살릴
궁리를 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우선 농정의 현황을 좀더 깊이 규명하고 다음은 발상자체의 일대 전환이
있어야 한다.

우루과이라운드 협상타결로 쌀 시장을 개방한 보상으로 농민들에게 약속한
각종의 지원이 과연 실효성있게 집행되고 있는지 규명돼야 한다.

농특세수는 제대로 쓰여지고 있는지, 영농후계자와 경지정리는 과연 농민의
호응속에 잘되고 있는지 등을 가려야 한다.

더이상 자영농만을 고집하지 말고 기업농으로의 전환을 과감하고 신속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농업의 생산성제고와 필요한 최소한의 농산물자급률 확보를 실현하는 길은
그것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농촌의 현실을 모르는 탁상의 농정, 인기관리와 표에만 집착하는 자세로는
농민과 농업의 소멸을 막을 길이 없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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